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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희년] 2000년 대희년을 지내는 한국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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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3 ㅣ No.59

2000년 대희년을 지내는 한국 교회 좌담

 

 

참석자 :

김현준(춘천교구 사목국장, 신부)

김옥련(서울대교구 교육국,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수녀)

이창훈([평화신문] 취재 1팀장)

최홍준(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사무처장)

사 회:이창영(주교회의 사무차장, 본지 주간, 신부)

정 리:엄재중(본지 편집부원)

일 시:2000년 6월 14일(수) 오후 3-5시

장 소: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제1소회의실

 

 

이창영:한국 교회는 교황님의 회칙 [제삼천년기]에 따라 직접 준비 3년을 보내고 대희년을 맞았습니다. 먼저 현재까지의 한국 교회 대희년 실천 상황을 준비 과정과 비교해 가면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최홍준:대희년 시작과 함께 교구별로 개막 행사를 가졌고, 연말에는 밤샘 기도를 했습니다. 주교회의 가정 사목 위원회는 '혼인 갱신식'을 가지도록 했는데, 본당에 따라서는 '밀레니엄 세례식'과 함께 거행하기도 했습니다. 교구별로 주교회의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 위원회가 주관한 가운데 교회 일치를 위한 행사도 가졌습니다. 서울에서는 모처럼 명동 대성당에서 행사를 가졌는데, 가톨릭 교회 참석자는 주로 총무 신부님이 주임으로 있는 본당 신자와 포콜라레 회원들뿐이어서 교회의 전반적인 관심이 극히 저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날 새삶' 운동의 정신에 따르면 갈라진 형제들과의 일치도 상당히 중요한 것인데 이런 점은 충분히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이 밖에 1월에 '기아민을 위한 대희년' 행사가 있었고, 2월에는 '봉헌 생활의 대희년'과 '환우들의 대희년', '예술가들의 대희년', '교구청 직원들의 대희년'이 있었습니다만 미사 한 대로 끝나 버리고 만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3월 25일에 있었던 '여성들의 대희년' 역시 여성 단체 회원들이 주교님을 모시고 미사를 드렸는데 좀더 역동적인 모임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봉헌 생활의 대희년'의 경우에는 로마에서 텔레비전 중계 방송까지 하면서 대대적으로 진행했는데, 국내 수도회에서는 로마 대회와 어떤 관계를 가졌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희년'과 '노동자들의 대희년', '어린이들의 대희년', '장애인들의 대희년', '교사들의 대희년', '과학자들의 대희년', '낙태 반대 운동?공직자들의 대희년', '언론인들의 대희년'을 지냈습니다. 언론인들은 한국 가톨릭 언론인 협의회 주최로 "남북 화해 시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대구대교구가 지난 5월 '교구 청년들을 위한 대희년 잔치 한마당' 행사를 가진 것은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청소년 대회'를 위한 사전 점검을 위해서도 필요한 행사였다고 봅니다. 지난 5월 21일 전현직 가톨릭 교육자 2천여 명이 서강대학교에서 '가톨릭 교육자 대회'를 가진 것은 '교육자들의 대희년'과 관련해서 상당히 의미 있다고 봅니다.

 

김현준:2000년 대희년 주교 특별 위원회가 준비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주교님들이 정말로 수고를 많이 하셨습니다. 제대로 다 읽지 못할 정도로 주교 특위에서 나온 자료는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한 것이 본당과 신자 개개인에게까지 잘 전달되었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3년의 준비 기간을 두고 신자들 개인의 내면적 성숙에 좀더 역점을 두었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점검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신자 개개인에 이르는 대희년 정신의 전파에서 일선 본당 신부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준비 과정에서 있었던 전국 대표자 회의 등에 교구 총대리나 사목국장은 모였지만 본당 신부들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교구 안에서는 교구청을 통한 지시 형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본당 신부들에게는 체감적 효과나 충분한 교육이 없었다고 봅니다. 그나마 자료집에 대한 교육이나 공부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본당 신부를 많이 참석시키거나, 본당 신부들로 구성된 실행 위원회가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본당 신부들이 대희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에 신자들에게도 그렇게 파급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막상 대희년에 들어서 행사를 가지면서 신자들의 인식이 조금씩 높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4개 전국 대회를 거치면서 그런 면이 보완되리라고 봅니다.

