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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교구 시노드 문서를 통해 본 한국 교회의 선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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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4 ㅣ No.97

[경향 돋보기] 교구 시노드 문서를 통해 본 한국 교회의 선교관

 

 

한국 교회에서는 1982년 부산교구가 가장 먼저 시노드를 시작하였고, 이어 대구대교구, 인천교구, 수원교구, 서울대교구가, 그리고 최근에는 청주교구가 시노드를 마쳤다. 대희년 이후에 나온 교구 시노드 문서를 ‘선교’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해 보았다.

 

최근 들어 각 교구에서는 신자들의 선교열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복음화 2020’, 청주교구의 ‘비전 2050’, 마산교구의 ‘WJC-32X’와 ‘비전 1030’ 등 교구마다 선교목표를 세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가두선교운동, 잃은 양과 새로운 양 찾기 운동, 선교왕 시상, 선교전략 강좌 등도 더 활발해진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구마다 발표한 ‘시노드 문서’를 분석해 보는 것은 ‘선교’에 대한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각 교구에서 오랜 기간의 논의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복음화는 과정이 중요하다

 

먼저 장 ? 단점을 제시하기에 앞서 우려되는 것은 문서가 사장되지 않을까 하는 의혹이다. 지난번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때도 그랬듯이 시노드의 최종문헌도 그런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시노드 과정에는 교구민들이 한 마음으로 관심을 보이다가, 막상 시노드가 폐막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돌아설까 적이 걱정되는 것은 왜일까? 무엇이든 실천하지 않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런 어리석음을 두 번 다시 범하지 않으려면 땀 흘린 결과물에 대한 실질적인 ‘적용(Aggiornamento)’에 교구마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시노드 결과물의 실천과정에서 각 교구는 무엇보다도 교구민과의 호흡을 중시해야 한다. ‘복음화’는 목표만큼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집된 의견을 변화된 상황에 맞추어 실천하려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며, 아울러 이해를 촉구하면서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교구 시노드 최종 문헌의 내용 중 ‘선교’ 관련 내용을 검토해 보면, 전체적으로는 ‘선교’의 주요한 테마를 대부분 언급하고 있지만, ‘토착화’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 거의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지역 복음화에 대한 관심도를 나타내는 것이기에 앞으로 반드시 되짚어 보아야 할 내용이라고 본다.

 

 

각 교구 시노드 문서 분석

 

인천교구

 

“제1차 인천교구 대의원회의 최종문서”(2000년)의 경우, 마지막 부분에 ‘실천 요강 ? 개선 제안’을 담아 일상에서 실천가능한 선교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취급한 현실감 있는 제안들이 돋보인다. 그렇지만 ‘교구의 현실’을 분석한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통계에만 의존하고 있어 교회의 내적 그리고 외적인 측면에 대한 균형 있는 성찰이 부족한 듯하다. 자칫 본질적인 선교의 의미를 놓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지나치게 외적인 비율과 수치 확보에 골몰하는 식으로 교회 내부만을 응시하다 보면 외부와의 단절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언급한 ‘북방선교’ 이외에 좀 더 이웃과 지역에 대한 넓은 시선과 구체적인 접근방법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수원교구

 

“수원교구 제1차 시노두스 최종문헌”(2001년)의 경우, 현재 한국 교회의 나아갈 방향으로 공감하면서 실천하고 있는 ‘소공동체의 활성화’ 방안이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라는 강점을 지닌다고 보이며, ‘청소년 활성화’ 방안도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선교활동의 이론과 실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관심의 초점이 여전히 교회 내부구조만을 바라보고 있어서 현실과의 괴리감 또는 이웃의 주변화를 낳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선교를 지향하는 교회는 항상 지역과 사회와의 연결점을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적인 상황에서 ‘소공동체 활성화’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유일무이하다거나 완전한 선교 모델은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어느 것 하나에 집착하다 보면 다른 것을 잃을 수 있는 법이다. 소공동체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여타의 선교 방법도 잃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공동체 역시 지역 선교의 사명을 지니고 있지만, 한국 교회에서는 구역 반 모임 정도로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소공동체 활성화(내적 선교)’와 함께 ‘지역 선교(외적 선교)’를 병행한다면 쏠림도 방지하면서 이웃에게 직접 다가서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현대의 쟁점 가운데 주요 주제에 해당하는 ‘가정’과 ‘직장’과의 연관성을 함께 제시할 수 있다면 더욱 이웃과 소통하는 참된 선교가 될 것이다.

