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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목마른 하느님1: 물은 생명이다 - 가톨릭교회 가르침과 프란치스칸 영성 안에서 바라본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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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3-17 ㅣ No.1017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 평화신문 공동기획] 세계 물 협력의 해 - 목마른 하느님

(1) 물은 생명이다 - 가톨릭교회 가르침과 프란치스칸 영성 안에서 바라본 물


- 국내에서 몇 안되는 모래강인 내성천. 사진은 경북 예천군 회룡포마을 전경.


평화신문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와 함께 새 기획 '목마른 하느님'을 시작한다. 전문가 기고와 현장 취재를 통해 인간 생명의 근원인 물의 소중함과 그 안에 깃든 영성적 가치를 전한다. 유엔(UN)은 세계 각국의 물 부족 상황을 전 지구적 차원의 협력으로 극복하자는 취지로 올해를 '세계 물 협력의 해'로 정했다.

<연재 순서>

1. 물은 생명이다
2. 생물학적 관점으로 본 물
3. 물에서 배운다
4. 동양사상에서 바라보는 물
5. 물은 모두의 것이다


성경과 그리스도교 전승은 물이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에 관해 가르침을 준다. 물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계시하시는 중요한 실제 순간과 상징적 순간에 함께한다. 구약 예언자들은 영적인 물과 지상의 물이 함께 흘렀던 한 장소를 영적 상징으로 여겨 지상의 물을 사용해 마음속에 그렸다.

이사야는 "내가 목마른 땅에 물을, 메마른 곳에 시냇물을 부어 주리라. 너희 후손들에게 나의 영을, 너의 새싹들에게 나의 복을 주리라"(이사 44,3), 그리고 "자,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사 먹어라"(이사 55,1)하고 선포한다. 에제키엘(47,1-12 참조)은 성전 밑에서 솟아올라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둑을 따라 흐르는 강이 되는 물을 봤다.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 47,9).

예수님께서는 요르단 강의 흐르는 물로 세례를 받으셨다(마르 1,9). 예수님께서는 "목마른 사람은 다 내게로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요한 7,37-38)하고 외치셨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누구신가하고 묻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생명수를 주신다(요한 4,4-15).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상징적 의미로 가득하다. 돌아가실 때에 이르자 예수님은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요한 19,31-37). 우리 영혼을 위해 예수님이 주신 생명수와 우리 몸을 위해 하느님의 창조 안에서 주어진 살아 있는 물은 하나는 자연적인 것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초자연적인 것을 위한 것이다. 둘 다 생명을 준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그리스도 전통에서 중요한 상징이다. 물이 없으면 모든 것이 죽는다. 물은 모든 생명체가 그것을 통해 생겨나고 존재하고 번성하는 기본 요소다. 물은 지구의 활력소이면서 40억 년간 진화해왔다. 또 정교하고 복잡하게 균형 잡힌 순환계를 유지시킨다. 공동선에 기여할 뿐 아니라 공동선의 일부다.

그러나 이 세상의 신선한 물 자원은 유한하며, 이제는 공공재화가 아니라 상품이 되고 있다. 현재 안전한 식수 부족은 10억이 넘는 사람들 복지를 위협한다. 또 24억 명이 적절한 위생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 가난한 나라의 도시 빈민들은 같은 도시의 중상류층보다 4~100배나 더 많은 물값을 지불해야 한다. 빈민들에게 물이 '생존권 문제'가 되고 있다.

본성상 물은 상품 가운데 하나로 취급돼서는 안 되며, 합리적이며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물은 공공의 선이기에 물 분배는 전통적으로 공공기관 책임에 속한다. 물 분배를 민간영역에 맡기더라도 물은 계속 공공의 선으로 간주해야 한다.

