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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사스 공포에 떤 대중화권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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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1 ㅣ No.32

[세계 교회는 지금] 사스 공포에 떤 대중화권 교회

 

 

부활절을 휩쓴 사스 공포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 또는 사스(SARS)라고 부르는 악성 괴질이 처음 발생한 곳은 중국 남부지방의 광저우였다. 광저우는 홍콩과 인접해 홍콩 사람들의 출입이 잦다. 자연스레 이 병은 홍콩으로 옮아갔고, 이들을 치료한 의료진이나 중국계 화교 등을 통해 캐나다의 토론토, 타이완, 싱가포르 등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보건당국의 공식 대응이 시작되기 전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등 자발적인 예방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했고, 다른 사람과 악수하는 등 직접 신체를 접촉하는 것도 피했다. 성당이나 교회는 한꺼번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꼽힌다. 더구나 사스가 크게 확산되는 시점과 부활절이 겹쳐 비상이 걸렸다. 교회는 무엇보다 질병 확산에 책임있게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고, 또한 많은 병원을 운영하는 까닭에 이 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홍콩 교구는 4월초에 사스에 걸린 사람들이 늘어나자 성주간 동안 전례를 단축하거나 생략했다. 성목요일 전례에서 세족례를 생략했고, 또한 4월 19일 밤 부활성야에 있을 세례식도 침례방식으로 하지 않았다. 4월 13일 성지주일을 취소하자는 안까지 나왔다.

 

이 시점에서 홍콩의 한 33층짜리 아파트 주민들에게서 집단발병 현상이 나타나자, 당국은 이 아파트를 통째로 봉쇄하는 등 홍콩에서는 사스 공포가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로사리오 성당에서는 요 몇 년 사이 인기를 끈 ‘넘이절’ 행사를 취소했다. 성서의 넘이절과 그리스도가 제자들과 한 마지막 저녁식사를 기리는 넘이절 식사 행사는 홍콩에서는 여러 교회 단체와 본당에서 하고 있다.

 

 

고해성사에 등장한 수술용 마스크

 

성주간 전례의 변경에 앞서 지난 3월 25일에 홍콩에서 315명이 감염돼 10명이 죽었을 당시 홍콩 교구는 이미 이에 관한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 지침에는 교회시설을 소독하고 사제들은 성체를 나눠주거나 고해성사를 집전할 때 수술용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교회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예방용 마스크를 나눠주도록 했다.

 

이 지침이 발표된 뒤 첫 주일인 3월 30일에는 미사 참여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으나 일부 신자들은 이런 현상을 아픈 신자들이 집에 머물며 개인적으로 기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3월 28일, 교구 사무처장 리렌 신부는 고해실은 환기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쓰지 말라고 각 본당에 통보했다. 그는 사순시기에는 고해를 하는 신자수가 는다는 것을 알지만, 고해실 밖에서 얼굴을 보면서 고해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괄사죄를 줄 가능성에 대해 리 신부는, 이는 보통 대규모의 사람들이 성주간 전에 고해성사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만 쓰는 극단적 수단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부활성야에 병자성사나 견진성사를 받는 신자들은 피부접촉을 피하려고 면봉에 묻힌 기름으로 축복했다. 또 교정사목 평신도회는 교도소 수인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홍콩의 전례를 배우고자 올 예정이던 타이베이 사제대표단은 괴질 때문에 일정을 연기했다.

 

 

성수가 없는 성수반

 

대중화권의 일부인 싱가포르 대교구도 큰 영향을 받았다. 싱가포르 대교구는 어린이 전례와 교리교육을 중단한 데 이어 3월 28일에는 니콜라스 치아 대주교의 지침에 따라 미사 때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서 손을 잡거나 입으로 성체를 받는 것도 금지했다.

 

치아 대주교의 지침은 미사 때 발표되었다. 이 지침은 괴질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거나 감염된 사람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 이들은 “미사에 참석하는 것을 삼가라.”고 요청하고, 또 사람들에게는 평화의 인사 때 악수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여러 본당에서는 그 이상의 조치를 취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교회와 동정성모 탄생 교회는 입구에 있는 성수반에서 성수를 없애고, 에어컨을 튼 채 문과 창문을 계속해서 열어두었다.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교회는 본당의 구내식당과 도서관의 문을 기약없이 닫고 있으며, 강연 등 대부분의 행사도 취소했다. 그러나 혼인식은 그대로 진행하고 있으며 피로연도 구내식당에서 열리고 있다. 본당신부인 존 심 신부는 미사 때 노래하는 성가대원 수를 다섯 명 이하로 줄여 서로 멀리 떨어져 있게 했다.

 

 

조용한 중국 교회

 

홍콩 교회와 싱가포르 교회가 이렇게 긴장하고 있던 시기에 막상 사스의 진원지인 중국 교회는 조용했다. 이 병이 처음 발견된 광저우성 포산 성당의 예야오민 신부는 3월 27일 본당의 교회활동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특별한 예방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한 광저우 대성당의 셰커밍 신부는 교회활동은 지난 2월초 사스 발병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2월초에 대성당 구내를 향초로 훈증소독했을 뿐이다. 나아가, 그는 교구 안에서 이 병에 대해 더 이상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셰 신부는 “지방 당국에서는 으레 교회에 보건경고를 전달하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병의 ‘확산’ 보다는 교회에 ‘외국 이데올로기가 침투’하는 것을 더 걱정한다.”고 했다.

 

앞서 포산 성당의 예 신부는 본당신자 가운데 병에 걸린 사람은 하나도 없으며, 당연히 본당이나 공소를 닫아야 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나, 광둥성 안에서 이 병으로 죽은 희생자 숫자를 듣고는 놀랐다. 이는 수도인 베이징에서 크게 확산되기 전까지 중국 정부가 사태를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사스가 발병하지 않았지만 한국교회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 카리타스 차원의 대북한 원조 조정회의가 가을로 연기됐는데, 이는 바로 사스 전염 우려 때문이었다.

 

[경향잡지, 2003년 6월호, 박준영 요셉(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 한국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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