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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 해설6: 출구에 선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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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1-13 ㅣ No.617

[홍기선 신부의 복음의 기쁨 해설] (6) 출구에 선 교회


출발 신호가 울렸으니 떠나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 잡지 편집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예수회에 들어가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 도미니코회 수사들을 좋아했습니다. 도미니코회 수사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러나 후에, 제가 잘 알고 있는 예수회를 선택했습니다. 그 당시 신학교가 예수회원들에게 맡겨져 있었기에 그들을 잘 알게 되었거든요. 예수회의 세 가지 점이 저를 이끌었어요. 선교 사명, 공동체, 수련입니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가 교황이 되어서 교회가 지금 이렇게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 시대를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준비시켰고 교황으로 뽑으셨다. 교황은 예수회에서 조련되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일선 사목자로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시대의 징표를 읽고 하느님의 뜻과 가르침을 식별하면서 교회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였다. 현재의 교회의 모습 속에서 필요한 변화와 쇄신 그리고 사목자들의 회개를 촉구하였다. 교황으로 선택된 후, 프란치스코로 이름을 바꾸고 갑자기 자신의 삶의 기조를 바꾼 것이 아니다. 그분은 그렇게 준비되었고 살았던 분이다. 다만 보편 교회의 수장으로서의 교황 직분이 그분의 삶과 가르침을 온 세상에 전달하자, 모두가 그분을 알아보게 된 것이다. 등불이 등경 위에 제대로 놓이자 세상 사람들이 눈이 밝아진 것이다.


끊임없는 부르심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 권고문에서 강조하는 것은 교회의 선교 임무이다. 사목자들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분 주장의 기저에는 예수회의 정신이 깔려 있다. 예수회는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하여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세상 극변에 나아가 복음을 전하며 살고 있는 수도회이다.

복자품에 오른 바오로 6세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예수회원들은 교회 안의 어느 곳이든지 존재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그곳이 가장 어려운 곳이고 최전방이라 해도, 이념들의 교차점에도, 사회적 냉대와 질시 속에서도, 인간의 처절한 요구와 복음의 항구한 메시지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곳이고 현재에도 있는 곳, 바로 그곳에는 언제나 예수회원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교황은 권고문에서 하느님 말씀을 인용하며 이렇게 적고 있다. “하느님 말씀 속에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출발 신호에 반응하는 신앙인들이 역동성이 드러나 있습니다”(20항). 하느님께서 신앙인을 움직이도록 촉구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이다. 신앙인 측에서 보면 새로운 ‘도전’이다. 두려움을 동반하기에 망설임까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함께하심을 약속하며 ‘떠나라’ 하신다. “아브라함은 새로운 땅을 향하여 떠나라는 부르심을 받아들입니다(창세 12,1-3). 모세는 당신이 그를 보낸다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백성을 이끌고 약속된 땅으로 출발합니다(탈출 3,17). 하느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당신이 그를 보내면 누구에게나 가야한다고 말씀하십니다(예레 1,7).”


출발 신호가 떨어졌으니

오늘날 교회는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새로운 세계를 향하도록 하느님의 명령을 받고 있다. 선교를 향한 ‘출발’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귀를 막으면 눈으로 보이고 눈을 감으면 귓전으로 들린다. 눈과 귀를 가리고 막으면 온몸의 울림으로 알아차릴 정도이다. 교황은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안위를 떠나 용기를 갖고 복음의 빛이 필요한 모든 변방으로 가라는 부르심을 따르도록 요청받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는 마치 출발선에서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운동 선수처럼 출구에 서 있다. 지금 이 순간, 언제쯤 신호가 떨어질까 긴장하며 기다릴 수 있다. 도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며 갈등할 수도 있다. 교황은 말한다. “이미 출발 신호는 떨어졌으니 더이상 지체하지 마십시오. 골방에서 전선을 조작하지 말고 어서 최전선으로 나가십시오.”

 

[평화신문, 2015년 1월 11일, 홍기선 신부(춘천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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