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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교회의 가르침: 전체 개관 (2) 요한 바오로 2세의 후기 문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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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1-18 ㅣ No.528

[현대교회의 가르침] (2) 전체 개관 ② 요한 바오로 2세의 후기 문헌들


교회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 맞설 ‘진리의 나침반’

 

 

오늘은 현대 교황 문헌의 흐름을 소개하는 전체 개관의 두 번째 순서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엔 요한 바오로 2세의 27년 재임 기간(1978~2005) 중 후반기에 해당하는 1992~2005년의 13년 동안 발표된 교황 문헌들 중 의미 있는 9개의 문헌들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처럼 2000년 대희년을 전후하여 제삼천년기를 향해 나아가는 격변의 시기에 발표된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 문헌들은, 오늘의 교회가 마주해야만 하는 심각한 도전들이 과연 무엇이며 가톨릭 교회는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고자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이는 2014년 오늘의 시점에도 계속 전개되고 있는 도전과 응답의 과정이기도 하다. 

 

12) ‘진리의 광채’(Veritatis Splendor, 1993)는 교회 윤리의 기초에 대하여 말하는 회칙이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위 기간 동안에 전반적인 여러 윤리적 이슈들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또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 시대적 맥락에서, 이는 윤리 문제 전반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다루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회칙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오늘의 윤리신학에 나타난 일부 경향들을 지적하고 설명하며 그에 대한 식별을 제시한다. 그리고 교회 생활과 사회 생활을 위한 윤리적 선이 과연 무엇인지를 논한다. 한마디로, 이는 현대의 여러 상황과 여건들 속에서 왜곡되거나 부정될 위험에 처한 가톨릭교회의 기본 진리들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문헌이라 할 수 있겠다. 

 

13) ‘제삼천년기’(Tertio Millennio Adveniente, 1994)는 2000년 대희년을 잘 맞이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단계별로 나누어 상세하게 설명하는 교황 교서이다. 이는 역사적인 제삼천년기를 향해 나아가는 교회의 진지한 준비자세가 잘 드러나는 문헌이다. 기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어제나 오늘이나 변하지 않는 항상 영원하신 분(히브 13,8 참조)임을 전제하면서도, 2000년 대희년의 사건을 맞이하기 위해 교회의 특별한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희년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먼저 설명되고, 이후 단계적인 차원의 준비가 필요함을 삼위일체론적 차원에서 기술한다. 이미 대희년을 지나 제삼천년기를 한창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도 항상 기억하고 다짐해야 할 중요한 내용들이 신학적·사목적 차원에서 제시된다. 

 

14)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 1995)은 윤리적 문제 일반에 대하여 다루었던 회칙 ‘진리의 광채’ 이후, 특별히 생명윤리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 공포된 회칙이다. 이는 현대 생명공학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성서적·신학적·사목적 차원의 성찰들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간 생명을 경시하는 현대의 사회문화적 풍조를 가리켜, ‘생명의 문화’와 반대되는 ‘죽음의 문화’라고 호칭하였다. 생명윤리의 문제가 더욱 가속적으로 심각히 제기되고 있는 오늘날이기에, 그 가치와 의미가 특별히 돋보이는 문헌이다. 

 

15) ‘하나되게 하소서’(Ut Unum Sint, 1995)는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문제에 대하여 다루는 중요한 회칙이다. 즉, 가톨릭교회와 완전한 친교를 이루지 못한 교회와 공동체들과의 관계에 대하여 논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교회일치 문제를 중요시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큰 관심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이 문제가 오늘의 가톨릭교회에 큰 과제로 떠오른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가톨릭교회의 일치 운동 투신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신학적·영성적·사목적 차원에서 잘 설명한다. 이를 위해, 하느님의 말씀을 통한 상호접근,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갖고 있는 보화의 재발견이 이루어져야 함 등이 구체적인 지침으로 제시된다. 그런데 이 문헌이 개신교 측으로부터도 큰 관심과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이 지니는 ‘공동의 순교록’을 통해 일치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이 문헌은 일치 운동 분야에 있어 가장 큰 논쟁의 핵심에 자리한 ‘교황의 일치 직무’에 관해서도 다루며 가톨릭교회의 분명한 입장을 천명한다. 