 

이창훈:제가 볼 때는 2000년 대희년 주교 특별 위원회에서 나온 자료들이 평신도들을 위해서 쓴 것이 아니라 신부님들을 위해서 쓰여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결국 신자들이 직접 읽기에는 자료집의 내용이 너무 어려웠다고 봅니다. 이렇게 볼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청각 교재의 발간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대희년을 맞이해서 신자들에게 가장 와 닿는 것은 역시 희년 대사입니다. 일반 신자들은 희년 대사를 얻기 위한 성지 순례에 많은 관심이 있고 실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창영:이번 특집을 위해서 [사목]에서는 이미 대구대교구, 수원교구, 인천교구의 담당 신부님과 실무자에게 각 교구의 대희년 실천 목표와 진행 상황에 대한 글을 받았습니다. 14개 교구 모두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고 봅니다. 그럼 현재 각 본당과 교구 사도직 단체를 지원하는 교구 나름의 대희년 프로그램이나 일정이 혹시 있습니까? 춘천교구와 서울대교구는 어떤가요? 그리고 한국 평협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까?

 

김현준:춘천교구의 현재 대희년 실천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999년에는 교구 60주년 행사를 가졌는데 이것을 대희년과 연결시켰습니다. 1998년에는 교구 행사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2000년에는 전국 대회로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행사들과 대희년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내적으로는 새날 새삶 운동, 성서 필사본 갖기 운동을 했습니다. 성서 필사본 쓰기를 통해 현재 약 300권의 필사본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서 필사본 갖기는 사제단, 신학생, 본당 신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주교님을 비롯해서 신부님들도 신구약을 나눠서 필사본 한 권을 했고, 본당에서는 구역 단위로 나눠서 했습니다. 이렇게 쓰여진 성서 필사본은 모든 본당에서 성탄 때 봉헌했고, 어떤 본당에서는 필사본을 복사해서 구유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춘천교구는 그렇게 나름대로 4년 전부터 중간 점검과 내면화 작업을 해 왔습니다. 또 모든 신자들이 1년 동안 매일 묵주 기도 1단을 하기로 하였고, 매달 25일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지향으로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50일 성체 조배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한솥밥 한 식구' 운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김옥련:서울대교구 교육국 차원에서 말씀드린다면 '청소년 사목 학교'의 창설이 대희년 들어서 특기할 만한 것입니다. 이전에 사회 사목 학교나 민족 화해 학교 등은 있었는데, 청소년 사목 학교는 한국 교회에서 처음인 것 같습니다. 본당에서 일하는 청소년 사목 위원들을 대상으로 역할 부여와 정체성 고취를 목적으로 이번 봄학기에 10주 과정으로 개강했습니다. 이제 한 학기를 끝냈고, 150명이 수료했습니다. 또 대상자도 청소년 사목 위원뿐 아니라, 관심 있는 학부모, 수도자, 청소년 사목 사제까지 포함해서 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주나 수원교구에서까지 참석해서 호응이 좋았습니다. 주로 강의식이었지만 마지막에는 워크숍과 사례 발표도 했습니다. 다음 학기에는 이번 수료자들을 중심으로 심화 과정을 가질 것입니다. 사실 청소년 사목에서 좋은 지도자 부재의 문제가 있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청소년 사목 지도자를 양성할 것입니다. 또 [가톨릭 디다케]를 통해서 희년 정신에 관한 글을 주로 게재하려고 합니다. 교리 교사가 부족한 시골 본당이나 공소에서 이런 기사들은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국에서 '가톨릭 청소년회'라는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현재까지 두 차례 청소년 거리 문화 축제를 했습니다. 명동 대성당 마당에서 했는데,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교회 안과 밖의 청소년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할 것입니다. 저희 교육국에서는 어떤 특별한 희년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프로그램에 희년 정신을 부여하려고 노력합니다.

 

