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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을 살리자: 자살, 살자로 바꾸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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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10 ㅣ No.1422

[가톨릭신문-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공동 캠페인 생명을 살리자] (5) ‘자살, 살자로 바꾸려면’ (상)


잠시 방향이 보지 않아도… 선택은 결국 ‘삶’입니다

 

 

OECD 가입국가 중 자살률 1위. 2003년 이후 계속 지고 있는 굴레다. 똑같은 소리라고, 지겹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반면 누가, 왜, 얼마나 스스로를 죽이고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실천하는 이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이에 앞서 관련 기관들을 비롯해 지역자치단체들은 각종 기념행사와 캠페인 등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반대중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행사들이 넘쳐나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 ‘생명을 살리자’에서는 자살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 내·외적 의미를 짚어보고, 나와 내 이웃을 자살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방안을 공유해본다.

 

 

우리사회 자살 현주소

 

자살이 정말 심각한 문제일까. 먼저 우리사회의 실태를 짚어보자. 

 

2015년 한 해 동안 1만3513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2.5배에 달하는 수다. 자살예방 활동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국가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자살자와 자살 사별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자살률 추이를 비교한 결과 한국인의 자살률은 1992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남녀 자살률이 모두 급증했다.

 

특히 청소년과 중·장년층에 해당하는 15세 이상 64세 미만 연령층의 자살률은 1999년을 기점으로 2005년까지 급상승했다. 자살 사망자 숫자는 50대가 가장 많았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이 70.7%, 여성이 29.3%의 비율을 보였다.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자살률도 2000년, 2015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게다가 2015년 연령별 자살률에 따르면, 80대 이상 연령층이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한국 전체 자살률은 OECD 전체 자살률 평균의 2.2배 수준이지만, 노인자살률은 OECD 평균 노인자살률의 3.2배다.

 

무엇보다 청소년의 인구 10만 명당 사망원인은 자살(7.2명)이 교통사고(4.0명)나 암(2.9명)에 앞선 1위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자살이 암과 심장, 뇌혈관 질환, 폐렴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5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경찰청 데이터에 따른 자살 동기를 살펴보면, ‘정신과적 질병문제’로 인한 자살이 전체의 31.5%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경제생활 문제’(23.0%), ‘육체적 질병문제’(21.6%), ‘가정문제’(9.6%) 순으로 나타났다. 2012년까지는 ‘육체적 질병문제’가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지만, 이후 ‘경제생활 문제’가 더 큰 자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사망자 비율은 2011년부터 5년간 계속 증가해왔다.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세계보건기구(WHO)는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은 ‘자살행위로 인해 죽음을 초래하는 경우로, 죽음의 의도와 동기를 인식하면서 자신에게 손상을 입히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자살은 사람이 생명을 잃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하는 악한 행위다. 더구나 자살은 개인만의 문제에서 끝나거나 각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을 남기고, 남은 문제들은 사회적·국가적 위기로 이어진다. 감정적 감염이 커 다른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또 다른 피해자인 자살 사별자들이 생겨나게 한다. 우리사회에서도 자살 사별자들이 해마다 8만여 명 이상 늘고 있다. 

 

게다가 우리사회는 연령과 계층, 성별 등을 특별히 가리지 않은 불특정다수에게서 자살이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경제적 문제와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외로운 노인들의 자살이 급증할 뿐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학업문제로 자살하는 사례가 생겨날 정도다.

 

우리사회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이 더해지면서, 그 안에서 겪은 절망과 고통을 죽음으로 해결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죽음에 관해 대화하고 솔직하게 논의하는 사회적 안전망, 자살 예방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교회의 가르침과 사목적 배려

 

가톨릭교회는 자신의 생명을 해치는 것을 살인과 같은 대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금지해왔다. 초대 교부들은 자살은 물론 고의로 순교를 추구해 생명을 잃게 되는 행위까지 반대할 정도였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죄악을 피하기 위해 혹은 자신이 지은 죄 때문에 자살을 해선 안 되며, 속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도 자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 등을 내세우는 것은 결코 허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자살자를 위한 장례미사와 기도조차도 금지해왔다. 

