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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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교회사따라 성지따라: 예루살렘 (2) 올리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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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652

[교회사따라 성지따라] 예루살렘 (2) 올리브산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하늘에서 내려다 본 올리브 산 전경. 올리브 산에는 겟세마니 성당을 비롯해 예수님 승천 경당, 주님의 기도 성당, 주님 눈물 성당 등이 산재해 있다. 

 

- 겟세마니 바위. 예수님께서 수난 전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셨던 곳으로 전해지는 이 바위는 겟세마니 성당 중앙 제대 앞에 자리잡고 있다.

 

- 예수님 승천 경당. 예수님 승천 자리로 전해지는 이 경당 안에는 예수께서 남기셨다고 전해지는 발자국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오늘날 아랍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올리브 산은 예루살렘에서 동쪽으로 약 3.2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높이는 해발 820m 정도다. 예루살렘이 해발 720m이니 100m 정도 높은 셈이다.

 

올리브 나무가 많아 예수 시대부터 올리브 나무 숲이란 뜻의 '엘라이온'이란 불린 이 산은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올리브 산은 구약성경에 단 2번 나온다. 다윗이 압살롬 소동으로 올리브 산으로 피신했다(2사무 15장)는 기록과 즈카르야 예언자가 '주님의 날'에 벌어질 일(즈카 14,4)을 가시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올리브 산은 또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 한 주간과 관련돼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예수께서는 올리브 산에서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셨고(루카 19,41-44), 종말에 관해 설교(마르 13,3-13; 마태 24,3-14; 루카 21,7-19)를 하셨다. 예수께서는 낮엔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르치고 밤엔 올리브 산에 올라가 쉬셨다(루카 22,37-38). 또 예수께서는 최후의 만찬 후 제자들을 데리고 올리브 산으로 올라가 하느님께 기도를 드린 후 그 곳에서 체포되셨다(마르 14,26-50; 마태 26,31-56; 루카 22, 31-53; 요한 13,36-38; 요한 18,1-11). 그리고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올리브 산에서 승천하셨다(사도 1,6-12).

 

이처럼 올리브 산에는 예수님과 관련한 성지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올리브 산에는 신앙의 자유을 얻은 후 4세기 중엽부터 성당이 지어졌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겟세마니 성당과 동굴 경당, 주님 눈물 성당(Dominus flebit), 예수님 승천 경당, 주님의 기도 성당(Pater Noster) 등이다.

 

 

겟세마니 성당

 

아람어 겟세마니는 '기름을 짜는 기계'라는 뜻이다. 예수께서는 수난 전 이 곳에서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셨다. 그래서 겟세마니 성당이 '고난의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께서 베드로와 제베데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기도하러 겟세마니에 오셨다. 성경학자들은 겟세마니는 베다니아와 벳파게로 가는 길목에 있어 예수께서 자주 들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때는 과월절을 앞둔 니산달(4월) 초 목요일 저녁, 예수께서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마치신 후 세 제자와 함께 겟세마니에 갔다. 수난과 죽음이 닥쳐온 것을 안 예수께서는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라는 말씀으로 세 번이나 같은 기도를 하셨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자고 있는 제자들을 세 번 흔들어 깨우셨다. 

 

아울러 예수께서 체포되자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고, 예수께선 유다인 최고의회와 빌라도, 헤로데 앞에서 세 번 재판을 받으셨다. 그리고 사형선고 후 골고타에 세 개의 십자가가 세워졌고, 예수께서 죽으신 후 사흘만에 부활하셨다. 

 

성경학자들은 복음서에 나타난 이 3의 구도를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겟세마니에 성당이 세워진 것은 4세기 후반 테오도시우스 1세 황제(재위 379~395년) 때다. 비잔틴 양식의 우아한 이 성전은 614년 이슬람군에 의해 파괴됐다. 이 성전 자리에 1170년경 십자군에 의해 다시 성전이 세워졌으나 14세기 이후 폐허로 변했다. 

 

지금의 성당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여러 나라에서 건축비를 지원받아 프란치스코회가 1919년에 착공, 1924년에 완공했다. 그래서 '여러 민족의 성당' 또는 '만백성 성당'으로 불리기도 한다.

 

바실리카 양식의 이 성당 중앙 제대 앞에는 예수께서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셨던 곳(마태 26,39; 마르 14,35; 루카 22,41)으로 전해지는 넓다란 바위가 놓여있다.

 

가시 면류관 장식에 둘러싸인 바위!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깨어 있어라." 

 

"자고 있느냐?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예수님의 간절하고 비통한 절규에 순례자 가슴에 흐르는 참회의 고백은 단 한 마디뿐.

 

"주님! 제가 회개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스도의 체취를 느끼게 하는 바위 외에도 4세기 비잔틴 성당 모자이크 잔해가 남아있다. 또 성당 뜰에는 예수 시대 때부터 있던 올리브 고목 여덟 그루가 그리스도의 수난을 증거하고 있다.

 

 

겟세마니 동굴 경당

 

겟세마니 성당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여m를 가면 겟세마니 동굴 경당이 나온다. 예수님께서 유다의 배신으로 체포되신 곳이라 한다(마르 14,41-46). 1681년부터 프란치스코회가 관리하는 이 경당에는 비잔틴 시대 모자이크와 십자군 시대 벽화가 남아 있다.

 

 

주님 눈물 성당

 

주님 눈물 성당은 겟세마니 성당에서 동쪽으로 약 300여m 떨어진 올리브 산 중턱에 있다. 이곳 역시 프란치스코회가 관리한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 전 이 곳에서 도성을 바라보고 우시면서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셨다(루카 19,42-44). 

 

돔 형태 비잔틴 양식의 아담한 이 소성당에선 예루살렘 시가지를 한 눈에 내다 볼 수 있다. 성당 제대에 장식된 새끼를 품고 있는 펠리칸 모자이크가 인상적이다. 

 

 

주님의 기도 성당

 

주님 눈물 성당에서 오르막 길로 약 200m 올라가면 주님의 기도 성당이 나온다. 가르멜 수녀원이 관리하는 이 성당에는 예수님께서 가끔 머무시면서 기도하셨고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셨다고 전해지는 동굴이 있다(마태 6,9-13; 루카 11,2-4).

 

일부 성경고고학자들은 이 곳이 예수께서 예루살렘의 멸망과 최후의 심판(마태 24,1-26,2)에 대해 말씀하신 곳이라고 주장한다.

 

예수님 부활 기념 성당, 베들레헴 예수님 탄생 기념 성당과 함께 콘스탄티누스 시대 3대 대성당으로 불린 주님의 기도 성당은 614년 이슬람 군에 의해 파괴됐다. 지금 성당은 1875년에 건립한 것으로 60여개국 언어로 쓰여진 주님의 기도문 판이 현시돼 있다. 부산교구가 기증한 우리말 기도문도 있다.

 

 

예수님 승천 경당

 

예수님 승천 경당은 올리브 산 정상에 있다. 예수님 승천 이야기는 루카복음서(24,50-52)와 사도행전(1,1-12)에만 나온다. 이 경당 안에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때 남겨 놓았다고 전해지는 오른발 자국이 찍힌 바위가 보관돼 있다.

 

[평화신문, 2007년 5월 6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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