저희 수도회 같은 경우에는 몇 년 전부터 모든 회원이 일주일에 한 끼를 절약해서 '북한 기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 전 회원들이 성서 통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성서 통독을 했는데, 개인의 실천적 문제에서도 복음을 희년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려고 합니다. 준비 부족으로 다른 수도회나 장상 연합회 차원에서 하는 대희년 실천은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사도직이 부여되든지 수도자가 될 때의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서, 수도회의 근본 정신 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홍준:한국 평협에서는 지난해에 이어서 올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대희년 평신도 대회'를 개최합니다. 지난해에는 대희년을 앞두고 치른 평신도 대회에서 서로간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교회 운동, 단체들의 잔치에 이어서 장엄 미사 중에 '평신도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올해는 보편 교회 공식 주제이며 로마 평신도 대회 주제이기도 한 '새 천년기 그리스도의 증인들-그리스도 어제도 오늘도 영원히'로 정했습니다. 지난해 운동 단체들의 행사 후속 프로그램으로 지난 5월 20일 '하나 되게 하소서'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교회 운동 단체들의 만남 행사를 가졌고, 10월 26일에는 교구별로 주교님을 모시고 평신도 대회 개막 미사를 봉헌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27일에는 9월에 복원 완공되는 중림동 성당에서 정하상 바오로 성인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28일에는 운동 단체 중심의 선교 대회를 서울 명동 가톨릭 회관에서 진행하며, 29일 주일에는 장충 체육관에서 약 7천 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선교 중심의 평신도 대회 본 행사를 가지게 됩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선교에 관한 확실한 지표를 찾아내려고 할 것입니다. 평협 사무실에는 선교 상황판을 두고 각 본당의 입교자 수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창영: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4년을 준비하면서 회의도 많이 했고 자료도 많이 냈는데, 이것이 일선 본당과 신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준비에 비해서 본당 차원에서 결실이 너무 부족한 것 같은 인상입니다. 대희년을 살아가면서 교우들이 새날 새삶 운동 안에서 어떤 자기 쇄신 또는 성화의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새날 새삶 운동의 목표와 실천 방법과 연관하여, 그리고 신자 개개인의 현실과 관련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또한 새날 새삶 운동과 기존의 사도직 활동과의 갈등이나 마찰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최홍준:적어도 본당 차원에서는 대희년은 물론 새날 새삶 운동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자들을 위한 특별 교육이 어렵다면 주일 미사 강론에서라도 이 운동의 의미와 실천 방법을 홍보하고 지도해 나갔으면 합니다. 신자 재교육도 지금 교회가 가고 있는 방향과는 무관하게 실시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나부터 새롭게, 건전한 가정, 이런 것은 모두 우리 개개인의 신자 생활에 필수적인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구체성을 띤 것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 운동이 제시하는 실천을 했을 때, 이것이 어떻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과 연결되는 것인가를 제시해 줄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같은 사랑의 행위를 하더라도 하느님을 위해서 한다고 마음먹고 실행하는 것과 그냥 착한 마음으로 선의의 행동을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의 행위를 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갈등과 마찰을 일으킬 만큼 새날 새삶 운동이 확산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창훈:새날 새삶 운동의 큰 틀은 네 개지만 그 아래 소항목이 너무 많습니다. 따라서 이를 기억해서 전부 실천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차라리 신자들에게 분명하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항목을 한두 개로 줄이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최소한 이것 이것만은 하지 말자 또는 이것 이것만은 하자로 항목을 줄여서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어떨까요?

 

인천교구 산곡동 본당이 대희년 실천이 잘 되고 있다고 해서 취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본당에서는 주임 신부님이 미사 때마다 새날 새삶 운동의 네 가지 주제를 가지고 구호를 외치게 했다고 합니다. 이것에 대해 신자들이 처음에는 어색해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까 사람들이 변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신부님들의 역할이 크다는 반증입니다.

 

희년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기쁨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부에서 부과되는 요구 사항만 많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교구 차원에서, 교구청 직원들의 대희년이 있다고 할 때 그들을 위해서 실질적인 무언가가 있었으면 합니다.

 

김현준:희년 정신이 기쁨이라고 하는데, 남이 나에게 기쁨을 주는 측면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남에게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가 나에게 어떤 기쁨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타인에 대한 요구만 생겨나게 됩니다. 타인에게 기쁨을 줌으로써 나도 동시에 기뻐지는 그런 차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주교님이나 교회에 무엇을 달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쁨을 실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기존의 사도직 활동과 마찰은 없었던 것 같고, 오히려 일선 본당 신부님들 중에서 대희년 실천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분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존에 진행하던 것도 많은데, 새롭게 대희년 활동을 하라고 하는 것으로 일종의 이중 부담을 느꼈을 것입니다.

 

저는 2000년 대희년 중앙 사무국이 없어진 것에 대해서 상당히 아쉽게 생각합니다. 몇 년 동안 준비가 있었고, 이제 이에 대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라도 사무국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 교구에서 추진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도 대희년 전국 대회인데, 해당 교구에서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만일 중앙 사무국 차원에서 이에 대한 지원이나 활동이 있었다면 좀더 쉬웠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교구마다 대희년 전담 부서가 없는 상황에서 대희년이 시작되면서 폐지되어 아쉽습니다.