 

자살이 비윤리적인 행동이며, 자살 시도와 권고 등도 벌을 받아야 하는 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현대사회 들어서 자살 원인이 다양하게 규명되면서, 교회는 인간의 나약성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혔다. 무조건 단죄하기보다, 사목적 배려를 제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살을 정신질환 또는 사회적 문제로도 바라보고, 자살의 심리적 상황과 동기를 완전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교회교리서」에서는 “중한 정신 장애나 시련, 고통 또는 고문으로 겪는 불안이나 심한 두려움은 자살자의 책임을 경감시킬 수 있다”(제2282항)고 밝혔다. 교회는 또한 1983년 개정한 새 교회법에 교회가 자살한 사람과 유족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무엇보다 교회는 자살자와 자살 시도자, 자살 사별자들이 겪은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목적 배려와 돌봄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9월 10일, 주정아 기자]

 

 

[가톨릭신문-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공동 캠페인 생명을 살리자] (5) ‘자살, 살자로 바꾸려면’ (하)

 

“괜찮니, 괜찮아? 괜찮을거야…” 따뜻한 관심은 삶을 이어줍니다

 

 

서울의 초대형 쇼핑몰 1층 로비 한가운데.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순식간에 그 자리에 몰려들더니, 퍽퍽퍽 바닥에 엎어진다. 이윽고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일어서 플래카드를 펼쳐든다. ‘이라크 전쟁 사망자 3만9000명’,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망자 1만5000명’, ‘대한민국 1년 자살자 수 무려 1만5000명’, ‘얼마나 커다란 비극인지, 왜 우리 모두의 일인지, 이젠 아셨나요?’…. 

 

‘괜찮니? 에어키스(AirKiss)’ 전국 순회 플래시몹(flashmob) 현장이었다. ‘에어키스’는 안부 인사를 전하는 영상 끝에 에어키스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액션릴레이다. 뒤이어 펼쳐진 플래카드 내용들이 더욱 긴 여운을 남긴다.

 

‘괜찮니? 괜찮아? 괜찮은 거야?’, ‘우리가 이 한 마디를 건넨다면’, ‘이야기는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해결방법은 예방뿐

 

스스로 생명을 죽이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정부와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잠시, 소폭 줄어드는 변화를 보였을 뿐이다.

 

자살로 죽어가는 이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예방’뿐이다.

 

대표적인 예방활동으로는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거리 캠페인을 꼽을 수 있다.

 

가톨릭교회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타종교 및 시민단체들은 연중 다양한 자살예방 캠페인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교회 내 단 하나뿐인 자살예방 전문 기관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한마음한몸운동 자살예방센터(이하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는 각 본당뿐 아니라 지역 복지관, 병원 및 보건소 등과 연계해 자살예방을 위한 ‘해바라기 캠페인’을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중앙자살예방센터도 범국민적인 생명존중인식 개선과 자살예방을 위해 ‘괜찮니? 캠페인’과 ‘괜찮니 서포터즈’ 모집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괜찮니? 캠페인’은 손글씨로 엽서를 써서 보내는 ‘괜찮니? 우체통 캠페인’ 등의 방법으로 진행 중이다. 자살예방 콘텐츠를 만들어 개인 블로그 등에 올리는 캠페인도 관심을 모은다.

 

종교계와 연대해 생명존중의식을 확산하는 노력도 있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는 각 종단들과 함께하는 ‘마음이음’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를 비롯해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원불교 둥근마음상담연구소가 서울시와 함께 ‘마음이음’을 구호로 내걸고, 상담을 비롯해 종교예식과 인식개선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 특히 원불교는 특화프로그램으로 군생명존중캠페인을 마련, 군 장병들의 생명존중 의식을 고취하는데 힘을 싣고 있다.

 

 

징후는 있다

 

내 주변인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자살은 막을 수 있다. 자살위기에 있는 이들에게서는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징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각 연령별로 예고징후가 다르게는 나타나지만, 징후를 표현하는 대상은 대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다. 