물에 대한 권리는 모든 인간 권리와 마찬가지로 인간 존엄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물을 경제적 효용 가치로만 여기는 단순한 양적 평가에 토대를 두지 않는다. 물이 없으면 생명은 위협받는다. 그러므로 안전한 식수에 대한 권리는 보편적이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쓰임 많고 값진 물을 통해 하느님을 찬미했다. 쓰임이 많은 것은 인류는 물론 모든 생명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생명을 기르고 자라게 하는 물 만큼 쓰임이 많은 것은 없다. 그리고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 뜻에 따라 생명을 기르기에 값진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하느님 뜻에 맞갖게 자신의 쓰임과 값을 살아가는 것을 가난(무소유)이라고 가르치셨다. 물질적 결핍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뜻에 맞갖게 쓰이고 값을 내는 것이다. 물을 더 쓰임 많고 값지게 사용하는 것은 모든 생명을 위한 공공의 선을 지향하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3년 사순 담화에서 예수님께서 물과 목마름을 자주 언급하시며 성서적 측면을 말씀하셨다. 때로는 인간 활동이 불모지를 만들고 수질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당장 이를 그만둬야 한다. 해결책은 이러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는 기관들의 헌신적 지원과 협력에서 찾을 수 있다. [평화신문, 2013년 3월 17일, 김정훈 신부(작은형제회, 주교회의 환경소위 위원)]


물 한 잔의 소중함


한 잔의 물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3.5초마다 1명의 어린이가 깨끗한 물이 없어 죽어가고 있다.


'물 한 병 1.5유로(2140원)'

외국 음식점에서는 물 한 잔도 공짜로 주는 법이 없다. 기자가 지난해 출장차 독일을 방문했을 때 그곳 물 값은 1.5유로였다. 조금 비싼 음식점에서는 2유로(2853원)가 넘었다. 일행은 "물 한 병에 2000원이 넘다니, 역시 우리나라가 최고야"라며 한국의 후한 물 인심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인간뿐 아니라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우리 몸의 70%가 수분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정도로 물은 생명에 절대적이다.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외계 생명체를 찾는 과정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찰하는 것이 물 존재 여부다.

물에 있어서만큼은 우리나라처럼 축복받은 나라도 드물다. 마실 물이 풍부한 한국인에게 물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물을 아껴쓰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목이 마르면 언제 어디서든 물을 마실 수 있다.

건국대 환경과학과 황순진(요셉, 주교회의 환경소위) 교수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금수강산으로 불릴 정도로 깨끗한 물이 많다"며 "낭비하는 것을 '물처럼 쓴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풍부했기에, 물의 소중함을 말하기란 전공교수인 자신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라 밖 사정은 매우 다르다. 전문가들은 "20세기가 블랙 골드(Black gold)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 골드(Blue gold)로 불리는 물의 시대"라고 역설한다. 물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급속한 인구증가와 수질오염 때문이다.

천주교 창조보전연대(대표 양기석 신부) 자료에 의하면, 지구 표면은 70%가 물이지만 바닷물이 97.5%다. 2.5%에 불과한 민물은 대부분이 남ㆍ북극 빙하이고, 나머지는 고산지대 만년설 또는 지하 깊숙이 있어 개발이 어려운 물이다.

따라서 70억 인구는 지구상 민물의 0.3%만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지구 전체 수자원의 0.0075%만 인간이 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산업활동과 인구증가 등으로 갈수록 물이 오염돼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은 점점 줄고 있다. 국제적으로 물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그래서 나왔다.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하루에 246ℓ의 물을 쓴다. 반면 아프리카 국민은 하루에 10ℓ로 모든 걸 해결한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주(州) 벨치히(Belzig)의 생태마을공동체 제그(ZEGG)에는 집집이 빗물받이 시설을 갖추고 있다. 비가 내릴 때 지붕 사이로 흐르는 빗물을 모아 대형 수조에 받아놨다가 화장실ㆍ청소ㆍ세차ㆍ세탁 등 일상생활에 사용한다. 물 부족 국가가 아님에도 독일 국민이 이렇게 생활하는 것은 한 방울의 물도 낭비하지 않으려는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이집트와 수단ㆍ우간다의 공통점은 강을 경계로 두고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거나 지금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국가 간 물 분쟁이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 조해붕 신부는 "물을 절약하는 것도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의 일환"이라며 "평화신문과 함께 기획한 '목마른 하느님'은 물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3년 3월 17일,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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