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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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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2-28 ㅣ No.86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 (상)

 

 

첫 서원자들이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로부터 머리수건과 회칙서를 받고 있다.

 

 

경북 칠곡군 동명서 동명성당을 지나 팔공산으로 향하다보면 「한국 성모의 자애수녀회」라고 새겨진 큰돌이 눈에 들어온다. 

 

그 입구에서 울창한 숲속 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성가양로원」과 「성가요양원」 건물이 보인다. 그리고 산책하거나 나무와 꽃을 가꾸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한없이 평화롭다. 

 

이곳 양로원에 뿌리를 둔 한국 성모의 자애수녀회(Sister of Mercy of the Holy Mother of Koea, 원장=백명자 수녀)는 2002년 2월 26일 대구대교구 설립으로 탄생됐다. 2년 남짓된 신생수도회지만, 자애수녀회는 좀 특이한 설립배경을 갖는다.

 

평복수도회로 시작해 30여년만에 정식 수녀회로 승격했기 때문이다. 많게는 70대가 넘는 이곳 수도자들의 나이는 공동체를 이뤄 함께 해온 긴 세월을 말해준다. 

 

1961년 대구대교구 고 서정길 대주교는 한국전쟁 후 어려운 처지에서 부양받지 못하는 노인들을 돌보기 위해 지금의 수녀원 자리에 성가양로원을 마련했다.

 

양로원에서 봉사할 동정녀들이 하나 둘 모여들게 되었고, 서대주교는 그들에게 사도직을 수행하는 평신도 공동체를 이루길 원했다. 당시 제2차 바티간 공의회 후, 평신도들의 역할이 중요시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70년 8월 이 평신도 공동체는 「한국순교여자사도회」로 정식인가를 받았다. 양성의 어려움으로 한때 해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회원들은 꾸준히 성가양로원에서 봉사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해왔다.

 

그후, 87년 12월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는 선임자의 뜻을 따라 회칙을 수정해 교구승인 평복수도회로 인준했다. 

 

처음 평신도 재속수도회로 시작했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2002년 2월 수도회로 정식 출범하게 됐다.

 

같은 해 9월 15일 7명의 수녀가 첫서원한 후, 현재 내년 9월 종신서원을 앞두고 수련생활을 하고 있다. 보통 법정기간 등을 합쳐 6년의 수련기간을 거쳐야하지만, 공동체 설립 때부터 수도자로서의 삶을 살아왔기에 절반 정도로 줄여 3년과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 예수성심시녀회에서 양성지도를 위해 파견된 원장?수련장 수녀를 비롯해 14명이 생활하고 있다. 

 

백명자 원장수녀는 『수녀회가 잘 알려지지 않아 성소문의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며 『성소자 하나가 들어오는 것이 마치 기다리던 아기가 태어났을 때처럼 기쁘고 소중하다』고 말한다. 

 

수녀회는 명칭에서도 드러나듯 성모님의 영성을 닮아가고자 노력한다. 모토는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께로」. 

 

교회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의 순명과 겸손을 본받아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 특히 소외된 어르신들을 위해 기도하며 봉사하는 삶을 영성으로 한다.

 

그래서 수녀원 옆 풀밭에는 가난한 자들의 어머니인 「바뇌의 성모상」이 세워져있다. 10여명의 회원들은 성모님의 말씀에 따라 주님의 종으로 살아가기 위해 하루 하루를 봉헌한다. 

 

긴 세월 평신도 공동체로 겸손하게 소명을 다해온 이들의 삶은 오늘날 한국 성모의 자애수녀회를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가톨릭신문, 2004년 6월 20일, 박경희 기자]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 (하)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는 성가양로원 등 소외된 어르신 돌보는 것을 소임으로 하고 있다.

 

 

각 수도회마다 소임이 있겠지만, 한국 성모의 자애수녀회는 특히 버림받고 소외된 노인들을 돌보는 것을 주된 소임으로 하고 있다.

 

수녀원이 있는 동명 성가양로원·요양원과 더불어 월명 성모의 집, 월막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다. 동명은 무료시설이지만, 나머지 두곳은 유·무료시설이다. 

 

현재 성가양로원에는 65세 이상 생활보호대상자 50여명, 성가요양원에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 7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매일 수도생활의 시작은 새벽 5시 성무일도로 시작되지만, 새벽 4시30분 어르신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기 위해 일어나기 때문에 이미 이때부터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이곳 양로원·요양원에서 활동하는 수녀는 4명뿐이다. 월명 등 다른 시설에 파견나가 있고, 수련자·청원자는 사도직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은 수로 많은 어르신들을 보살피다 보면 힘에 부칠 법도 한데, 수녀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하루의 주된 일은 오전·오후 방마다 일일이 찾으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이다. 요양원에는 치매·중풍 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어서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손톱도 깎아주고, 목욕도 시키고, 성서·동화책도 읽어주며 정성껏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 이렇게 방마다 어르신들을 돌보러다니던 중, 한 치매걸린 할머니가 모처럼 수녀를 알아보자 더욱 환한 웃음꽃을 피운다. 

 

식당을 둘러보니, 생일을 맞는 한 할머니를 위해 예쁜 풍선으로 내부를 꾸미고 잔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모두가 한 가족으로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임이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생일잔치 뿐 아니라 대보름행사, 쑥떡잔치, 부활절 행사, 봄소풍, 어버이날 잔치, 성지순례, 성탄절 은총시장 등 매달 다채로운 행사들이 마련된다. 

 

물론 기쁜 일도 있지만, 연로한데다 노인성 질환을 앓는 이들이 많아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한해에 40여명 정도 된다.

 

서숙(엘리사벳) 수녀는 『겨울철 환절기때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하늘나라로 많이 떠나시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면서 『세상에서의 시름을 털고,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 위안이 되고, 또 이곳에서 밝게 변화되는 분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애수녀회는 사도직활동으로 양로봉사 뿐 아니라 대구 계산동에서 「계산서원」을 운영하고 있다. 

 

1972년 계산성당 내에서 성물, 책 등을 판매하던 것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많은 이들이 찾는 서원 중 하나다. 

 

예전에는 수녀들이 직접 파견됐지만, 양로원 등 여러곳에 손길이 필요해 현재는 직원을 두고 꾸려가고 있다. 앞으로 이곳을 성소의 못자리가 되도록 더욱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본당에 파견되지 않아 수녀회를 잘 알릴 수 없지만, 서원에서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하느님께 성소자를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언젠가는 저희 공동체의 간절한 바람처럼 지원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겠지요』

 

공동체의 바람처럼 지금은 작지만, 기도의 씨앗이 곳곳에 퍼져 큰 뿌리 내릴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 성소문의=(054)976-6219 [가톨릭신문, 2004년 6월 27일, 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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