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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간추린 사회교리: 사회교리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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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15 ㅣ No.997

[간추린 사회교리] 사회교리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오늘날 교회는 사회교리가 복음화의 필수적인 요소임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신앙의 개인적 · 실존적 측면에 강조점을 두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신앙의 공동체적 · 사회적 측면에 대한 현대 교회의 재발견은 자연스럽게 사회교리에 대한 관심과 강조를 낳았다. 사실, 신앙은 사적(private)인 차원뿐만 아니라 공적(public) 차원을 포함한다.

이러한 신앙의 공공성에 대한 성찰, 곧 사회 안의 신앙의 모습에 대한 성찰은 복음화 역시 개인의 복음화와 사회의 복음화 모두를 포함한다는 깨달음과 연결되어 있다. 결국 사회교리는 교회의 사회 복음화 사명에 대한 깨달음의 표현(「간추린 사회교리」, 524항)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교리와 새로운 복음화

현대세계 안에서 교회의 위기, 신앙의 위기는 신앙이 삶의 영역에서 실제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에서 출발한다. 신앙이 그저 종교 영역 안에서만 고백될 뿐, 구체적 삶 안에서 그리고 사회 안에서 고백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열망을 낳았다. 다시 말해,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강조 안에는 신앙과 삶의 통합, 앎으로서의 신앙과 행동으로서의 신앙의 통합, 고백되는 신앙과 살아내는 신앙의 통합에 대한 열망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금 단순하게 말해, 사회교리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재강조는 삶과 사회 안에서 고백되고 표현(실천)되는 신앙에 대한 갈망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곧 사회교리가 새로운 복음화의 핵심요소임을 의미한다(「간추린 사회교리」, 523항). 교회 안에서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이야기와 사회교리에 대한 강조가 나란히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교회의 사회사목 활동의 준거로서의 사회교리

“교회의 사회교리는 사회활동 영역에서 사목활동의 근본기준을 제공한다. 곧 복음을 선포하기, 복음 메시지를 사회 현실의 배경 안에 놓기, 사회 현실의 쇄신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계획하기, 사회 현실을 그리스도교 도덕의 요구에 부합시키기 등이다”(「간추린 사회교리」, 526항). 이처럼 사회교리는 교회의 사회사목 활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그러한 방향으로 사회사목 활동을 하려면, 사회교리 안에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이 담겨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교회의 사회교리 문헌들 안에는 구체적 사회 분석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교회의 사회교리가 사회 문제들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들이나 구체적 정책들의 제시를 포함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복음 메시지를 사회 현실의 배경 안에 놓기” 위해서는, 그리고 “사회 현실의 쇄신을 목적으로 하는 (실천적) 활동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사회 현상에 대한 더욱 정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물론 보편교회가 제시하는 사회교리의 문헌들은 사회 현실들 안에서 고백되고 표현되어야 할 신앙적 원칙들에 대한 선언과 가르침이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세계적 현상이라 할지라도 각 지역에 따라 다르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 지구적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보편교회는 어쩔 수 없이 좀 더 포괄적인 시선과 원칙을 선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교회들은 보편교회의 사회교리들을 좀 더 구체화하고 세밀하게 적용시키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럴 때, 사회교리는 더 구체적 실천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교리는 어떻게 실현(실천)되어야 하는가?

사회교리는 단순한 이론적 선언이 아니라 행동의 토대이며 동기 부여다(「백주년」, 57항). 교회의 사회교리 실현은 사회교리의 교육, 사회 문제에 대한 교도권의 개입(「간추린 사회교리」, 72항), 모든 신자들(주교, 신부, 수도자, 평신도)의 실천적 수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회교리 교육의 강화

신앙의 전수는 말씀(복음)과 성사(전례)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교리교육 역시 신앙 전수의 핵심 통로의 하나다. 교리교육은 신앙의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교회는 예비신자 교리, 견진 교리, 신자들의 재교육 등 모든 교리교육의 장 안에 사회교리에 대한 가르침이 자리 잡게 해야 한다. 가톨릭 교육 기관들과 신학교의 양성과정 안에도 사회교리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교리주간’ 등을 제정해서 사회교리와 사회 복음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야 한다.


