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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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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29차 청소년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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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5-12 ㅣ No.557

2014년 제29차 청소년주일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담화문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춘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청소년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특별한 사랑으로 여러분을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성모성월이자 가정의 달인 5월입니다. 사랑과 기쁨으로 축하를 나누던 다른 해와 달리, 금년 5월은 300여 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유가족들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이 고통과 슬픔, 분노와 좌절을 견디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도 우리의 큰 고통에 함께 아파하시며 전 세계인들에게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한 기도에 동참하기를 청하셨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희생된 우리 청소년들의 영혼을 평화로운 곳으로 인도해 주시고, 유가족들과 국민들을 위로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사회의 기성세대로서 그리고 교회지도자로서 많은 점을 되돌아보며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통회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를 고백하게 됩니다.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언제인가부터 윤리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도 가난한 자세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일보다 외적 성장이나 사회적 성공을 중시한 것은 아닌지 반성합니다. 정도를 걸으며 제 속도를 지키기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남보다 빨리 가려는 우리의 자세가 부정부패를 눈감고 안전을 차선시하는 사회를 키웠음을 뉘우칩니다.

 

보도에 드러나는 사회의 이면을 보며 한숨과 좌절 그리고 분노도 느낍니다. 그러나 분노와 슬픔에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이번 사건의 책임자들만 비난하기보다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우리는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어떤 자세로 살고 있는지 겸허하게 반성하고 참회하며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변화되어야 할 시점에 서있습니다. 얼마 전 교황님을 알현하였을 때, 이번 일로 한국민이 윤리적, 영적으로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신다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더 이상 왜곡된 가치관을 숭상하지 않고, 윤리적이며 영적인 가치를 따라 정의와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새로 태어나는 다짐을 합시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가는 여러분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더 이상 같은 일로, 같은 슬픔을 경험하지 않도록 변화합시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결심하며 실천하여 보다 나은 사회로 진입하는 은총의 기회가 되기를 다함께 기도합시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2014년은 대전 교구에서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와 ‘제3회 한국 청년대회’가 개최되는 해입니다.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더욱 기쁘고 영광스러운 점은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 대회에 직접 참석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교황님께서 한국을 방문하시는 것은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에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8월 13일부터 8월 17일까지의 기간 동안 교황님께서는 아시아 젊은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지시고, 폐막미사도 집전하실 것입니다. 이 기쁨의 축제인 아시아 청년대회와 한국 청년대회의 주제를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춘다.”라고 정하였습니다. 교황님의 방한과 청년대회가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을 더욱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아시아와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아울러, 아시아 청년대회와 한국 청년대회를 준비하며 새로운 도약을 향한 출발점에 있는 여러분에게 몇 가지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첫째, 우리가 받은 신앙의 소중함을 기억합시다. 

 

우리의 신앙은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큰 소중하고 귀한 선물이며, 특별히 어둡고 아픈 시대에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보물입니다. 이 신앙을 우리들에게 전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목숨을 바쳐 희생을 하셨는지를 기억합시다.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매우 독특한 형태로 평신도들에 의하여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우리의 장한 신앙의 선조들께서는 매우 혹독한 박해를 이겨내셨고 믿음을 지키기 위하여 생명을 바치는 순교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세상의 왜곡된 가치들 앞에서 순교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증거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특별한 계획 아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희생으로부터 시작하여, 장한 우리의 선조들에게 전해져, 신앙이라는 귀중한 은총이 우리에게 이르렀습니다. 

 

여러분 마음속에 있는 신앙은 선조의 순교를 거친 예수 그리스도의 희망이며 씨앗입니다. 이처럼 소중한 신앙의 씨앗이 아직 싹을 틔우고 자라고 있지 못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신앙은 때로는 용기를 필요로 하고, 때로는 결단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의 마음 밭에 뿌려진 소중한 신앙의 씨앗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서 싹이 나고 잘 자라 열매를 맺었는데, 열매가 삼십 배가 된 것도 있고 육십 배가 된 것도 있고 백배가 된 것도 있었다.”(마르 4, 8) 

 

여러분의 마음을 좋은 땅으로 가꾸어, 우리 선조들이 간절히 희망했던 그 꿈이 이 세상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말씀을 읽고 성체 앞에서 기도하는 습관을 기릅시다. 

 

성 예로니모 성인은 “성경을 사랑하십시오. 성경 안에서 찾으십시오. 거기서 모든 것을 다 얻을 것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사람은 하느님의 권능도 하느님의 지혜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 역시 성경 말씀을 읽고 실천하는 모범을 통해 우리에게 신앙을 전해 주셨습니다. 소중한 신앙을 지켜 나아가기 위해서는 늘 가까운 곳에 성경을 두고 조금씩이라도 매일 성경을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성경은 여러분이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안내서이며, 친구이며, 스승이 될 것입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 17) 

 

또한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맡기고 기도하는 습관을 기르십시오. 기도는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하느님과의 대화를 통하여 여러분의 기쁨과 아픔, 여러분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소망과 고민을 나누십시오. 여러분을 특별히 사랑하시는 예수님께서는 여러분이 무엇을 소망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여러분이 지금 겪고 있는 고민의 가장 깊은 부분을 모두 알고 계신 분이십니다.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모습 안에서 여러분은 여러분이 받은 소중한 신앙을 아름답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셋째, 세상을 넓게 보고,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며 달려갑시다. 

 

여러분이 만나는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들이 존재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들은 저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합니다. 사람마다 최고 가치의 기준점이 다릅니다. 그 중에는 많은 것들이 여러분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눈먼 인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참된 가치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화려함 안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고, 눈앞에는 초라하고 가난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하느님 나라의 희망이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세월호의 아픔은 쉽고 편하고 달콤한 유혹이 어떤 결과를 맺는지 보여줍니다. 거짓과 탐욕의 유혹을 이기고 예수님과 우리 신앙의 선조께서 증거하신 삶의 빛을 따라 삽시다.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랑과 정의, 그리고 진정한 참회와 용서의 기적을 증거합시다. 내일의 한국 사회와 세계사회에 대한 희망은 여러분의 변화에 달려있습니다. 기도로 용기를 얻고 선조들의 전구를 청하며 이 시대의 순교자가 됩시다! 순교는 목숨을 희생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사회가 당연히 여기는 잘못을 거슬러 진리와 사랑을 증거할 때, 세상이 무신론을 옹호하는 중에 예수님의 제자임을 고백할 때, 바로 그 순간이 순교의 순간입니다. 

 

신앙의 눈을 지닌 젊은이는 세상을 넓게 보고, 인내하며, 고개를 들어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며 살아갑니다. 비록 눈앞에 있는 벽이 높고 두꺼워 보여도 신앙은 그 모든 것을 뛰어 넘어 참된 가치로 여러분을 인도할 것입니다. 세상에 펼쳐진 수많은 가치 앞에 용감한 전사들이 깃발을 높이 세우고 달려가듯, 신앙의 가치를 높이 세우고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며 힘차게 달려가는 젊은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 안에는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유산으로 물려주신 소중한 보물이 담겨 있습니다. 그 보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잘 가꾸어 이 세상의 많은 가치들 앞에 용감하게 펼치는 청소년이 되시길 바랍니다. 특별히 교황님의 방문과 아시아 청년대회와 한국 청년대회가 여러분들이 새롭게 출발하는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춘다.”

 

2014년 5월 25일 제29회 청소년 주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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