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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복음화위원회: 한국 복음화의 결과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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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30 ㅣ No.102

[20+4] 복음화위원회


한국 복음화의 결과와 전망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는 한국 천주교의 복음화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과 이를 통해 앞으로의 한국 교회의 복음화 길을 제시하는 것을 2009년의 연구 사업 계획으로 설정했다. 한국 교회가 지속적인 성장의 길을 가고 있는데,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래서 복음화위원회에서는 ‘한국인의 종교 심성 변화와 새 복음화 전망’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한국인의 근본 종교 심성이 무엇이고, 그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거기에 맞는 새 복음화가 무엇인지를 논의할 것이다.

 

 

배제와 경쟁의 사회에서 교회의 역할

 

사실 한국인의 종교 심성은 절대자로 여긴 ‘하늘’을 경외하지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하늘과 일치를 이루는 친화적이고 자연 조화적인 심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심성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단군신화이다. 이 신화 안에는 절대자와 자연 그리고 인간이 조화와 일치를 이루는 사상이 깔려있다. 그리고 이웃 간에 배척과 비판보다는 친화와 조화가 우선시되는 사회적 관계를 가진다. 그래서 거의 모든 외래 종교를 수용 정착시키며, 그 종교 안에 있는 절대자 개념을 경외하면서도, 친화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종교 심성에 걸맞게 가톨릭교회도 같은 방법으로 수용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종교 심성이 현대에 와서는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경제 중심의 틀이 우리 삶에 매우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는 점이 크다. 필요한 재화를 얻고자 경쟁하며, 삶의 질에 대한 상대적 비교와 더불어 소득 불균형으로 생긴 박탈감으로 많은 대중들이 소외감을 체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인이 품고 있는 조화와 일치의 종교 심성보다는 배제와 경쟁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물질에서 소외된 상실감과 자괴감은 기존의 종교보다는 뉴에이지 등 문화적으로 포장된 유사 영성 운동이 현대 한국인의 메마른 마음을 달래주는 측면도 감지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 가톨릭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

 

지난 5월 22일 열린 세미나에서 노길명 교수는 이에 대한 대답을 ‘사목적’이라는 단어로 함축하였다. 곧 좀 더 한국인 심성의 깊은 곳에서 체험되는 소외와 상실감 등을 어루만질 수 있는 감성을 지닌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신자 수 증가 요인

 

이 세미나에서 얻은 한국의 복음화 전망은 앞으로 인구주택총조사를 비교 분석한 불교 측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새 복음화 현실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통해 구체적으로 연구될 것이다.

 

그 첫 번째 주제로, 타종교와 비교를 통한 한국 천주교회 복음화율 증가 요인을 분석한 것을 우리신학연구소에서 발표할 것이며, 두 번째 주제는 미래사목연구소에서 한국 천주교회 복음화율 증가 요인과 사목적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위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분포 중 종교 인구 비율을 분석해 보면 불교는 1995년 23.2%에서 2005년 22.8%로 약 0.4% 포인트 감소하였다. 반면에 같은 기간 동안 개신교는 19.7%에서 18.3%로 1.4% 포인트 감소, 천주교는 6.6%에서 10.9%로 4.3% 포인트 증가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불교 측에서 한국 가톨릭의 신자 수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개신교와 불교는 그 증가가 둔화 내지 축소될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가톨릭은 인구 밀집 지역을 관할할 수 있는 본당을 적절하게 설치 운영하고 있다. 가톨릭 본당은 대도시와 신흥도시 지역에 공소로 시작하여 적정 규모가 되면 신부를 파견하는 본당으로 발전한다. 본당 확대를 통한 가톨릭의 성장 전략은 매우 유용하며 개신교의 성장 요인과 같이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가톨릭은 무종교인이나 종교성이 확고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포교활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개신교인들 중에서 거부감 없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인구도 많아졌다. 한국인의 50%에 달하는 무종교인의 상당수가 가톨릭으로 입문하는 데 종교적 저항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셋째, 가톨릭의 다양한 대사회적 활동, 사회복지 사업, 의료 및 교육사업 등이 성장의 동력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들이 종교적 목적보다도 사회적 목적으로 가톨릭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음성 꽃동네와 같은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후원이 계속되면서 자연스럽게 신앙으로 연계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가톨릭의 이러한 활동은 사회적 평판을 강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김응철, ‘한국 불교 포교 현황 분석과 진단 - 통계청, 1985/1995/2005 인구주택총조사를 중심으로’).

 

이처럼 불교 측의 분석 결과에서 한국 가톨릭의 복음화 증가 요인으로 적절한 본당 분할과 선교 그리고 대사회적 역량을 꼽았다. 물론 이와 같은 분석이 가톨릭 측에서 볼 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심도 깊은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심포지엄에서 이 부분을 정확히 분석해서 미래의 사목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가톨릭의 복음화율 증가의 원인을 필자의 짧은 견해로 분석해 본다면, 우선 한국 교회가 15년 동안 수행해 온 소공동체가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공동체는 본당의 사제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복음화된 평신도 지도자들이 자신들이 속한 지역 공동체에서 내적 또는 외적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을 복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사제와 수도자의 모범적 삶이 타종교의 지도자들보다 청빈하고 깨끗하며 모범적이기 때문이다. 그 예 중 하나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서 한국인이 보여준 존경의 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는 활기 있는 평신도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평신도들의 교육열과 열성, 그리고 기도를 바탕으로 한 영성생활은 다른 이웃들을 감동시키고, 믿지 않는 무종교인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미래

 

세 번째로 복음화위원회에서는 ‘한국 천주교회의 강점과 미래 전망’이라는 주제로 한국 교회가 걸어가야 할 복음화의 내용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 가톨릭은 225년의 짧은 역사를 가졌다. 하지만 교회가 걸어왔던 질곡과 역사적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박해와 시련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강한 신앙심의 면모를 드러내면서 의연히 순교한 초기 교회 수많은 순교자의 피는 한국 교회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 밑거름에 진실한 사목과 희생적인 선교 열의는 한국 가톨릭을 한국인의 마음 안에 확실히 뿌리내리게 하였다. 한국 교회의 미래는 다른 것이 없다. 바로 103위 순교 성인의 정신을 이 시대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다.

 

경쟁과 경제가 우선시되는 이 사회에 무엇이 소중하고, 한국인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종교는 가톨릭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줄 아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우려되는 교회의 세속화의 측면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기우일 뿐 하느님께서 우리 한국 교회에 내리시는 축복은 영원할 것이다.

 

* 양해룡 사도 요한 - 교황청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선교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 청담동 성당 보좌, 교리신학원을 거쳐, 현재 서울대교구 선교전례사목부 담당신부이자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총무로 있다.

 

[경향잡지, 200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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