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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생태칼럼: 생명의 나무와 유전자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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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16) 생명의 나무와 유전자 편집
최근 우리는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었는데, 돌이켜 보면 2008년 수입쇠고기 광우병 파동, 2010~2011년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350여 만 마리 살처분, 그 후에도 2014~2016년 3차례 구제역 발생, 2008년 조류독감으로 1000만 마리가 넘는 가축 살처분,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네 차례 조류독감 발생과 가축 살처분, 특히 2016년에는 살처분 숫자가 3300만 마리를 넘기는 사태 등을 겪어왔다.
이러한 대강의 흐름만 보더라도, 축산업 관련사고가 전국적 규모로 대량화, 연례화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공장형 축산시스템이 그 원인이라는 것은 이제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가치관에서 찾아야 한다.
스위스 출신의 철학자 페터 비에리(Peter Bieri)는 「삶의 격」이라는 책에서 공장형 축산시스템은 동물을 “인간의 식생활이라는 목적에 봉사하는 사육된 물건”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에 의하면, 동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그들 하나하나가 경험의 ‘주체’임에도 애초부터 ‘죽임을 당하고 상품으로 변환된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길러지고 관리되며, ‘탄생의 순간부터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음식물의 전 단계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은 모두 진화계통수인 생명의 나무의 가지들이다. 생명의 나무 꼭대기에 앉은 인간은 다른 가지의 생명체를 철저히 사물화하여 생산하고 사육하며 잔인한 방식으로 생사여탈권을 행사하고 있다. 경제와 웰빙의 가치가 우선시되고, ‘인간’ 외 다른 존재에는 1차적 가치를 두지 않는 과도한 인간중심의 가치관은 오랜 생명진화의 역사 속에서 생성된 생명의 나무를 훼손하고 나무가 뿌리내린 지구마저도 파괴하는 생태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
인간 외 생명체를 다루는 이러한 가치관은 이제 인간 배아를 다루는 방식에도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지난 8월 2일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이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와 공동으로 인간 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로 잘라내는데 성공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생명윤리법상 실험이 금지되어 있어 관련 정부기관 중심으로 ‘연구 목적 범위 내’ 인간배아 실험은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유전자가위 연구의 실험성공은 기술특허와 난치병 등 치료제 개발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미래먹거리’ 산업이기 때문에 국가가 생명과학기술정책을 경제적 성장동력(유전자가위 기술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꼽히는 ‘바이오 융합기술’의 핵심기술로 활용되면서 기존 산업의 지형을 새롭게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으로 취급하는 한 이 연구허용을 반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경제와 건강면에서 인간 웰빙의 가치가 최우선시되고, 이 가치는 배아연구나 공장형 축산의 추세에 일관되게 흐르는 매우 강력한 것이다.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후 생명나무에는 손을 대지 못하도록 주 하느님은 ‘생명나무에 이르는 길’을 지키게 하셨다고 한다(창세 3,24). 유전자를 인간기술로 임의편집하는 것은 생명의 성역을 건드리는 일이기에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되, 반대만으로는 웰빙의 가치관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금지할 것인지, 어디까지 한계를 둘 것인지, 명료하고 면밀한 과학적 대안을 위한 논의가 절실히 요구된다.
[가톨릭신문, 2017년 9월 10일, 강금실 에스델(포럼 지구와사람 대표)] 0 986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