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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순교자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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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9-29 ㅣ No.1058

[순교자성월 특강2] 순교자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추진


훌륭한 분이 있다면, 그분을 공경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성교회는 예로부터 성인과 복자를 공경해 왔습니다. 최초로 성교회가 공경한 분은 하느님을 믿다가 신앙 때문에 목숨을 내어놓은 순교자들이었습니다. 그 다음엔 순교자가 아니더라도 신앙적으로 모범을 보인 훌륭한 분들을 공경하게 됐습니다.

초세기에는 해당 교구장 주교가 순교자와 성인을 선포하고 공경해오다가 중세 들어 교황께서 직접 성인을 선포하게 됩니다. 이는 주교들이 성인을 선포하다보니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들쭉날쭉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교황님이 10세기 이후 전 교회를 위해 성인을 선포하면서 시복시성에 관한 절차법이 정비됩니다.
 
성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성화를 증진하고자 천주의 성모 복되신 평생 동정 마리아와 성인들에 대한 올바른 경배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복자와 성인의 구별이 이뤄진 것도 오래지 않습니다. 성교회는 교회 권위가 성인과 복자를 공적 경배를 통해 공경할 수 있게 했는데, 18~19세기로 접어들어서야 성인과 복자 구별이 이뤄집니다.(교회법 1187조 등 참조)

그렇다면 어떤 분들이 성인이나 복자가 됐을까요. 성인이나 복자는 주로 순교자들입니다. 순교자라고 할 때, '순(殉)'이라는 글자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입니다. 순교자는 바로 성교회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 곧 증언하는 사람입니다. 순교에 대한 예수님의 예언은 마태오복음 10장 16-18절, 마르코복음 13장 9-13절, 루카복음 21장 12-17절 등에 나타나 있습니다. 순교는 신앙의 진리에 대한 최상의 증거입니다. 순교자는 자신과 사랑으로 결합된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합니다. 용기 있는 행동으로 죽음을 참아 받습니다.
 
성교회는 목숨을 바쳐서까지 자기 신앙을 증언한 분들의 유품이나 그분들에 관한 기록을 지극한 정성으로 수집해 순교자들의 행적을 남겼는데 이 행적들은 피로 쓴 진리의 기록들입니다. 순교자들 외에도 증거자들이 있습니다.

순교를 적색 순교라 한다면, 증거는 양심의 순교(백색 순교), 사랑의 순교, 정덕의 순교, 땀의 순교 등이라는 용어를 통해 드러나듯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거룩하게 살며 삶의 모범을 통해 그리스도와 신앙을 증거한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한국천주교회는 순교자 124위와 함께 증거자 최양업 신부를 하느님의 종으로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교회가 시복을 추진 중인 순교자 124위는 4대 박해, 곧 신유(1801)ㆍ기해(1839)ㆍ병오(1846)ㆍ병인(1866) 박해 가운데 초기 박해 때 순교한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왜냐면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시복시성을 추진한 103위 성인 시복시성건이 주로 기해ㆍ병오ㆍ병인 박해 순교자들에게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초기 교회 때 유교문화 속에서 제사 문제와 신앙 등을 빌미로 죽음을 당한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을 추진해 왔습니다. 순교자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에 이어 한국교회는 또 다시 2차 시복시성 대상자 선정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습니다. 6ㆍ25전쟁 중 피를 흘린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에 대한 시복시성작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회가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이유는 순교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을 위한 것입니다. 단순히 복자나 성인을 공경하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교황님은 시성을 하실 때 세 가지를 당부하십니다. 성인들을 △공경하고 △본받으며 △전구를 청하라고 하십니다. 여기에 성인이나 복자 공경의 참 의미가 있습니다. 공경을 통해 성인들의 삶과 신앙을 본받고 전구를 하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순교영성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드높은 가치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이 가난과 평화라면, 순교영성은 순교자들 정신으로 사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교회입니다. 따라서 저는 한국교회의 특징이 순교영성이기를 바랍니다. 특히 순교자들이 지녔던 향주덕, 곧 믿음과 소망, 사랑의 정신을 따라 살기 바랍니다. 순교영성이 투철하면 온갖 신앙생활의 어려움과 유혹도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평화신문, 2012년 9월 23일, , 박정일 주교(전 마산교구장)정리=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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