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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숨쉬고 있는 라오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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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1 ㅣ No.27

[세계 교회는 지금] 아직도 숨쉬고 있는 라오스 교회

 

 

캄보디아와 공동 주교회의 운영

 

라오스에는 관광객이나 여행자에게 별다른 제한이 없다. 다만 좀 못산다는 느낌뿐. 그러나 종교에 관해서는 이 나라가 여전히 별로 우호적이지 않다. 2001년 7월에 정부가 발표한 ‘종교활동 조절과 보호에 관한 정령’에는 종교활동에 법률적 지침을 제공하고 각 시민이 종교를 실천하거나 실천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라오스는 땅은 넓지만 인구가 250만 명밖에 안된다. 라오스에는 주교가 3명, 교구장 서리가 1명, 사제가 13명이 있을 뿐이다. 대개의 나라가 나라 단위로 주교회의를 구성하지만, 라오스는 남쪽 이웃나라인 캄보디아와 공동으로 주교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너무 작기 때문이다.

 

라오스는 1975년 4월 베트남이 공산화될 즈음 거의 동시에 공산반군이 전국을 장악하고 공산정권을 세웠다. 우리가 잘 아는 호지명 루트 대부분이 실제로는 베트남보다는 라오스를 지난다. 때문에 인도차이나 반도 3국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베트남은 국경을 길게 접한 라오스를 마치 ‘동생’ 나라처럼 생각한다고 한다.

 

 

교회 구내에서만 허용되는 종교활동

 

베트남은 1991년 이래로 개방정책을 펴고 있다. 그렇다면 ‘동생’ 나라인 라오스도 이것을 따라 할 법한데? 그러나 그렇지 않다.

 

비엔티안 대목구 교구장을 맡고 있는 캄세 비타봉 주교(오블라띠 선교수도회)에 따르면, 라오스의 정치상황은 “1975년부터 지금까지 똑같다.”고 한다. 교회에 변화가 있다면 3만 5000명으로 추산되는 신자들 사이에 출산과 사망으로 인한 자연변화가 있을 뿐이며, 청년과 교리교사, 수녀들의 영적 쇄신도 미미하여 변화란 것이 있다 해도 거의 알아차리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다.

 

라오스 교회는 그저 죽지 않고 근근이 숨만 내쉬고 있는 상태다. 캄세 주교는 지난 가을 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와 가진 인터뷰에서 “라오스 교회에 뉴스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신자들은 한국처럼 신자증가율을 이야기하기는커녕 몇 안되는 사목자의 지도를 받으며 모여서 기도하고 노래부를 뿐이다.

 

캄세 주교는 7월에 새 종교 정령이 발표된 데 대해서도 그것이 무슨 특별한 종교정책 변화라고 보지는 않았다. 그는 이 정령에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의 종교정책이 반영되어 있으며, 이제는 다만 문서가 있다는 것뿐이지 새 정령이 발표되기 전과 후에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오스에서는 교회가 학교나 보건시설도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라오스에서 종교활동은 교회 구내에서만 허용된다. 라오스에서는 신자들이 소모임을 갖는 것조차 ‘특별한’ 시도에 속한다.

 

비엔티안 교구에는 보통 생각하는 개념의 ‘본당’이 하나도 없다. 형편에 따라 크고 작게 모이는 소집단이 있을 뿐이다. 신자수가 가장 많은 모임이 16명이다. 다행히도 수녀가 15명이 있고 평신도 교리교사도 100명 남짓 있어서 이들이 복음화 사업을 돕고 있다.

 

 

‘단순하고 오래된’ 교리교육

 

그럼 왜 이렇게 라오스 교회가 침체되어 있는 것일까? 라오스에는 외국인 선교사가 들어갈 수 없다. 기존 사목자와 사목일꾼들은 나이가 들어가는데 이들을 위한 재교육을 20년 넘게 해보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해서 외국에 내보내기도 힘들다. 무엇보다도 국가가 교회활동을 제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라오스 교회에는 약간의 특색이 있다. 부활절이 되면 비엔티안 교구 신자들은 서로 물을 끼얹고 성상에도 물을 끼얹는다. 원래 라오스에는 새해에 물을 끼얹는 용서와 축복의식이 있다. 일종의 토착화인 셈인데, 라오스에 있는 네 개 교구 가운데 아직은 비엔티안 교구에서만 물 끼얹기 행사를 갖고 있다.

 

비엔티안 남쪽 라오스 중부지방에는 타켓-사반나켓 대목구가 있는데, 신자 7000명에 주교 1명, 사제 6명, 수녀가 몇 명 있다.

 

이 교구의 팜마셍 신부는 종교실천은 자유로우며 자신도 자유롭게 오가며 사목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라오스 교회도 새로 정해진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알고 있다. 그러나 팜마셍 신부는 이 교리서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쓰지 않으며 과거의 “단순하고 오래된” 교육방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하느님과 창조, 예수, 구원에 대해 가르치고, 7성사를 포함한 십계명과 몇 가지 중요한 교회법에 대해서만 가르칠 뿐이다. 몇 년 전에 이곳 사반나켓에 교회 박해가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그는 박해 사실을 부인하고 이곳 생활은 “정상”이라고 말했다.

 

라오스는 캄보디아나 베트남과 함께 불교인이 많다. 팜마셍 신부에 따르면, 교회에서는 불교인이 가톨릭 신자와 결혼한다 해도 꼭 가톨릭 신자가 되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알려주려고 노력하지만, 신자 대부분은 자기가 신자이면 상대방도 가톨릭 신자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새 주교 서품에 참석한 스님과 정부 관리

 

라오스 교회에 활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1년 5월 14일에 라오스 남부지방의 팍세 대목구에서는 새 주교가 서품되었다. 링 주교는 라오스의 주요 종족인 라오족이 아니라 카무족 출신인데, 자신은 주교가 되었어도 “여전히 사제로서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서품식에는 불교 스님들이 참석하여 축복과 영적 일치의 표시로 기도를 노래로 부르고, 가톨릭 신자들에게 물을 뿌려주었다. 정부 관리들도 참석했다. 참파삭 주 부지사는 신자들에게 “이 서품식에 참석해서 기쁘다. 이 행사는 여러분의 신앙에 합당하며, 아무것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팍세에서 처음 열린 가톨릭 주교 서품식은 지방 당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타이에서는 분루엔 만삽 주교(우본라차타니 교구 교구장)도 참석했다. 라오스와 인접한 타이 동북부 지방에서 쓰는 방언은 라오스 말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타이 교회는 이곳 교회를 통해 라오스 교회와 교류하면서 새로운 교회 동향을 알려주고 필요한 재교육을 돕곤 한다.

 

팍세 대목구는 1967년에 설립되었으나 아직까지 이 대목구에서 서품된 사제는 한 명도 없다. 때문에 팍세 대목구는 비엔티안 교구를 비롯한 다른 교구 출신 사제를 데려와야 했다.

 

라오스에는 위 세 교구 외에도 루앙프라방 대목구가 있다. 루앙프라방은 옛 도읍으로서 중요한 도시다.

 

[경향잡지, 2003년 1월호, 박준영 요셉(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 한국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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