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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같이 일하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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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478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7) 같이 일하기 싫어요

 

 

Q. 성당에서 단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는 일주일에 한 번 두 사람이 짝을 지어 쉬는신자를 방문하는데 같이 다니는 자매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입니다. 사람은 착하고 고지식한 것 같은데, 늘 표정이 우울하고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서 저도 기분이 우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자매의 집안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늘 “세상은 유배지”라고 하면서 자기는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데 처음에는 이해가 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짜증이 납니다. 힘들게 사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가 문제인지요? 비슷한 환경의 다른 자매는 늘 환하게 웃고 다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고 사는데 그 자매는 왜 그런지 이해가 안 가네요.

 

 

A. 상황이 비슷하게 어려워도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어떤 이는 긍정적으로 반응하는가 하면, 그 자매님처럼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분도 있지요. 그렇다면 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일까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하나는 자기 삶의 힘겨움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것들은 보려고 하지 않을 때 그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럼 세상이란 어떤 곳일까요? 그 자매님 말처럼 유배지이고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는 그런 곳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이 그래도 살 만한 곳이란 것을 18세기 목사이자 약물학자인 에드워드 스턴은 “조물주는 병이 있는 곳에 병을 고치는 약을 마련해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열대지방에는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모기들이 극성을 부리는데 그 지역에는 키나라는 약용식물이 있어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또 영국은 풍토가 음습해서 사람들이 감기나 신경통에 잘 걸리는데 이곳 사람들은 버드나무 껍질을 달여 마셔서 병을 달랜다고 합니다. 버드나무 껍질의 ‘살리신’이란 성분이 바로 아스피린의 원료입니다.

 

아울러 에스키모인들은 쌀과 채소가 부족해 생선과 육류로 생활하는데 이들은 성인병에 걸린 사람이 없답니다. 왜냐하면,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한 등푸른 생선을 먹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세상은 아주 못살 곳이 아닌 잘 찾아보면 살 만한 곳이란 것을 에드워드 목사는 역설했습니다.

 

이것은 우리 인생살이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어느 본당에서 연말에 최고 봉사자를 선발하는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같이 일하고 싶은 봉사자’란 부제목이 붙은 선발대회에서 한 자매가 뽑혔는데 거의 만장일치였습니다.

 

그런데 그 자매를 뽑은 심사위원들 말이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평가해서 사람들은 그 자매에게 생활의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자기는 우울해지려고 할 때마다 자기 기분을 달래주는 글을 읽는다며 종이 한 장을 내미는데 종이에는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십대 자식이 자기가 하고픈 것을 해주지 않는다고 삐쳐서 방문을 닫고 열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아이가 거리에서 방황하는 가출 청소년이 아니라 집에 잘 있다는 것이다. 세금이 많이 나왔다면 그것은 실업자가 아니라 직장인이란 의미이며, 전에 입던 옷을 오랜만에 입었더니 실밥이 터질 듯 꽉 조여온다면 그것은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증거다.

 

성당에서 뒷자리 신자 분이 엉망진창으로 성가를 불러 기분이 상했다면, 그것은 내 귀가 먹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잠을 자려는데 온몸이 피곤하고 뻐근하다면 그것은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다.

 

이른 새벽 자명종 소리에 잠이 깼다면 그것은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뜻하고, 전자우편이 너무 많이 왔다면 그것은 아직도 내게 관심을 둔 사람이 많다는 것이며, 설거지통에 그릇이 산처럼 쌓였다면 그것은 내가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거나 식구들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냄새가 심한 양말이 늘 바구니 하나 가득 나온다면 그것은 가족들이 무척 활동적이란 것을 의미하고, 집안 청소가 하기 싫고 집안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가 노숙자가 아니란 뜻이다.

 

밤새도록 피 터지게 부부싸움을 했다면 아직은 부부가 힘이 넘칠 정도로 싱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죽도로 밉다면 아직은 내가 기운이 남아돈다는 것을 말한다. 갖고 싶은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아 속상하다면 그것은 아직은 내가 젊다는 증거다.’

 

요지는 세상을 살맛나게 살려면 살맛나게 하는 것들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옛말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말을 잘 음미해야 하는 것은 적어도 솟아날 구멍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노력은 해야 한다는 뜻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살길을 찾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힘들 때 힘든 것만 생각하면 더 힘들어집니다. 힘들 때일수록 그래도 살 만한 이유를 찾는 것, 나를 살맛나게 하는 게 무엇이 있는가를 찾아내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혜로운 삶의 방법입니다.

 

[평화신문, 2009년 8월 23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doban87@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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