현실 사회 문제들에 대한 교도권의 개입

“교회의 사회교리는 교도권이 사회 문제에 수없이 개입하면서 만들어졌다”(「간추린 사회교리」, 72항). 이처럼 사회교리의 발생동기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 사회 문제들에 대한 교도권의 개입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교도권의 임무와 책임이다. 물론 교회 교도권의 사회문제에 대한 개입은 국가의 통치행위에 대한 침해를 의미하지 않는다. 교도권의 사회 문제에 대한 개입은 사회 복음화의 맥락에서, 그리고 사회 안에서의 신자들의 신앙적 가치관의 실현에 용기를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571항).

교회 교도권은 국가의 자율권을 존중한다. 하지만 교도권은 복음의 빛에 비추어 사회 문제들에 대해 개입할 수 있고 또 개입해야 한다. 인권의 영역(552-553항), 문화의 영역(554-562항), 경제의 영역(563-564항), 정치의 영역(565-574항)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복음의 사회적 가치가 실현되도록 교도권은 능동적 개입을 통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교회 교도권은 평신도들이 사회적 삶의 모든 영역에서 복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책무가 있다.

한국교회 안에서 주교회의의 사회적 발언들을 둘러싼 논쟁은 사실 사회 문제에 대한 교도권의 개입에 대한 오해에서 빚어진 것이다. 교도권의 사회적 발언은 정치개입의 차원이 아니라 교회의 사회교리 실현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낙태와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교회 교도권의 발언과 개입은 인권과 (생명)문화의 영역에서의 교도권의 사회교리 실천의 문제다.

또한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와 정치적 불공정의 문제에 대한 교도권의 개입 역시 마찬가지다. 가끔 한국교회 안에는 문화의 영역에서만 교도권의 사회적 개입이 이루어지고 경제와 정치의 영역에서의 개입은 꺼려 하는 경향이 보이기도 한다. 이는 사회 문제에 대한 교도권의 개입이라는 측면을 너무 좁게 이해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교리에 대한 모든 신자들의 실천적 수행

하느님의 모든 백성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교리 실천의 의무를 지닌다. 성직자들은 성사 거행과 사회교리의 교육을 통해 신자들의 사회적 책임 수행을 도울 의무가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539항). 성직자의 사회사목 활동이 성사 거행과 사회교리 교육에 있다는 것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곧, 교회의 사회 복음화 실현은 주로 평신도의 일이라고 잘못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교회가 거행하는 성사 그 자체 안에 사회 복음화의 지향이 본질적으로 담겨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인식이다. 곧, 성사를 통해 은총 속에 살아가는 하느님의 모든 백성은 사회 복음화의 의무를 지닌다는 뜻이다. 성사의 사회적 차원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사회교리에 대한 교육은 성직자의 필수 임무다.

사회 복음화를 위한 전적인 투신은 무엇보다 평신도의 의무다. 평신도는 세상 속에서 복음을 증언해야 할 직접적인 책임을 지닌다. 평신도는 자신의 신앙을 세상 현실 안에서 고백하고 증언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사실 성직자들은 평신도들이 세상 속에서 사회교리의 구체적 실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원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평신도가 바로 세상 속의 사제들이다.


사회교리 실천에 대한 반성과 성찰

“교회의 사회교리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실천될 때 온전히 현실이 된다”(「간추린 사회교리」, 551항). 모든 교리가 다 그러해야 하지만, 특히 사회교리는 단순히 선언과 이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교리가 성직자들의 설교 안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사회교리가 단순히 교육을 통한 가르침 안에서만 끝나면 더더욱 안 된다.

사회교리의 신뢰성은 오직 행동의 증거에서 드러난다(551항). 사회교리는 교회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하느님의 모든 백성들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사회교리의 교육 역시 무엇보다 생활의 증거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스도인 생활의 증거는 엄청난 교육적 가치를 지니기”(530항) 때문이다.

많은 신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사회교리의 가장 큰 약점과 한계는 사회교리의 내용이 교회 자신의 삶에서부터 잘 실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 교회 안에서 사회교리가 선포와 선언과 말로 하는 교육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회교리는 오직 실천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교리는 세상에 대한 복음화와 교회의 삶의 쇄신을 함께 요구한다.

[경향잡지, 2012년 12월호, 정희완 요한(안동교구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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