 

2014년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자살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를 보면, 연령별 자살예방 징후 20대 이하 자살자 및 자살 시도자들에게는 우울감과 외로움 등이 많이 나타났다. 30~40대는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증세, 알코올 복용이 심해지면서 주변인에서 가족으로 관계를 단절해 나가는 특징을 보였다. 50~60대의 경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변화를 두드러지게 보였다. 

 

의학계에서는 정신질환이 자살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2016년도 자살 관련 실태조사 중 ‘2015년 동기별 자살현황 비교’에서도, ‘정신과적 질병문제’가 사망 원인의 1순위를 차지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4월에 발표한 ‘2016년도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국민의 25.4%는 평생 중 한 번 이상은 알코올 사용장애 등 정신질환 중 한 가지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은 이는 남자는 28.8%, 여자는 21.9% 수준이었고, 한 해 정신질환을 겪은 이는 470만 명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살아오며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와 상의한 경험은 9.6%, 정신질환을 겪은 성인 중 전문가와 정신건강 의논 및 치료를 한 사례는 22.2%에 불과했다. 

 

게다가 자살실태조사 응답자의 47.4%는 ‘자살은 아무 경고 없이 발생한다’는데, 46.1%는 ‘자살은 말하지 않아야 하는 주제’라는데 동의했다. ‘자살한다고 위협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자살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47.7%나 됐다. 또한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들의 73.7%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가족들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내가 먼저 알아야

 

지금, 이웃 중에 자살 위기에 몰려 있는 이들이 있을까? 나 자신은 어떠한가? 자살 위기를 올바로 인식하고 판단, 대응하는데 자살예방교육은 큰 도움이 된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교육이 절실하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도 자살은 사회구성원 전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특별히 지역사회 곳곳에서 활동할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양성에 힘을 싣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이트키퍼’는 자살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군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시켜 주는 역할 등을 하는 이들이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홍보·캠페인 담당 류정희 대리는 “제한된 숫자의 전문가 교육보다, 자신이 속한 집단 혹은 지역사회에서 자살위험이 있는 이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자살예방전문가에게 의뢰하는 역할을 하는 게이트키퍼를 교육, 양성하는 것이 자살을 막는 보다 실질적인 예방 대책”이라고 설명한다. 류 대리는 최근 한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게이트키퍼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인 QPR(질문 Question, 설득 Persuade, 의뢰 Refer) 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의 효과검증에 관해 조사, 논문도 발표했다. 

 

또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신당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오대일 신부는 “신자들 중에서도 여전히 자살에 대한 이해보다 엄격한 윤리의식만을 가진 이들이 많다”면서 “우선적으로 본당 사제·수도자들과 구역반장 및 레지오마리애 단원 등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적극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오 신부는 “자살 위기에 처해 있는 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기조차 두려워하고 자살을 죄악시하는 교회의 전통적인 분위기에 눌려 교회를 찾아오기도 어려워한다”면서 “교회도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영적 갈증으로 목말라하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가 그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www.3079.or.kr)에서는 각 본당은 물론 학교, 기관단체 등에 찾아가 실시하는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장 손애경 수녀는 “각 지역 복음화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본당에서 자살예방 활동을 펼치는 것은 사회 전반의 자살을 예방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면서 관심과 참여를 독려했다.

 

자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가족 및 주변사람들이 보이는 관심과 소통이다.

 

“괜찮니?” 지금 이 순간 이웃을 향한 한 마디 말로 시작된 관심이 자살예방의 시작이다.

 

 

◆ 위기라고 느껴질 땐 전화하세요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1599-3079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24시간 상담 가능)

희망의 전화 129(24시간 상담 가능)

청소년전화 1388(24시간 상담 가능)

한국생명의전화 1588-9191(24시간 상담 가능)

노인자살예방센터 02-3633-119

생명존중교육협의회 1800-8291 [가톨릭신문, 2017년 9월 24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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