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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교회: 내전은 언제 끝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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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2 ㅣ No.41

[아시아 아시아] 중국교회 : 내전은 언제 끝나는가?

 

 

화해를 바라는 젊은 주교의 편지

 

지난해 7월, 중국 지하교회의 한 젊은 주교가 중국 주교들에게 편지를 보내 둘로 갈라진 중국교회가 서로 화해하기를 바랐다.

 

중국 서북부 간수성 란저우 교구의 한즈하이 주교(요셉, 39세)는 2003년 7월, 동료 주교들에게 보낸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서한에서 “중국 가톨릭인들이 중국교회의 모호한 분단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자.”고 요청하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20년 동안 요청해 온 중국교회의 일치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주교는 이 편지를 지하교회와 공식교회의 일부 주교들에게 보냈으며, 벨기에 루뱅 대학에서 2003년 9월 1-4일에 연 “2003년 유럽 가톨릭 교회 중국 세미나” 때 발표했다.

 

이 세미나는 루뱅 대학 페르디난드 버비스트 재단에서 마련했으며,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온 “중국 선교 협력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한 주교는 이 세미나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한 주교는 편지에서 중국교회는 거의 50년 동안 갈라져 있는데, 공산주의 체제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가톨릭인은 공개적으로 신앙을 실천해왔지만, 교황과 일치를 더 중요시하는 이들은 지하로 숨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하교회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지금까지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박해까지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분열이 늘 주교 임명 문제를 놓고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한 주교는 교황청과 중국 당국은 상호간섭을 인정하지 않는데, 그 상황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조리에 맞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승인한 “공식” 주교 대부분이 교황에 의해 임명되고 합법화되면서, 이들이 보편교회와 일치를 유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비공식 주교들과 더불어 이러한 합법적 주교들이 중국 주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하교회 신자와 공식교회 신자들이 함께 성체성사를 하지 못하게 막았던 옛 교회 문서들이 이제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한 주교는 편지에서, 중국 천주교 애국회가 교황청과의 일치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지하교회 주교들이 화해를 적극 추진하지 못하는 가장 주된 이유라고 밝히고, 두 교회 성직자 모두에게 일치를 향해 더욱 확고한 자세를 취하라고 요청했다.

 

그에 따르면, 란저우 교구의 공식교회와 지하교회 성직자 몇몇은 몇 년 전에 비공식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마련했다. 또 이웃한 톈수이 교구의 두 교회 성직자들은 심지어 성체성사를 함께하기도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 주교는 1994년에 사제가 되었으며, 2003년 1월에 신장 교구의 셰팅저 주교(바오로)에게서 주교품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주교가 아닌 사제로만 인정한다. 한 주교는 고 양리바이 주교(필립보)를 승계했는데 양 주교는 1981년 란저우 교구 주교로 비밀리에 서품되었으며, 1998년에 선종했다.

 

 

두 교회 사이의 복잡한 입장 차이가 문제

 

한편 허베이성 한단 교구의 천보루 주교(베드로, 90세)는 분열 때문에 “고민스럽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82년에 지하교회 주교로 비밀리에 서품되었으나 1988년에 공식교회에 참여했고 1993년에 은퇴했다. 그는 공식교회와 지하교회 사이의 복잡하고 서로 다른 입장이 자기 교구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오해가 무척 많다. 지하교회는 나를 이해하지 않는다. 우리가 언젠가 화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하교회에서 “밖으로 나온” 또 다른 공식교회 주교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자신도 양측이 언젠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일부 지하교회 신자들은 자기와 자기 사제들이 1999년에 공식교회에 참여한 것을 비난한다면서, 자기들이 공식교회에 참여함으로써 지역교회 발전이 촉진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식교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뒤부터는 정부의 의심을 피하고자 지하교회와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시성 난창 교구의 공식교회 소속 류민젠 신부는 자기는 지하교회 평신도들하고는 거의 대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자기가 오는 것을 보면 그들이 먼저 교회에서 떠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현재로서 화해가 어렵다고 본다. 푸젠성 푸저우 교구의 양수다오 주교(요한, 86세)는 공식교회와 화해하는 것은 곧 “배교”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지하교회 지도자인 그는, 정부가 통제하는 천주교 애국회가 존재하는 한 양측이 화해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푸저우 교구의 한 사제도 이곳 공식교회가 과거에는 지하교회를 보호하려고 노력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화해는 중국교회 신자들의 절대적 소망

 

그러나 공식교회의 푸저우 교구장인 정창청 주교(요셉, 90세)는 양측이 분열한 상태에서는 평신도만 상처를 입고 교회의 발전도 늦어질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이곳의 한 가톨릭 지도자는 한 지하교회 평신도 남성이 공식교회 사제에게 고해성사를 보자, 지하교회 지도자들이 그에게 한번만 더 그런 짓을 하면 그와 그의 가족들에게 고해성사를 주지 않겠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지하교회 신자들 사이에서는 몇 가지 불평이 오가고 있다. 내몽골 자치구의 한 평신도 지도자(60세)는 “지하교회가 줄곧 교황에게 충성을 지켜왔음에도” 교황청이 공식교회에는 젊은 주교를 새로 임명해 주면서도, 주교 대부분이 늙고 병든 지하교회에는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중국교회 관측통은 지하교회 사제들 상당수가 “밀봉된” 신학교에서 교재도 제대로 없이 교육받는 등 수준 이하의 신학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교황청으로부터 주교 승인을 받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국 중부지역의 한 지하교회 주교는 자신은 공식교회와 아무런 접촉도 없고, 다른 교구의 지하교회와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신자들이 화해를 바라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두 집단 사이의 기나긴 분열 때문에 화해를 이루기는 매우 어렵다고 했다.

 

이 주교와 같은 성 출신인 한 공식교회 사제도 “수많은 난관이 있기는 해도” 화해는 중국 신자들의 절대적 소망이라고 했다. 그는 지하교회 신자들이 모임에 자기를 초청한 적이 있는데 “말썽에 말려들까봐” 거절한 적이 있다고 하면서, 정부의 통제가 느슨해지면 언젠가는 그런 초대에 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신자들은 화해란 조직 통합이 아니라 평화 공존을 뜻하는 것으로 본다. 왕씨 성을 가진 한 원로 평신도 지도자는 중국교회 안의 한없는 “내전”을 끝내려면 모든 평신도들이 “교회 일치에 해가 되는 이야기를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향잡지, 2004년 4월호, 박준영 요셉(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 한국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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