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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 홀로 문화의 시대: 따로 또 같이 문화를 위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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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17 ㅣ No.1426

[경향 돋보기 - 나 홀로 문화의 시대] ‘따로 또 같이’ 문화를 위한 교회

 

 

요즘 누리 소통망 서비스(SNS)나 연예 프로그램에서 자주 회자되는 용어로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 ‘나 혼자 산다.’ 등이 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생활자들의 생활 풍속을 드러내는 용어들이다.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비혼, 이혼 등), 개인 중심 가치관의 가속화, 그리고 고령화 등의 요인으로 1인 가구가 늘면서, 가족의 형태와 기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인 변화상이다.

 

가톨릭 신자의 상황도 전체 통계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1인 가구 맞춤형 소형 가구나 생활용품, 간편 식품 등 ‘솔로 이코노미’가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자 1인 가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단독 가구는 총 506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6.5%에 해당한다. 네 가구 중 하나는 1인 가구인 상황이다. 2000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15.6%였는데, 15년 만에 두 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

 

1인 가구 중에선 30대가 18.3%(95만 3,000가구)로 가장 높고, 70세 이상이 17.5%(91만 가구), 20대가 17.0%(88만 7,000가구)이었다. 남성(49.8%, 259만 3,000가구)과 여성(50.2%, 261만 가구)의 비율은 비슷했다. 남성 가운데는 30대(23.5%)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았고, 여성은 홀로 사는 노인 인구가 많아서인지 70세 이상(27.6%)이 높았다.

 

1인 가구의 비율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해서 20년 뒤에는 34.3%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선진국 대부분의 1인 가구 비율은 이미 30%를 훨씬 넘는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1인 가구 비율 30% 초과는 꽤 긴 세월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한국 사회의 1인 가구 증가율은 지나치게 빠르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혼밥이나 혼술이 문제인가

 

최근에는 혼밥이나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해 ‘사회적 자폐’라고 운운하는 논쟁도 벌어졌다. 청년 1인 가구 증가를 ‘N포 세대’의 상징으로 보고, 청년 세대의 열악한 현실을 걱정하면서 비롯된 논쟁일 터다. 그런데 혼자 먹고 마시는 밥이나 술, 혼자 놀기를 즐기는 현상을 ‘문제’로만 볼 일은 아닌 듯하다. 필자 같은 386세대 가운데 혼자 밥이나 술을 해결하고, 혼자 영화 감상을 즐기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본인은 고사하고, 비슷한 또래의 사람(특히 남성)이 배우자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와서 밥을 먹는 일에 대해서조차 이러쿵저러쿵 편견의 날개를 펴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런 면에서 특히 청년 세대들의 혼술이나 혼밥은(사정이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자기표현이 정확하고 남의 눈치 안 보는 당당한 모습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문제는 혼밥이나 혼술이라는 1인 가구의 피상적인 면만 바라보는 태도로부터 한 걸음 더 파고들어, 1인 가구가 체감하는 물질적, 사회적 고충은 물론 정서적 고충까지 들여다보고 어떤 대처가 필요한지 연구하는 노력 여부다.

 

청년들의 팍팍한 삶은 혼인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고, 미혼 또는 비혼의 청년들이 늘어 간다는 사실로 반증된다. 몇 년 전부터 가톨릭교회 내에서도 30-4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 사목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대두되었다. 교구마다 ‘선택’(Choice)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35세 미만으로 연령 제한이 생겨, 35세 이상의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마땅히 찾기 어렵다.

 

9월 2일부터 토요일마다(오후 7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35-45세의 기혼(미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늘 푸른 청년’ 미사를 시작한다는 고무적인 소식이 들린다. 일시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청년 모임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 혼인했든 하지 않았든, 또 연령과 무관하게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도 절실하다.

 

 

가정 사목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2016년에 발표한 결혼과 가정의 문제에 관한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은 젊은이들이 혼인을 꺼리게 된 추세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다양한 가정 형태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담겨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교황님이 가정을 대하는 교회의 방식이 오늘날의 위기 상황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는 점을 인정하시면서, 먼저 교회가 반성해야 할 점부터 제시하셨다는 점이다(36-37항 참조).

 

첫째, 혼인에 대해 유독 자녀 출산의 의무만을 강조해서, 사랑을 키워 나가라는 부르심과 상호 도움의 이상이 가려졌다.

 

둘째, 혼인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인위적인 신학적 이상, 곧 실제 가정의 구체적 상황과 현실적 가능성에 동떨어진 것으로 제안했다.

 

셋째, 은총에 열려 있도록 권장하지 않은 채 교리적 · 생명 윤리적 · 도덕적 주제들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교회가 이미 가정에 충분히 도움을 주고 부부 유대를 강화하며, 부부가 함께하는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넷째, 혼인을 개인의 성장과 완성의 역동적 여정으로 제시하기보다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짐으로 더 많이 제시했다.

