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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선교3: 한국교회의 선교, 선교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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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8 ㅣ No.74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선교 3. 한국교회의 선교, 선교운동


'관리 부재'…되레 선교에 악영향

 

 

교회 역사는 선교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가 늘 선교에 관심을 두고 힘을 기울이는 이유도 그것이 현재를 관통해 교회의 미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선교 여정에서 겪게 되는 부침은 교회가 서있는 세상의 흐름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신자들의 정체성과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게 된다.

 

 

선교의 위기와 선교운동의 변화

 

박해시대 이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선교의 여정을 걸어온 한국 교회는 1990년대 들어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위기를 맞게 된다. 꾸준하게 지속되던 신자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했고 그에 반해 신앙생활의 지표라 할 냉담률과 미사참례율은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1982년 9.6%를 최고점으로 기록한 후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성장률이 3% 안팎에 머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선교의 위기는 선교 지형의 변화로 이어졌다. 한국 교회 안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양 찾기’ ‘잃은 양 찾기’로 대변되는 ‘대규모 선교운동’이 나타나는 등 새로운 선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교회 전반으로 확산된 위기감에서 기인한 것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1994년 인천교구 만수1동본당에서 비롯된 이 운동의 성과는 놀라웠다.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1000명을 넘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세례를 받고 입교하는 모습은 한국 교회는 물론 보편교회 안에서도 화제를 낳을 만큼 선교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거센 선교 열풍은 지역별로 특색 있는 방법론으로 ‘토착화’되면서 각 교구로 확산됐다. 이로 인해 전국 대부분의 본당들이 대규모 선교운동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계기를 갖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개신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거리 선교도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거리 선교라는 적극적인 선교 방법을 과감하게 도입한 한국천주교가두선교단은 선교붐을 주도하며 선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을 제공했다.

 

아울러 현대 사회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직장인사목이나 문화선교, 대중매체를 통한 선교 등 다양한 선교 방안들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색들은 발등에 떨어진 교세증가율 둔화 현상을 저지시키며 선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실제 1998년에는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신자증가율이 소폭이나마 증가해 전년도에 비해 0.3% 늘어난 3.5%가 됐고 이듬해에도 0.3% 증가해 3.8%가 됐다.

 

최근 들어서는 선교 단체에 의해 주도되던 과거 선교운동에 비해 축구, 등산, 마라톤, 낚시, 스포츠댄스 등 각종 동호모임을 주축으로 한 선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수원교구의 경우, 축구동호인연합회 산하 100여개 본당에서 매달 선교하는 인원이 100여명선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인터넷상의 가상공간을 중심으로 한 각종 동호회 모임 활성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일상생활과 기호를 주요 동인으로 한 활동은 본당간 교류는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한 선교 영역의 확대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선교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선교운동에 대한 평가와 전망

 

한국 교회가 2000년을 전후해 경험한 이러한 대규모 선교운동이 신자 공동체의 내적 성숙에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이어지는 운동을 통해 선교에 대한 새로운 열정이 생겨나고, 교회와 교리에 대한 인식도 깊어졌다. 무엇보다 공동체의 일치와 친교가 촉진되는 체험은 소중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신자들의 이러한 체험들은 본당의 각종 사목활동, 사도직활동을 활성화하는데 풍요로운 자양분이 됐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선교운동이 복음 선교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꾸준히 문제의식이 제기돼왔다. 신자들의 생활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이라기보다 이벤트 성격이 강한 캠페인이란 점에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 형태와 방법상 대규모 선교운동은 적지 않은 인력과 재정, 노력이 일정한 기간동안 집중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 못할 경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자원이 부족한 공동체의 경우 이 운동에서 소외되는 빈익빈부익부 현상마저 가져오게 된다. 또한 여러 차례 되풀이될 경우 신자들이 쉽게 지칠 수 있고 오히려 지속성과 집중력마저 떨어지게 된다. 실제 이러한 선교운동에 돌입한 후 꾸준히 이어가지 못하고 중단하는 본당이 적잖게 나타나기도 했다.

 

대규모로 입교함에 따라 오히려 입교와 동시에 쉬는 신자를 양산하는 문제점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본당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비신자 교리 단계에서 영세 후의 신자 재교육으로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불투명한 실정이다.

 

특히 이러한 대규모 선교운동은 운동 그 자체를 뛰어넘어 일상으로 파고듦으로써 신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영성적 성숙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는 선교 열기의 둔화라는 현상적인 면에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인 공동체로서의 정체성 강화라는 본질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갈수록 신자와 비신자간에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든 정체성의 혼란으로 재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교회가 선교에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체계적인 연구와 분석이 뒤따르지 못해 한국 교회가 경험한 선교운동들이 실제 교세 증가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교회는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은 물론 탈출구마저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교회가 펼쳐오고 있는 선교운동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도출해내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과거와 달리 현대 교회는 급속한 변화 속에 놓여있다. 따라서 선교에 있어서도 적응이 요청된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적응의 방향에서나 속도면에서 한참이나 뒤처진 모습이다. 급속한 사회 변화와 함께 수시로 변화하고 있는 선교 지형에 대한 통합적 시야와 진단을 내놓지 못할 경우 한국 교회의 선교 전선에 드리운 먹구름은 쉽사리 걷히지 않을 것이다.

 

 

선교, 그 후

 

중부지방에 위치한 ㅇ본당. 5~6년전 2년 동안 대대적인 선교 운동을 전개, 총 2000여명이 세례받았다. 당시 본당 전 신자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고, 관할 구역내 모든 가정을 방문했다. 배부된 전단지만 총 2만여장. 당시 교회 언론과 선교단체들은 ㅇ본당을 ‘본당 활성화=선교’라는 주임 신부의 신념이 일궈낸 선교 성공사례로 평가했다. ㅇ본당의 놀라운 선교 사례가 알려지자 전국 본당들의 견학 방문이 이어졌고, 한 때 ‘ㅇ본당 따라하기’ 열풍이 불기까지 했다. 실제로 ㅇ본당의 인근 ㅈ본당과 ㅁ본당도 대대적 선교운동에 돌입, 비슷한 선교 효과를 내기도 했다.

 

2007년 다시 찾은 ㅇ본당. 5년 전 그 열기는 오간 곳이 없었다.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선교운동을 전개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선교 운동 이후 새로 부임한 후임 신부는 “당시 세례받았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냉담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세례자 중 현재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는 대략 10% 선이라고 했다. 이같은 상황은 당시 선교운동을 전개한 다른 본당에서도 마찬가지다.

 

ㅇ본당 인근에 위치한 ㅈ본당의 주임신부는 “현재는 신자 재교육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전임 신부님의 활동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기 때문에 선교운동의 과실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서도 “양적 선교의 부작용이 만만찮은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영세자를 대상으로 ‘연장 교리’를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고척동, 삼성산 본당 등 세례 이후에도 교리를 4~6개월간 계속하는 본당이 늘고 있는 것. 세례자의 본당 단체 가입을 의무화하고 다양한 영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본당도 늘고 있다. 이와관련 한 선교운동 관계자는 “신자 수를 증가시키는 문제와 진정한 그리스도인을 양성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 처럼 늘 함께 가야 하는 문제”라며 “한국교회가 신자 수 증가에만 치중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 많은 문제점을 이미 경험한 만큼 앞으로는 한국적 특성에 맞는 한 단계 승화된 선교운동이 뿌리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 고척동본당에서 예비신자 교리를 전담하고, 세례 후 후속 교리까지 하고 있는 김미자(알비나.51) 교리교사는 “새내기 신자들이 진정한 신앙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07년 1월 21일, 서상덕 기자 ·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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