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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내 인생은 왜 그리 안 풀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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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7 ㅣ No.505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60) 내 인생은 왜 그리 안 풀릴까요?

 

 

Q. 평범한 주부입니다. 남들은 저를 보고 안정된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저는 오랫동안 인생이 불행의 연속이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결혼생활부터 그렇습니다.

 

남편은 제가 바라는 그런 이상적 남자와는 거리가 멉니다. 직장생활을 성실하게 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지만 왠지 답답한 구석이 많아 남들처럼 화끈하게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한다거나 하는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받은 월급만큼 살려고 하는 모습에 ‘내가 왜 이런 사람과 결혼을 했나’ 하는 회의에 빠질 때가 잦습니다.

 

저는 처녀 때 동네에서 알아주는 미인이었고 대학도 소위 일류대학을 나와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많았는데 저의 아버지가 너무 바람을 많이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할 남자는 오로지 나만 바라보는 사람과 하겠다고 결심해 지금 남편을 만났습니다. 바람대로 남편은 오직 나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인데, 갈수록 그런 남편이 지겨워집니다.

 

그래서 남편보고 “당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멋있어 보이라”고 말하는 데 영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납니다. 또 아들이 하나 있는데 자식도 자기 아버지를 닮아 욕심이 하나도 없고 그저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삽니다.

 

친구들은 남편 잘 만나서 떵떵거리고 사는데 저는 왜 이렇게 불행한지 모르겠습니다. 기도가 부족해서일까요? 어떤 사람은 미인박명이라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하는데 정말 그런 것일까요?

 

 

A. 자매님 이야기를 들으니 답답하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자매님 연배에 아직도 외모로 자신을 평가하려는 것을 보니 자매님 성격이 그리 건강한 분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마음의 성숙함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미 중년기에 접어드신 분이 아직도 자신의 미모를 운운하시는 것을 보면 자매님 감성지수가 그리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철이 덜 들었다는 것이지요.

 

자매님께서 자신의 인생이 불행의 연속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그런 관점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자매님 문제는 행복을 구하는 방법이 잘못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차라리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지 하는 사람들 역시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그것이 잘 안 돼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도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건만 행복은 더디고 어렵게 찾아오고 불행은 너무나 쉽고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죽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많은 경우 행복을 선택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흔한 경우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 대부분이 “내가 지금 불행한 것은 누구누구 때문이야” 하는 말을 하십니다. 남편 때문이야 혹은 자식 때문이야, 때론 이웃 누구 때문에 그렇다는 말들을 하십니다.

 

사실 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사는 사람들이 내 속을 썩이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보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행복하게 해줘야 할 의무를 가진 사람들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생각인데도 많은 분이 이런 생각을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착각 속에 사는 이유는 ‘유아기적 전지전능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아기가 보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어른들의 여러 가지 행동을 유발합니다.

 

그런데 아기들은 어른들 반응을 보면서 자기가 아주 대단한 존재인양 착각하는데, 이런 유아기적 전능감이 잠재의식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면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철없는 아기처럼 사람들이 자기만을 바라보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기를 바라는 철부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나에게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런 착각 속에 살면서 자기 기대 충족이 되지 않으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것들, 채워지지 않은 것들을 슬퍼하느라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는 감사하지 않는 형편없는 인생을 살게 되지요.

 

그런데 이렇게 살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불행하다고 생각지 않고 “욕심 많은 여편네”라고 뒷전에서 험담할 것입니다. 따라서 자매님께서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원하신다면 '덜어냄의 삶'을 사셔야 합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는 삶, 다른 사람들에 대한, 특히 가족들에 대한 기대를 덜어내는 삶을 사셔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의 불행감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0년 7월 4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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