 

16) ‘신앙과 이성’(Fides et Ratio, 1998)은 신앙과 이성의 관계에 대하여 논하는 회칙이다. 이는 이성의 위기를 겪는 오늘의 시대에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헌이다. 이 회칙은 가톨릭 철학과 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도, 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신앙과 이성의 올바른 관계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철학과 신학의 건전한 상호협력의 관계가 무엇인지를 밝힘으로써, 현대의 가톨릭 철학과 신학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회칙은 “신앙과 이성은 인간 정신이 진리를 바라보려고 날아오르는 두 날개와 같다”는 언명으로 시작된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드러내시는 계시진리는 우선적으로 신학적 인식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이는 철학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진리들에 반대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밝힌다. 그러므로 철학적 인식과 신학적 인식은 오직 하나의 충만한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양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17)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 1999)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열린 1998년의 아시아 주교대의원회의의 후속 문헌으로 발표된 교황 권고이다. 이는 특별히 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지침과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문헌이다. 먼저 아시아의 종교적·문화적·사회적·경제적·정치적 현실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아시아의 현 상황이 어떠한지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아시아를 위한 선물로서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그리고 아시아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기본적으로 제시된다. 이후 보다 구체적으로, 아시아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선포하는 길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성령 안에서 선교와 복음화를 위해 투신해야 하는지를 설명된다. 한마디로, 이 문헌은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투신하고 봉사하며 복음의 증인이 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안내서이자 길잡이라고 할 수 있겠다. 

 

1999년 12월 24일 자정,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성 베드로 대성당의 청동 성문(the Holy Door)을 활짝 열면서 2000년 대희년을 선포하고 있는 장면. 교황은 여러 문헌들을 통해 제삼천년기를 향해 나아가는 교회가 마주한 심각한 도전들과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CNS]

 

 

18) ‘새 천년기’(Novo Millennio Ineunte, 2001)는 2000년 대희년의 폐막에 즈음하여 발표된 교황 교서이다. 이는 예수님의 탄생 2000주년을 경축하는 대희년이 끝나고 이제 새로운 천년기를 맞아 교회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문헌이라 할 수 있겠다. 먼저 대희년을 통해 이루어진 중요한 성과들, 즉 기억의 정화, 순례하는 교회의 참모습을 드러냄, 청소년들의 만남과 모임, 교회일치 차원의 발전, 국제적인 외채 탕감의 노력, 미래를 향한 새로운 힘을 얻음 등이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이후 미래를 향해 나아감에 있어, 우리는 먼저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즉 그분의 고통과 부활의 신비를 우리의 실존 안에서 살고 체험해야 한다는 것을 출발의 가장 중요한 디딤돌로 제시한다. 바로 이렇게 그리스도에게서 출발하는 힘찬 도약을 위해서는, 성덕과 기도와 전례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는 것, 그리고 하느님 말씀의 경청과 선포를 통한 증언이 필요함을 말한다. 그런데 이 증언은 친교와 일치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증언이어야 하며, 세상 안에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표징으로 드러나야 함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는 20세기의 교회에 내려진 큰 은총이었던 동시에, 새로운 천년기에도 여전히 교회의 위치를 확인하게 해주는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음이 분명히 제시된다. 

 

19)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Ecclesia de Eucharistia, 2003)는 성체성사와 교회의 관계에 대하여 다루는 회칙이다. 이 회칙의 제목처럼, ‘교회가 성체성사로 산다’는 것은 단지 일상적인 신앙의 체험을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교회의 깊은 신비의 핵심을 잘 요약하여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라고 선포했던 바를 보다 부연해 현대적 맥락에서 설명하는 것이 바로 이 회칙의 주된 골자이다. 그리하여 신앙의 신비를 담고 있는 성찬례를 거행함으로써 교회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이러한 성체성사를 통해 사도 전래성의 의미가 제대로 드러난다는 것을 설명한다. 또한 성체성사를 통해 교회의 친교가 이루어지고 드러나기에 이는 모든 교회 생활의 중심이 됨을 특별히 강조한다. 

 

20)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Mane Nobiscum Domine, 2004)는 특별히 성체성사의 해(2004년 10월~2005년 10월)를 맞아 발표된 교황 교서로서, 2003년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의 후속 문헌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교회의 생활과 사명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체성사”라는 주제로 2005년 10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성체성사를 통해 드러나는 빛의 신비에 관해서, 그리고 성체성사가 곧 선교의 원리이며 계획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설명한다. 이렇게 하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재위 후반기에 이르러, 현대의 교회 생활에 있어 특별히 성체성사의 중요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강조하였음이 잘 드러난다.

 

* 박준양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전공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신학과사상학회 편집위원장 및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FABC 신학위원회 전문신학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1월 19일,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의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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