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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교회를 가다1: 베트남 사회와 교회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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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3-31 ㅣ No.137

[베트남 교회를 가다] (1) 베트남 사회와 교회 상황


박해 · 가난에도 굳게 지켜낸 신앙

 

 

전쟁 속에서 유일하게 남은 빈탄신학교 성전. 현재 빈탄신학교에는 빈교구와 탄화교구의 신학생 120여 명이 6년 과정으로 교육받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역사적 대치상황, 식민통치의 뼈아픈 기억, 남북으로 갈라져 벌인 동족상잔의 전쟁. 베트남과 한국이 가진 공통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박해의 역사와 수많은 순교자, 비슷한 숫자의 성인(117위)이 존재하는 교회 등 베트남은 많은 부분 우리와 닮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베트남 교회는 선교를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으로 곳곳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본지는 베트남 사회와 교회의 상황, 지역마다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본당들의 현황, 월남전쟁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중부지역 복지문제에 대해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사회주의 정권과 불완전한 종교의 자유 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고 어두운 곳에 등불이 되고 있는 베트남 교회를 찾았다.

 

 

베트남 사회와 문화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남북으로 약 1600㎞에 걸쳐 길게 뻗어 있다. 북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라오스 및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하고, 동쪽과 남쪽으로는 남중국해에 면해 있다. 면적은 대한민국(남한)의 3.3배(32만9315㎢), 인구는 1.8배(8853만7000명)에 달한다.

 

베트남은 2020년까지 ‘현대화, 공업화’의 기치를 내걸고 경제적 성장을 꾀하고 있는 신흥개발도상국이다. 자국의 산업보호와 강력한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헌법 개정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통해 개혁과 개방을 도모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중국과 1000년의 항쟁, 프랑스와 100년의 투쟁, 미국과 8년의 전쟁 등 베트남 민족은 끊임없이 침략자에 억눌려 가난과 질병 속에서 살아왔다. 그들은 가족과 민족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인고의 세월을 참고 견뎌온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자연 조건의 영향으로 그들만의 끈기와 인내를 지니게 됐다.

 

베트남 사람들은 친근하고 정이 많다. 손님을 접대할 줄 아는 예절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은데, 열대지방의 낙천성 때문인지 외국인을 보면 피하지 않고 친근감 있게 대한다.

 

때마침 베트남을 찾은 시기는 한국의 음력설과 같은 베트남 최대의 명절 뗏(TET) 기간이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식구도 본가를 찾아가 한가족이 모두 모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잘 차려 먹으며 형제 가족 간에 우애를 다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날 전에는 집안을 청소하고 남에게 빚이 있으면 갚고 새해를 새롭게 맞는다. 설빔을 입고 친지를 찾아 새해의 행운을 비는 인사를 나눈다. 설 전날부터 폭죽을 요란하게 터뜨리며 축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긴다. 어른들은 노름도 즐긴다. 이 축제는 설날부터 보름간이나 계속되고 있었다.

 

 

베트남 교회의 과거와 현재

 

주일을 맞아 성당을 찾는 베트남 시골 마을 신자들.

 

 

베트남 교회는 16세기 프랑스 선교사인 이냐시오 신부가 첫 발을 내딛은 이후 활발한 교역과 포교가 이뤄진다. 한국에선 박해가 이뤄지던 19세기 초 베트남은 이미 3명의 주교와 55명의 외국인 선교사 사제, 121명의 방인 사제를 보유한 커다란 교회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베트남의 응우옌 왕조는 서구 사상이 왕조 유지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으로 1825년부터 공식적으로 가톨릭교회에 대한 박해를 시작한다. 이 박해는 1848년부터 훨씬 더 심해져 13만 명에 이르는 신자가 순교하게 된다. 이후 프랑스는 중국 대륙에 대한 정치적 욕심으로 베트남을 침략한다. 1867년부터 1954년까지 이어진 식민지 시기는 베트남 민족으로서는 굴욕의 시기였지만 가톨릭교회로서는 본격적인 황금기를 맞이하며 교육과 복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100여 년의 황금기를 보낸 베트남교회는 1954년 전쟁의 발발로 또다시 커다란 시련을 맞는다. 북부 지역의 성직자들은 감옥으로 잡혀가고 신자들은 남쪽으로 피란을 떠난다. 특히 전쟁 이후 무신론적 관념이 팽배해지고 성전이 파괴되면서 신자들의 신앙생활도 축소됐다.

