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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식민지 이미지 벗어야 할 파키스탄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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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1 ㅣ No.33

[세계 교회는 지금] 식민지 이미지 벗어야 할 파키스탄 교회

 

 

과거 영국의 식민지로 '가톨릭=서구'라는 인식

 

파키스탄 교회에는 모두 5개 교구가 있다. 이 가운데 대교구는 카라치 대교구가 하나 있을 뿐이며, 2002년 11월 20일에 전임자인 시메온 안토니 페레이라 대주교가 75살이 되어 은퇴함에 따라 보좌주교이던 에바리스트 핀토 주교(69세)가 교구장 서리가 되었다. 그는 파키스탄 교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로 파키스탄 교회가 갖고 있는 식민지적 이미지, 서구 종교라는 이미지를 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탈식민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영국령 인도의 일부로 꼭 100년(1848-1947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다. 파키스탄에서 가톨릭 교회가 시작된 것은 바로 이 영국 식민지 시절이었기 때문에, 파키스탄인의 다수를 이루는 이슬람인들은 가톨릭 교회를 서구와 연결시켜 생각한다.

 

물론 인도에서도 이런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기는 하지만 인도에서는 베드로 사도로부터 이어진 라틴 교회가 아니라 토마스 사도로부터 이어지는 시로말라바르 전례와 시로말란카라 전례 등이 영국 식민지 시절 이전부터 이미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 인도 교회 성직자와 수도자의 거의 절반은 이 동방전례가 강한 인도 남부 케랄라주 출신이라고 한다.

 

특히 이런 대조는 2001년 9월 11일에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 이후 뚜렷해지고 있다. 9·11 테러 직후 2001년 11월에 미국이 알 카에다 조직을 분쇄하고 빈 라덴을 잡겠다며 침공한 아프가니스탄이 바로 파키스탄의 이웃나라인 점도, 유독 파키스탄에서 반그리스도교 감정이 드세지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편 우리가 파키스탄을 “이슬람 국가”로 여기듯이 많은 파키스탄인들은 미국을 그냥 “그리스도교 국가”로 여긴다. 이에 따라 치솟는 반미감정은 그리스도교에 대한 반감으로, 심지어는 공격행위로까지 이어진다. 이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대 테러 전쟁”에 이어 교회기관과 전례장소에 대한 여러 공격사건이 일어났다.

 

 

공격받는 가톨릭 교회

 

비록 이번 이라크 전쟁에 앞서 교황이 기울인 평화노력이 정치인과 언론, 지식인 사이에서는 그런대로 알려졌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가톨릭이나 개신교나 별 차이 없는 그냥 그리스도교일 뿐이다. 파키스탄에서는 6월 들어 다수파인 수니파가 “같은 이슬람”인 시아파 사원을 공격해 수십 명을 학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죽은 사람의 숫자는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친 교회와 그리스도교 기관에 대한 습격 사건으로 죽은 그리스도교인 숫자와 맞먹는다. 하지만, 수니파와 시아파의 차이가 우리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가? 그저 같은 이슬람일 뿐이다.

 

어쨌거나 9·11 사건은 가톨릭 교회 같은 파키스탄의 소수약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핀토 주교는 “9·11 사건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중에는 이슬람인도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한다. 9·11 사건은 테러리즘의 문제이지 이슬람과 비이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9·11 뒤에 바하왈푸르, 이슬라마바드, 무레이, 탁실라, 그리고 카라치 등에서 그리스도교에 대해 테러 공격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보자면 일부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너무 차분한가? 그는 ‘이슬람`=`테러리즘’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같은 파키스탄인인 이슬람인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아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파키스탄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   이 미국이 이끄는 대 테러 전쟁, 구체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한다.

 

핀토 주교는 이슬람과 테러리즘의 상관관계에 대해 “테러리즘은 어떤 종교와도 상관이 없다. 테러리즘을 허용하는 종교는 절대 없다.”고 단언한다.

 

 

독성죄법, 마호메트를 모독하면 무조건 사형

 

한편 파키스탄 교회가 부딪힌 문제로는 독성죄법 정도가 해외에 잘 알려져있다. 핀토 주교는 독성죄법, 국가 자원의 공평한 분배, 상원을 포함한 국회와 지방의회, 공직과 군조직에서의 (종교별) 적절한 대표성 등을 중요한 문제로 든다. 그는 그리스도교인들이 당하는 피해를 그저 “이슬람의 박해”식으로 보는 관점을 거부한다. “사실 상황을 악화시킨 여러 내부적, 외부적 요소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수약자 문제를 국내외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한 파키스탄 그리스도인들도 파키스탄이란 나라의 한 부분이란 점을 지적하며, 사목자로서 자신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국가적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본다고 말하고 그리스도인 같은 종교적 소수약자뿐 아니라 수많은 가난한 파키스탄인들도 여러 가지 고난과 고통, 기쁨을 똑같이 겪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 소수약자 지도부는 파키스탄의 주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도 교회가 소수약자로서의 설움만 강조해서는 문제를 제대로 볼 수도 없고 풀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집권하고 있는 무샤라프 장군에 대해서도, 그는 소수약자에 대해 관대한 구석이 있지만 독성죄법 같은 반동적인 법이 있는 한 그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독성죄법은 1980년대에 제정되었다. 다만 무샤라프 장군이 종교별 분리선거구제를 폐지하고 공동선거구제를 부활시킨 것을 보면 현 정부가 소수약자에 우호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1998년 5월에 당시 정의평화위원장이던 존 조셉 주교가 독성죄법 재판이 진행 중이던 법원 앞에서 스스로 머리를 쏘아 죽은 일이 있었다. 독성죄법에 항의하려는 행동이었다. 한국의 ‘지학순 정의평화기금’에서는 파키스탄 정의평화위원회가 독성죄법과 분리선거구제에 반대해 투쟁해 온 것을 높이 평가하고 지난 2001년에 ‘지학순 국제 정의평화상’을 시상했다. 또 지난 5월에는 파키스탄의 그리스도인들이 힘을 모아 그를 기리는 존 조셉 주교 정의평화상을 만들기도 했다.

 

핀토 주교는 독성죄법을 “반동적인 악법”이며 종교적 광신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종교를 이용할 수 있다는 면허장이라고 비판한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폐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성죄법은 이슬람의 예언자 마호메트를 모독하면 무조건 사형에 처한다는 무시무시한 법이다. 그러나 실은 사적인 원한을 갚는 데 악용되고 있다.

 

[경향잡지, 2003년 8월호, 박준영 요셉(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 한국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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