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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루르드 성모 발현 150돌4: 성 비오 10세 대성당과 베르나데트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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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640

[루르드 성모발현 150돌] (4) 성 비오 10세 대성당과 베르나데트 기념관


비오 10세 교황 닮아 너무도 단순한 대성당

 

 

성 비오 10세 대성당은 루르드 성모 발현 100주년을 기념해 지어진 지하성당으로 미사와 성체강복이 주로 거행된다. 사진은 루르드 성지 전경으로, 흰 천이 가로지르는 타원형 넓은 잔디밭 아래에 성 비오 10세 대성당이 있다.

 

 

루르드 성지에서 성모 발현 동굴과 그 위에 세워진 동굴 성당,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 로사리오 대성당, 그리고 침수대와 식수대 일대를 '마사비엘 지역'이라고 한다. 이젠 마사비엘 지역 반대편을 순례한다.

 

 

성 비오 10세 대성당

 

루르드 성모 발현 동굴 위에 세워진 성당들 외에 루르드에는 대성당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루르드 성모 발현 100주년을 기념해 1958년 3월 25일 봉헌한 '성 비오 10세 대성당'이다. 성당 봉헌식은 그해 10월에 교황 요한 23세로 선출된 안젤로 주세페 론칼리 추기경이 주례했다.

 

프랑스 유명 건축 설계가들인 피에르 팽사드, 안드레 르 도네, 피에르 바고가 공동 설계한 성 비오 10세 대성당은 노출 콘크리트 양식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인 물고기 모양으로 설계됐으며 내부엔 아무런 지주나 기둥 없이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길이 201m, 폭 81m인 이 성당은 2만70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규모 면에서 거대하다.

 

성 비오 10세 대성당은 루드르 성지의 중심인 마사비엘 지역 정면 맞은 편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성지 광장에 서있는 루르드 성모상 뒷편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성지에 막상 가보면 눈 앞에 잔디밭만 펼쳐져 있고 성당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성 비오 10세 대성당은 지하에 있기 때문이다.

 

성 비오 10세 대성당 입구는 루르드 성지 정문 아래에 있는 안내소 오른편 공중전화 부스 옆 내리막 길에 있다. 대성당으로 들어가려면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한다. 마치 그리스도의 부활을 체험하기 위해선 반드시 죽음을 통과해야 하듯 성 비오 10세 성당으로 들어가는 어두운 터널 길은 순례자에게 '회개와 정화'를 요구하는 듯하다.

 

대성당은 성당 한 가운데에 있는 대리석 제단 외에 온통 콘크리트 시멘트 뿐이다. 화려한 것이라곤 성가대석에 있는 소형 파이프 오르간 뿐이다. 심지어 계단도 없다. 많은 순례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기에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나는 가난하게 태어났고, 가난하게 살았으며, 가난하게 죽고 싶다"고 말할 만큼 가난한 삶을 사랑했던 성 비오 10세 교황을 드러내듯 대성당 내부는 너무나 단순하다.

 

 

성체 행렬과 성체강복 예식

 

성체행렬 때에는 각국 민속 의상을 입은 순례자들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길을 열 때가 종종 있다. 사진은 프랑스 액상 프로방스 교구 신자들이 전통 악기를 연주하면서 성체 행렬을 인도하는 모습.

 

 

대성당에선 미사와 '성체강복'예식이 거행된다. 특히 부활대축일부터 10월 셋째 주 토요일까지 순례 시즌에는 매일 오후 5시에 이 곳에서 성체강복 예식이 거행된다.

 

성체강복은 '성체행렬'로 시작된다. 성모 발현지인 마사비엘 동굴이나 강건너 성녀 베르나데트 성당에서 출발하는 성체행렬은 제일 먼저 봉사자단과 기수단, 환자들, 복사단, 사제단, 성체 순으로 거동한다.

 

루르드 광장을 가로질러 성 비오 10세 대성당에 성체행렬단이 들어오면 트럼펫과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정적을 깨운다. 중앙 제대에 성체가 현시되면 곧바로 성체강복 예식으로 들어간다.

 

성광 안에 현시된 성체를 중심으로 사방에 사제단과 환자들이 자리한다. 환자들 주위에는 멜빵을 한 건장한 봉사자들이 자리잡고 있다. 루르드 성지에서 가장 많은 치유 기적이 일어나는 때가 영성체와 성체강복, 침수 때라고 한다. 그래서 멜빵을 한 봉사자들이 환자 주위에 있는 것은 치유 기적이 일어났을 때 그 기적을 보기 위해 갑자기 몰려드는 인파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성체강복은 라틴어와 프랑스어, 영어, 독어, 이탈리아어 등 다국적 언어로 진행된다. 제대 멀리에 있는 순례자들을 위해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성체강복 예식을 생중계한다.

 

비록 언어와 민족, 국적은 서로 다르지만 한 마음으로 성체 찬가 '지존하신 성체 앞에'(tantum ergo)를 노래하고, 무릎 꿇어 겸손하게 성체강복을 받을 때 누구나가 그리스도 안의 평화와 행복을 만끽할 것이다.

 

 

베르나데트 기념관

 

베르나데트 기념관에는 성녀의 소박한 삶을 드러내는 유품과 사진이 전시돼 있다. 사진은 기념관 내 성지 모형 앞에서 안내 수녀의 설며을 듣고 있는 순례객들.

 

 

베르나데트 기념관은 성 비오 10세 대성당 입구 맞은 편으로 나가면 바로 있다. 기념관에는 성녀 베르나데트 유품과 사진이 전시돼 있다. 특히 베르나데트가 수녀원에 입회한 후 직접 만든 상본과 장백의, 그리고 성녀가 수도생활 내내 가슴 속에 품고 다녔던 십자가와 다 헤진 신발 등은 성녀의 소박한 삶을 드러내 보여준다. 베르나데트가 자랑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과 믿음 뿐이지 세상의 권세와 명예가 아님을 유물이 묵시적으로 증언한다.

 

베르나데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성모 마리아와 교회에 순명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나는 성모 발현 목격자"라고 떠들지 않고, 수도자로서 은거의 삶을 살았다. 성모 마리아를 직접 본 이로 높은 자리에 있지 않고 평생을 바느질 소임을 했다.

 

베르나데트 기념관은 성녀의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한 소박한 삶뿐 아니라 진정으로 교회가 인준하는 성모 성지는 어떠한 곳인지를 보여주는 '증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루르드 성모님은 우리의 영혼과 육신의 건강을 돌봐주심으로써 구원의 희망을 안겨주는 자애로우신 어머니"라며 루르드 성지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평화신문, 2008년 2월 3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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