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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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마음 편한 삶을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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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489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41) 마음 편한 삶을 살려면

 

 

Q.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왜 이렇게 속상한 일들이 자꾸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족들에 대한 짜증도 자꾸만 늘어가고요.

 

 

A. 상담을 받는 분 중에 상당수가 자매님과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매님이 가진 문제에 대한 답을 두 가지만 말씀드리지요.

 

첫째는 지금보다 좀 더 편하게 살기를 원하신다면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고 사람 중에 아무 문제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인생에 아무 문제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바람이 지나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해지고 작은 일에도 소스라치게 됩니다.

 

우스갯소리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처음 본당신부 임기를 마친 신부가 주교님께 청원했다고 합니다.

 

“주교님 제가 지난 5년간 사목한 본당은 제가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제발 편하고 조용한 곳으로 보내주십시오.” 주교님은 산골짜기 피정센터로 발령을 내셨다고 합니다.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에 그 신부는 다시 주교님을 찾아뵙고 “그런 곳 말고 본당으로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했더니, 주교님께서 혀를 차면서 하시는 말씀, “네가 바로 전에 있던 본당이 우리 교구에서 가장 조용한 곳이었느니라” 하시더랍니다.

 

본당은 어디에나 크고 작은 문제가 있습니다. ‘왜 이 본당은 이리도 문제가 많아, 왜 이리도 시끄러운 거야’ 하면 본당신부 생활하기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본당이나 이 정도 문제는 다 있어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본당신부 생활을 비교적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을 마음 편하게 살기 위한 두 번째 답은 남의 문제를 보지 말고 자기 문제만 보라는 것입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열 분 중에 여덟아홉 분은 자기문제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 문제를 안고 오십니다. 왜 자기문제가 아닌, 남의 문제를 가지고 올까요?

 

사람은 자기문제를 보는 것보다 다른 사람 문제를 보는 것을 더 즐거워하기 때문입니다. 자매님은 어떠신가요? 내 문제를 고해성사 보는 것과 여러 사람이 모여서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쉬울까요? 당연히 다른 사람 문제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내 문제를 보는 것은 어렵고 힘이 듭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건 상담을 받으러 가건 자기문제가 아닌 남의 문제를 이고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미안스럽게도 사람은 남의 문제를 보는 동안에는 절대로 마음의 편안함을 얻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자기 안의 문제를 보면서부터 진정한 의미의 자유로움과 마음의 편안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사 중에 우리는 ‘제 탓이요’ 하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모든 일의 해결점을 내 안에서 찾는 것이 영성수련의 시작입니다.

 

여러 사람이 여행을 하다 보면 대개 두 부류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경치를 보면서 감탄하고 놀라워하면서 사진찍기 바쁜 그룹과 같이 다니는 사람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면서 감시하고 뒷전에서 험담하느라 경치도 보지 못하고 마음도 불편한 채로 다니는 그룹입니다. 내 안의 문제를 보고 자유로움을 느낀 사람과 늘 남의 문제를 머릿속에 담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우리 교회는 수많은 성인을 공경합니다. 우리는 성인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성인들은 당신들이 주님 앞에서 너무나 많은 문제를 가진 존재임을 보고 그 사실을 받아들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겸손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분들은 사람이 가지는 문제는 노력해서 고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고치지 못한다는 것을 아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은 인생을 무리하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사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내 문제를 볼 방법은 무엇일까요. 케쉬탈트 치료법 중 ‘빈 의자 기법’이란 것이 있습니다.

 

빈 의자에 상대방이 앉아있다고 생각하고 말을 거는 것인데, 먼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합니다. 마음 안의 온갖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모조리 다 말을 하고 난 후에는 빈 의자에 가 앉아서 이번에는 상대방 입장에서 나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역할 바꾸기’라고도 하는데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하다 보면 상대방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도 보이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마음 안의 분노나 짜증 같은 여러 가지 힘겨운 감정들이 해소되기 시작합니다. 자매님께서도 집에서 홀로 있는 시간에 빈 의자에 남편과 아이들이 차례로 앉아 있다고 생각하고 한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0년 2월 14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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