 

그리고 저희 교구는 지난해 60주년 기념으로 수저 받침대를 만들었습니다. 4개 한 세트로 만들어서, 대희년 주제 4개를 새겨 넣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어떤 감각적인 것이 있어야 그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이끌어 낼 수 있겠다 싶어서 했는데 해 놓고는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네 가지 기본 주제도 외우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주보에 새날 새삶 운동에 관한 퀴즈를 내보내서 당선된 60개 가정에다가 60주년 기념 십자가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한국 교회의 희년 준비에는 신자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것으로 인지되도록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인식이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또 홍보나 광고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인지 알아야 활동도 나오고 하는데 아예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춘천교구에서는 새날 새삶 운동의 네 가지 틀만을 주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실시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본당별로 새로운 실천들도 만들어 내게 하는 것이지요.

 

이창영:한국 교회의 대희년 활동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앞으로 남은 대희년 기간 동안 교회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최홍준:6?25 쉰 돌을 맞아 비무장 지대인 월정리 역에서 개최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행사를 들 수 있겠습니다. 특히 최근의 남북 정상 회담과도 맞물려서 좋은 결과를 내리라고 봅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는 희년의 정신을 실제 삶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각자가 노력해야 하리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날 새삶 운동을 지금부터라도 본당과 교구, 교회 운동과 사도직 단체들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접근해 나갔으면 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이런 연대는 참으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현준:대희년 실천을 위해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사항은 역시 사제 교육입니다. 사제 연수를 통해서 강의식으로라도 이런 것들을 많이 해야 합니다. 연수를 통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는 신부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희년 강론 자료집 같은 것도 발간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제 평생 교육의 차원에서도 한국 교회의 대희년 실천에 대한 과목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희년 정신이 올 한 해에 그치지 않고 계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6월 25일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에는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것, 교회가 교회답지 못한 허물, 신자로서 하느님 자녀답게 살지 못한 잘못 등 세 가지 차원에서 참회 예절이 있을 것입니다. 한편 교회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너무 오늘의 잣대만으로 과거를 평가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황사영 백서 같은 경우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김옥련:대희년에 들어서면서 종교간 대화의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석탄일이나 성탄절에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 축하해 주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대희년 기간 동안 한국 교회도 세계 교회와의 관련성을 잊지 않는 교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로마에서 하는 청소년 대회에 한국 교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데, 대구에서 하는 청소년 대회에도 많은 외국 신자들을 초청했으면 합니다. 이런 것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임에도 신경이나 관심을 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창훈:저도 종교간 대화가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면서 상당히 확산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불교와는 상당히 좋아진 것 같은데, 같은 그리스도교인 개신교와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입니다. 또 민족 화해 분야도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전부터 강조되던 것이지만, 앞으로도 더욱 역점을 두어야 할 사항이라고 봅니다.

 

이제 일선 본당 신자들도 아직 구체적 행동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희년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대강 다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희년 정신과 실천에 대한 강조가 계속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막연하게 이것저것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또 교회 내 인적 자원의 활용 문제가 대두되는데, 필요한 자료를 주기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는 그런 체제가 아쉽습니다.

 

희년의 전제 조건이 참회와 화해인데, 그 점이 더욱 부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상징적인 차원에서라도 대희년이 시작되기 전에 교구나 본당 차원에서 이런 행사들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창영:김 신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성직자들에 대한 대희년 교육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나아가 신자들에게 전달하는 데도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새로운 무엇을 시작하기보다 해 오던 것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실천하게 하는 데에 이런 중간 점검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분명히 종교간 대화는 대희년이 되어서 많이 활성화한 것 같습니다. 또 온겨레 손잡기 운동, 평화 대행진 등은 대희년 맞이 행사는 아니지만 대희년 정신을 잘 구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돕기 운동도 각 교구 차원에서 잘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월정리 역 행사도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긍정적인 행사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한국사목연구소 산하에 역사신학위원회가 발족했습니다. 이것은 한국 교회가 이 나라의 역사 속에서 민족과 갈등 또는 화해를 이루었던 부분들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 후에 주교회의도 어떤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교회 언론에서 대희년과 관련한 행사를 많이 보도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시골 본당에서 하는 새날 새삶 운동을 좀더 기사화해서 많은 신자들에게 알리면 어떨까요? 또 신자들은 전대사에 대한 목마름이 많은데, 이에 대한 홍보도 많이 했으면 합니다.

 

긴 시간 토론에 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말씀하신 내용들이 한국 교회의 대희년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사목, 200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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