 

이후 정부는 교회의 재건을 허락하지 않다가 1988년 즈음에야 복구가 시작된다. 또 제한적인 종교 활동이 허락되면서 많은 성소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는 자유에 대한 갈망과 부모로부터 끊이지 않고 내려온 신앙의 유산 때문이다.

 

1988년 정부가 신앙의 자유를 일부 허용하기 이전까지는 신자들 가정에서는 많은 경우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신론적 공산주의에 물들어 신앙을 잃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들에게 있어서 신앙은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작년부터 신학교 입학과 사제서품을 매년 허용하고(이전까지는 격년 허용, 인원 제한) 명절 때 가톨릭기관을 방문하는 등 유화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아직까지 성당 외 지역에서의 종교 활동이나 선교는 금하고 있다.

 

 

[인터뷰] 베트남 빈교구장 가오 딘 투이엔 주교


“세계 교회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 가오 딘 투이엔 주교.

 

 

“한국교회의 베트남에 대한 호의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는 베트남교회이지만 빛과 소금의 역할을 위해 더욱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청빈의 모습이 그득 배인 빈교구청의 교구장 집무실에서 83세의 가오 딘 투이엔 주교를 만났다.

 

“교구청이 위치한 이 지역은 주교좌성당뿐 아니라 수도원 신학교 등이 포탄으로 무너져 내려 재건한 곳입니다. 현재 베트남 남부에는 많은 성당들이 신축됐지만 북부와 중부에는 신자들을 위한 성전이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가오 딘 투이엔 주교는 “대부분의 가난한 본당들의 경우에 성전을 수리, 증축할 여력이 없어 신자들이 성당 밖에서 전례와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해외 교회의 도움을 얻어 성전도 고치고 복지사업도 펼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빈교구는 다른 교구와 마찬가지로 정부와의 문제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현재 상황이 조금 좋아져 보이지만 아직까지 갈등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요즘 들어 설날을 맞아 인사를 전해오는 등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에안지역 내 장애인 시설을 방문하고 선물을 전하는 등 정부의 이런 관심은 유례가 없어서 기쁜 마음으로 희망을 품게 됩니다.”

 

빈교구가 위치한 베트남 중부 지역은 전쟁 피해가 가장 심했던 지역이다. 그래서 기형아의 출산이나 장애를 가진 이들이 많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며 복지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장애인 시설이나 복지관을 만들려고 해도 정부가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혐오시설이라는 이유 때문이죠. 정부의 이런 정책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 중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베트남교회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세계교회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가오 딘 투이엔 주교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엄청난 성장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주님의 평화 속에서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베트남 가톨릭교회 현황

 

▲ 교구 : 3개 대교구 포함 총 26개 교구

▲ 신자 : 800여 만 명

▲ 사제 : 3000여 명

▲ 주교단 : 추기경 1명, 대주교 2명, 주교 39명

▲ 수도자 : 73개 수도회 2만 3000여 명

▲ 신학생 : 7개 신학교 1500여 명

▲ 연간 세례 : 16만 4000여 명

▲ 연간 견진 : 1만 2000여 명

 

※ 특이할 점은 16만여 명의 새 신자 중 12만여 명이 7세 이하의 유아세례이며 나머지 4만여 명도 혼배성사를 통해 신자가 된 경우다. 베트남 정부는 가톨릭으로 개종을 할 경우 자녀의 교육 등 모든 혜택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엄격하게 선교를 금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0년 3월 7일, 에안(베트남)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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