 

서울대교구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2003년)의 경우, ‘선교(Missio ad gentes)’의 두 가지 축인 외적 선교(Missio ad extra)와 내적 선교(Missio ad intra : 신앙교육)를 균형 있게 유지시키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선교’를 말하면서 지나치게 원론적인 내용을 거론하고 있어서, 정작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 호응하는 실질적인 지침이 무엇이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미흡해 보인다.

 

청주교구

 

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사목 교서 “주님과 함께 이웃으로, 세계로”(2008년)의 경우, 현대 선교의 중요한 두 가지 요소(청소년, 가정)를 예리하게 지적하면서 그에 따른 사목적 계획과 방향을 올바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역 복음화, 선교공동체, 소공동체, 직장사목, 북한선교, 해외선교, 외국인 노동자 등 현대 선교의 다양한 방향들을 거의 빠뜨림 없이 언급하면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은 탁월하며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다만 ‘선교’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올바른 해석과 함께 현실감 있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더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통하여 이론에 머무는 선교가 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천 가능한 대안을 위주로 수행한다면 좋은 사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 안에 어떻게 육화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교구별 시노드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선교’에 대한 개념이 지나치게 결과 위주이거나 숫자 위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영세율이 ○%니까 ○%를 더 높여야 한다는 식이다. 최근 각 교구의 선교정책을 보면 이 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선교를 단순히 신자 수 늘리는 정도로만 파악하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그 본래적 의미와 상충되는 것으로 위험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선교 역사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격이다.

 

‘선교(Missio)’는 본래적으로 ‘파견(mittere : 파견하다)’의 의미를 지닌다. 그리스도를 알리고자 세상에 파견되는 것이 바로 선교인 것이다. 더구나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선교’는 한마디로 ‘모든 이를 하느님과의 친교로 초대한다.’는 뜻을 지닌다.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면서 그 사랑을 모든 이와 나누려는 열린 자세를 가리키는 것이다. 결국 세상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고 전하고자 파견된 ‘선교’의 오늘의 의미를 놓고 볼 때, 그 대상에 결코 예외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점에서 ‘종교 간의 대화’와 ‘교회일치운동’, ‘토착화’가 자연히 거론될 수밖에 없다. 모두가 같은 한 하느님의 자녀라는 근본적인 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이 각 교구 시노드 문서의 ‘선교’ 부분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교회의 선교는 세상에서 교회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지 세상과 별개의 다른 세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세상에 파견된 삶이라야 선교적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한 편, 곧 ‘교회’만을 바라보거나 또는 ‘세상’ 만을 지적하는 것은 올바른 선교적 대처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선교(Missio ad gentes : 만인선교)’의 출발점을 교회 내부에서 찾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으나, 교회 외부를 항상 염두에 두면서 실행하는 것이라야 올바른 선교 방법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교회의 내부(ad intra : 쇄신과 성화)와 외부(ad extra : 회개)를 상호병행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더구나 선교의 완전하고도 영원한 모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분의 강생사실(육화)을 통하여 흔들림 없는 비전을 찾으면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한국 사회 안에서 어떻게 강생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선교의 방향이라고 하겠다.

 

* 유희석 안드레아 - 수원교구 신부. 로마 우르바노 대학에서 선교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있다.

 

[경향잡지, 2008년 10월호, 유희석 안드레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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