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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교회: 중동지역의 가톨릭 현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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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14 ㅣ No.154

[세계 교회 동향] 중동 교회 - 중동지역의 가톨릭 현존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재조명

 

역사적으로 그리스도교가 이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원인은 크게 신학적 견해의 차이와 정치, 군사적인 측면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신학적으로는 이슬람이 하느님의 삼위일체,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한다는 측면도 있으나 더 근본적으로는 유다교와 그리스도교가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실천하지 못하고 빛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하느님께서 하느님의 구원역사를 이슬람에게 맡기셨다는 이슬람의 교리에 기인합니다.

 

중세시대는 물론 근대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교가 이슬람을 인정하지 않았던 실질적인 이유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사이의 정치, 군사적 적대관계에서 비롯합니다. 7세기 이슬람교가 창설되면서 이슬람이 전 세계로 확장되자 동 · 서방 교회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중세교회는 이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연구하기보다 사탄의 종교라 비판하고 폄하하는 정서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가톨릭의 성인들마저도 이슬람에 대해 전해 들은 짧은 지식과 왜곡된 정보로 그리스도교의 호교론적 차원에서 이슬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견해는 이슬람 세계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얻은 정보와 이해의 부족으로 보입니다. 만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나 라이몬드 룰처럼 이슬람 세계를 직접 체험했더라면 무함마드와 이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보다 훨씬 긍정적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대화를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공감하게 되었고, 과거에 행한 여러 가지 과오들을 성찰하면서 용서와 화해를 통한 종교간 평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지역에서는 더욱더 그러합니다.

 

 

중동지역의 가톨릭 신앙

 

중동이라는 용어 속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대륙 사이의 중계 역할 개념과 지정학적 중심지 개념 그리고 전략적 요충지 개념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중동에 속하는 국가로는 이집트, 터키,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요르단,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연합, 오만, 예멘, 사이프러스 등이며 더 나아가 아프가니스탄과 리비아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중동국가를 말할 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랍 세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적으로 편의상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이 지역에는 아랍 국가와 비아랍 국가, 아시아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 이슬람 국가와 비이슬람 국가 그리고 유럽 국가와 밀접한 배경을 갖는 국가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지역은 대다수가 무슬림 국가이기 때문에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정부에서 허가한 교회와 장소에서만 제한적으로 공적인 전례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한을 두게 된 데에는 과거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사이의 정치, 종교적인 불신과 갈등이 깊이 자리한 데서 비롯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무슬림들이 대다수인 중동지역에 사는 가톨릭 신자들은 신앙의 정체성의 확고한 기반 위에 무슬림들과 평화를 증진하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특히 주재원으로 많이 나가 있는 한인 가톨릭 신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한국 교회 신앙 선조들을 본받아

 

중동지역의 담당 주교님들은 다른 해외 한인 공동체와 달리 단지 한인 공동체 사목만을 위해 한인 사제가 파견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러 다른 나라의 가톨릭 신자들도 많기에 이들을 위한 봉사도 요청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어 외에 그 지역의 공용 언어도 할 줄 아는 사제들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중동지역에서 사목을 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과 위험이 수반되기에 다른 해외 지역과는 달리 이 지역의 한인 사제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중동지역에 계신 다른 나라 신부님들이 한인 공동체를 위해 별도로 미사를 드려준다는 것은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리비아 공동체는 필리핀 신부님이 한국어 발음을 익혀 미사를 드리고 있고, 두바이 공동체와 쿠웨이트 공동체도 한국어 미사는 아니지만 한인 공동체를 위해 별도로 영어 미사를 드려주고 계십니다.

 

가톨릭 신자 수로 보면 다른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온 신자 수가 훨씬 많은데 한인 공동체를 위해 미사를 드린다는 것은 중동지역의 특수성에 따른 정치적 요소도 작용합니다.

 

중동지역의 한국 기업 공헌도와 국가위상 때문에 한인 공동체를 내세우는 것이 지역 교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기쁘고 자랑스러운 것은 중동지역의 한인 신자들이 사제가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자생적으로 신앙공동체를 만들고 한국 교회의 초석을 다진 선조 신앙의 정신을 중동지역에서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려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다른 해외 공동체와 달리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주재원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3-5년 주기로 떠나는 신자들이 많아 불안정한 공동체 구조를 지닌다는 점입니다.

 

한국적 환경과 전혀 다른 이슬람 신앙세계를 접하면서 신앙의 정체성에 혼동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가령 중동지역 대부분이 금요일이 휴일이기 때문에 이때 주일미사를 드려야 하고, 이 밖에 특수한 상황으로 정해진 대축일 날짜를 지역 현실에 맞춰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외국 신부님이 사목적으로 도움을 주고 계신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한국어를 통한 깊은 내면적 교류를 갖지 못하는 데서 오는 영혼의 갈증도 있습니다.

 

또한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책임을 맡은 분들이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경우에 교회의 보편적 지침 등 중심을 잡아줄 지도신부가 없어서 보편적 신앙의 교회 공동체를 자칫 인간적 만남에 중심을 두는 세속의 친목단체의 성격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오류도 잠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에도 제가 중동지역 한인 가톨릭 신자 분들에게 큰 기대를 거는 것은, 각 지역에서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한데 어울려서 체험한 소중한 영적 자산들이 무슬림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분들에게 좀 더 객관적이고 새로운 시각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무슬림과의 평화증진을 위한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라 봅니다.

 

 

중동지역 한인 공동체 탄생

 

이러한 배경 속에서 올 2월 초 한인 가톨릭 사목보조자 협의회(AKCCME, Association of Korean Catholic Community in Middle East)를 발족하고 해외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주교님께 관심과 사목적 지원을 부탁드렸습니다.

 

AKCCME는 현재 한인 사제가 없는 아랍에미리트 연합(두바이, 카타르), 이집트 카이로, 리비아, 이란, 모로코 그리고 제가 있는 터키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여유 시간을 내기 힘든 근무 여건에,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시차도 있지만 우선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의사소통을 하며 공동체 간 신앙의 친교를 나누기 시작하였습니다.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던 영역이고 기초를 놓는 단계라 도전과 모험이 따르고 시행착오와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령께서 이끌어오셨듯이 앞으로도 성령께서 함께하시며 그분 친히 AKCCME를 이끌어 가시리라 믿습니다. 그분이 아파하시고 그분 손길이 필요한 중동지역을 위해 여러분의 정성어린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고인현 도미니코 - 작은형제회 소속 신부로 터키 이스탄불에서 무슬림 관련 소임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0년 8월호, 고인현 도미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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