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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14년 전교의 달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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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583

2014년 10월 전교의 달 복음화위원장 담화문


전교의 달을 맞이하여

 

 

1.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이 지닌 기쁨을 상대방과 함께 나누기를 원하고, 참된 아름다움의 세계를 가리켜 주며, 그들을 풍성한 잔치에 초대하는 사람다운 모습이어야 합니다. 교회의 성장은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 모음으로써가 아니라, 속 깊이 스며드는 ‘매력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14항). 

 

교형자매 여러분!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사목 방문 기간, 그분의 작은 몸짓과 말씀 하나하나를 통해서, 우리는 위의 말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복음 선포자의 참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였습니다. 그분의 그런 모습은 많은 국민을 감동시켰고,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던 무한한 선과 진리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향수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래서 ‘기쁜 소식’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선포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도로서 내놓은 권고서 「복음의 기쁨」은 바로 이것을 좀 더 자세히 밝히는 대헌장입니다. 이 문헌은 모두 5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장은 복음 선포에 나선 사람으로서 명심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먼저, 복음 선포자로서 갖추어야 할 단 하나의 자격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참된 기쁨을 체험하는 것입니다(1장). 그런데 세상은 복음과는 정 반대 방향의 흐름에 휘말려 있는 것이 보통이어서, 이 일에는 흔히 대단히 심각한 저항과 어려움, 혹은 유혹이 따르게 마련입니다(2장). 그렇기 때문에 복음 선포에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합니다(3장). 그리고 복음은 개인의 마음이나 내적 평화라는 사적 영역에 그치지 않고,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정치적 차원을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은 이 문건의 정신을 잘 요약합니다(4장). 따라서 이렇게 엄청난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해낼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위에서 오는 능력”(루가 24,49), 곧 성령입니다(5장).    

 

 

2. 루카 복음 10장(1-24), 예수께서 일흔두 제자를 파견하신 일과 그 결과를 전해 주는 장면은 복음화에 따른 이 모든 면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떠나라(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돈 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라”(10,3-4). 이리떼 속으로 들어가는 어린 양처럼, 어림도 없는 상황 속으로 보내시면서, 예수님께서는 인간적으로 의지할 만한 것을 하나도 마련해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악령을 무찔러 이기고 “기뻐하며” 돌아 왔고, 제자들의 승리를 확인하신 주님 자신도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예수님 곁에서 오랜 동안의 교육과 훈련을 받은 열두 사도와는 달리, 일흔두 제자들이 하느님의 능력 외에 어떤 인간적 무기도 없이 파견되었다는 사실에는 또 다른 의미에서도 깊은 뜻이 있습니다. 복음의 증인이 되는 데에는 특별한 교육이나 오랜 동안의 전문적 훈련이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들어봅시다. “세례 받은 모든 이는 교회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이나 신앙 교육의 수준에 관계없이, 복음화의 능동적 주체입니다. … 하느님의 사랑을 참으로 체험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밖으로 나아가 그 사랑을 선포하는 데에 오랜 준비나 긴 시간의 훈련이 필요 없습니다. … 사마리아 여자, 성 바오로 등 성서에 나오는 첫 복음 선포자들이 다 그랬습니다”(「복음의 기쁨」, 120항 참조). 

 

 

3.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하느님 아버지의 사도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첫 사도들인 열두 제자들, 그리고 주님께서 그분들의 뒤를 이어 오늘의 사도로 불러주신 우리 모두는 똑같은 줄에 선 사람들입니다. 앞선 이들과 다름없이 “높은 데서 오는 힘”(루가 24,49)으로 무장하고, “떠나라!”(가거라!) 하는 말씀과 함께 파견된 복음의 사도들입니다. 지난 8월 16일에 복자로 선포되신 우리나라 교회 역사의 초기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를 비롯한 124위는 주문모 신부님 한 분을 제외하면 모두가 평신도입니다. 이분들 가운데에는 외국에까지 가서 스스로 복음을 들여옴으로써, 세계 복음 선포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기록의 하나를 남기신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날은 세계 어디에서나 평신도가 복음 선포 전선의 최전방에 뛰어들어 사제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복음 선포 사명을 수행하는 시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그리스도교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놀라운 전환기의 하나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평신도들은 이처럼 처음부터 복음 선포의 주역으로 활동해 왔고, 그런 점에서 보편 교회 전체를 위해서도 좋은 모범이 될 것입니다.  

 

 

4. 지난 시복식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처럼 놀라운 한국 교회 역사를 돌아보며, 오늘의 복음 선포자들이 새겨야 할 측면들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먼저, 전통적으로 신분 계급 질서가 굳게 자리잡고 있던 당시 사회에서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던 초대 교회의 삶(사도 4,32 참조)을 본받아” 그들이 만든 “신자 공동체들”과 그렇게 해서 맺은 “풍성한 열매”를 기억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역사는 평신도들의 중요성과 존엄성, 그리고 받은 소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말해 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자마자, 그들은 바로 그 말씀 때문에 세상이 그들을 미워하게 될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요한 17,14 참조)이 무슨 뜻인지, 그분을 따르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가 어떤 것인지를 체험하게 되었음을 상기시키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비슷한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교황님에 따르면, 우리의 신앙을 타협하고, 복음의 근본적 요구를 희석시키며, 현세 정신에 순응하라는 요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양으로 우리를 압박합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첫 자리에 두고, 이 세상의 다른 모든 것들은 그분과 그의 영원한 나라에 비추어서만 생각하라고 외칩니다. 

 

그뿐 아니라, 순교자들의 모범은, 한편에서 엄청난 부가 쌓이는가 하면, 바로 옆에서는 참혹한 가난이 소리 없이 확대되는 사회, 그럼에도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는 이가 별로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말해 주는 바가 많다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씀하십니다. “이분들이 남겨 주신 유산은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의와 자유와 화해가 좀 더 분명하게 실현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뛰어들 마음을 일으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런 이들은 이 나라와 온 세계를 위하여, 진정한 평화에 기여하고 참으로 인간다운 가치를 지키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5.  교형 자매 여러분!

 

많은 어려움과 무거운 과제 앞에서 지쳐 헤매는 인류와 교회에 혜성같이 나타나 복음의 기쁨으로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 한국 교회 초기 순교자들의 시복은 이제 이루어졌고 그분들의 모습은 우리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졌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몫만 남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시고, 교황님께서 오늘에 맞게 제시해 주신 방법에 따라, 우리 모두 복음 선포를 위해 자리를 박차고 밖을 향해 떠납시다. 그리하여 첫 사도들처럼 “담대히”(사도 13,46; 18,26; 에페 6,19; 1테살 2,2 등) 주님의 당부를 실천합시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오 복음 끝).

 

2014년 전교의 달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장 이병호 빈첸시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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