 

이런 솔직한 자기반성 뒤, 교황님은 혼인과 가족의 문제를 추상적 사변이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풀어 보려는 방식을 준비하신다.

 

「사랑의 기쁨」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교황님이 통상적인 가정 상황에서 조금 빗겨나 있는 사람들, 예컨대 ‘사회적인 혼인 계약을 맺은 이들,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 또는 단순히 동거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신 점이다. 이런 상황들을 ‘irregular’로 지칭하시면서, 이들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사목적인 식별을 우선하자고 제안하신 것이다.

 

그런데 「사랑의 기쁨」 한국어 번역본에는 ‘irregular’가 ‘비정상적’으로 번역되었는데(78항, 296-305항), ‘irregular’ 가정의 상황을 ‘비정상’으로 지칭하는 게 온당한지 의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양친과 자녀가 함께 생활하는 가정만이 ‘정상’(normal) 가정이고, 편부모(single parent), 조손 가정, 혼합 가정, 입양아를 키우는 가정 등을 ‘비정상’(abnormal) 가정이라고 지칭하다가, 최근에는 가족 구조에 관해 정상이나 비정상 등의 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마 교황님도 이런 경향을 의식하여 조심스럽게 선택하신 용어가 아닐까? 또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며 신앙생활을 잘하는 가족을 ‘성가정’으로 지칭하는 교회의 태도로부터 1인 가구들이 느낄 소외감을 생각한다면, 용어 선택 하나에도 더 세심한 주의가 요청된다.

 

 

‘따로 또 같이’ 문화를 지향하는 교회

 

1인 가구 500만 가운데, 20-30대 청년층이 3분의 1이 넘는 35%를 차지하고, 20% 가까이 차지한 1인 가구는 홀로 사는 노인층이다. 특히 노년층과 남성 장년층의 자살률이 더욱 증가하는 상황을 보면, 장·노년층 1인 가구의 삶은 앞으로 더욱더 심각한 사회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마다 장년층 이상의 홀로 사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생활 지원 프로젝트(경제·사회·정서적 안전망)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노년층에 대한 교회의 대응은 어떨까? 일부 사제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노인 사목’은 교회가 가장 손대기 힘들어하는 부문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실제로 평일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인 본당이 많고, 본당에서 갖가지 활동에 참여하는 이른바 ‘열성’ 신자들이 고령화되어 가는 추세지만, 교회가 노년층(홀로 사는)의 현황을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가부장적이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한국 사회에서 홀로 사는 장·노년 남성 신자들은 대부분 교회와 담을 쌓고 있는 상태일 것으로 추측된다. 나이 듦을 일종의 ‘질병’으로, 노인의 존재를 ‘사회적 부담’으로 간주하는 태도를 어떻게 전환해 나갈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혼자 살든 여럿이 살든 누구나 가정 공동체를 벗어나 살 수 없다. 따라서 혼인과 가정에 관한 교황님의 권고는 신자 개개인과 가정 관련 사목자 모두를 향한다. 1인 가구의 급증은 말할 것도 없고, 낮은 혼인율과 출산율, 높은 이혼율, 노인층과 장년층 자살의 증가 등, 한국의 가정은 불안정한 상태를 넘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불안정한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한국의 가정은 ‘불안정한’ 가정들이 ‘일반적’(regular)이라고 말해야 할 지경이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교회가 이런 현실을 구체적으로 자각하고 몸으로 나서서 살피는 실천이 긴요하다.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저는 더 좋아합니다. 저는 중심이 되려고 노심초사하다가 집착과 절차의 거미줄에 사로잡히고 마는 교회를 원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우리의 양심을 괴롭히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수많은 우리 형제자매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맺는 친교에서 위로와 빛을 받지 못하고 힘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복음의 기쁨」, 49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회의 사명은 종종 야전 병원의 사명과 비슷하다.”( 「사랑의 기쁨」, 291항)고 말씀하신 것은, 세계 각지의 가정 상황이 말 그대로 전쟁터 한복판에서 피 흘리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소에 비유될 지경이라는 현실 진단에 기초한다. 또 교황님은 “가정은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기회”( 「사랑의 기쁨」, 7항)라고도 말씀하신다.

 

혼자의 삶을 즐기는 것처럼 보여도 너무도 자주 외롭다고 하소연하는 청년에게도, 여럿이 살지만 각자의 방에서 SNS로나 소통하는 가족들에게도 채워지고 치유되어야 할 부분은 있게 마련이다. ‘따로’도 괜찮지만, ‘어울려’ 지내는 일에도 스스럼없는 사람이 되도록 격려하고 동반하는 교회, ‘따로 또 같이’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교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박은미 헬레나 -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 총무이며,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외래 교수와 품심리상담센터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9월호, 박은미 헬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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