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13년 제21차 세계 병자의 날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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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27 ㅣ No.480

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의

제21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2013년 2월 11일)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제21차 세계 병자의 날이 2013년 2월 11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기념일에 알퇴팅의 성모 순례지에서 성대하게 거행될 것입니다. 이 날은 병자들과 의료계 종사자들, 신자들과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교회의 선익을 위한 기도와 나눔 그리고 고통을 봉헌하는 은혜로운 시간”이 되고 “모든 사람들이 고통 받는 형제자매의 얼굴에서 고통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류의 구원을 성취하셨던 그리스도의 거룩한 얼굴을 알아볼 수 있도록 일깨워 주는 시간”(요한 바오로 2세, 세계 병자의 날 제정에 관한 서한, 1992.5.13., 3항)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환우 여러분, 이 날을 맞이하여, 저는 의료 기관이나 가정에서 질병과 고통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러분에게 마음으로 더 가깝게 다가갑니다. 여러분 모두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들의 위로의 말씀을 통하여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며, 고립되고 버림받은 것도 아니며, 쓸모없는 존재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께 부름 받은 사람들이며, 그리스도의 생생하고 분명한 표상입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메시지, “가난한 이들, 병자들, 고통 받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메시지).

 

2. 희망과 은총을 상징하는 장소인 루르드에서부터 알퇴팅 순례지로 우리를 인도하는 영적 순례에 여러분과 함께 하면서, 저는 여러분이 착한 사마리아인(루카 10,25-37 참조)이라는 모범적인 인물을 성찰하도록 제안하고자 합니다. 루카 성인이 들려주는 복음서의 이 비유는,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 특히 질병과 고통으로 아파하는 이들에 대한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시고자 일상의 사건들에서 이끌어 내신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주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끝에,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라고 말씀하시며, 제자들이 다른 이들에게, 특히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일러 주십니다. 우리는 기도 안에서 그분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에서 힘을 길어 올려야 합니다. 그리하여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심신의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우리가 모르는 사람이든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날마다 구체적인 관심을 보이며 살아가야 합니다. 이 말씀은 사목 일꾼과 의료계 종사자뿐 아니라, 모든 이들, 심지어 병자들에게도 해당됩니다. 병자들은 믿음의 눈으로 고통의 상황을 이렇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치유되는 것은 고통을 비켜 피하거나 고통에서 도망침으로써가 아니라, 고통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통하여 성장하며 무한한 사랑으로 고통 받으신 그리스도와 일치함으로써 고통의 의미를 찾는 능력을 통해서입니다.”(「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37항) 

 

3. 여러 교부들은 착한 사마리아인에게서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서 아담, 곧 죄 때문에 상처입고 길 잃은 인류 자신을 보았습니다(오리게네스, 「루카 복음 강해」, 34,1-9; 암브로시오, 「루카 복음 해설」, 71-84; 아우구스티노, 『설교집』, 171 참조).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성부의 사랑, 충실하고 영원하며 무한한 그 사랑을 현존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또한 당신의 ‘신성이라는 옷’을 벗어버리신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과 똑같이 되시려고 당신의 신적인 ‘조건’을 버리시고 자신을 낮추신 분이십니다(필리 2,6-8 참조).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고통에 다가가셨고 우리가 신경에서 고백하는 것처럼 저승에까지 내려가셨으며 마침내 우리에게 희망과 빛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같음을 내세우지 않으시고(필리 2,6 참조), 넘치는 자비로 인간 고통의 심연을 굽어보시어 위로의 기름과 희망의 포도주를 부어 주십니다.

 

4. 우리가 지내고 있는 신앙의 해는 우리 교회 공동체들 안에서 사랑의 봉사를 강화하여 우리가 모두 이웃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여기에서 저는 교회 역사에서, 병자들이 그들 고통에 담긴 인간적 영적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왔던 수많은 이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모범이 되고 용기를 북돋워 줍니다. “사랑의 학문(scientia amoris)의 전문가”(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서 「새 천년기」, 42항)인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는 “엄청난 고통을 거쳐 죽음에” 이르게 한 질병 속에서도 “예수님의 수난에 깊이 결합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2011년 4월 6일 일반 알현 연설).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가경자 루이지 노바레제는 사목 활동을 통하여, 병자들과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하여 또 그들과 함께 드리는 기도가 특별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자주 그들을 동행하여 성모 순례지, 특히 루르드 성모 동굴을 방문하곤 하였습니다. 라울 폴레로는 이웃 사랑에 이끌려 지구의 가장 먼 곳도 마다 않고 가서 한센병에 걸린 이들을 돌보는 데에 생애를 바쳤고, 특히 세계 한센병자의 날 제정에 기여하였습니다. 콜카타의 데레사 복자는 날마다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였고, 그런 다음 묵주를 손에 들고 거리로 나가 고통 받는 이들, 특히 ‘그 누구도 원하지 않고, 사랑하지도 않으며, 돌보지 않는’ 사람들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만나고 섬겼습니다. 민델슈테텐의 안나 셰퍼 성녀 또한 자신의 고통을 그리스도의 고통과 일치시킬 줄 아는 모범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녀의 병상은 그녀의 수도원이 되었고, 그녀의 고통은 선교의 봉사가 되었습니다. 날마다 영성체로 튼튼해져 기도 안에서 지칠 줄 모르는 전구자가 되었고, 조언을 받으러 찾아오는 많은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습니다”(2012년 10월 21일 시성식 강론). 복음서에 보면,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수난하시는 당신 아드님을 해골 터의 지고한 희생에 이르기까지 따르신 분으로 두드러집니다. 성모님은 하느님께서 악과 고통과 죽음을 이기시리라는 희망을 결코 잃지 않으시고, 베들레헴의 구유에서 태어나시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하느님의 아드님을 믿음과 사랑에 찬 마음으로 따스하게 받아들일 줄 아십니다. 하느님의 권능에 대한 성모님의 굳은 신뢰는 그리스도의 부활로 환히 드러났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주님께서 그들 곁에 계시며 위로해 주신다는 확신을 일깨워 줍니다.

 

5. 끝으로, 저는 가톨릭 의료 기관과 시민 사회 그리고 교구와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보건 사목에 종사하는 수도회, 그리고 보건 종사자 단체와 자원봉사자들에게 따뜻한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모든 이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더욱 분명히 깨닫기 바랍니다. “교회는 오늘날 모든 인간을 특히 나약하고 병든 사람들을 사랑과 헌신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자기 사명의 근본적인 측면을 실천합니다”(「평신도 그리스도인」, 38항).

 

저는 제21차 세계 병자의 날을, 알퇴팅에서 공경하는 은총의 어머니이신 동정 마리아의 전구에 맡겨 드리며, 성모님께서 고통 속에서 위로와 굳건한 희망을 찾는 이들과 늘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또한 성모님께서 자비의 사도직에 종사하는 모든 이를 도우시어, 그들이 질병과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형제자매들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저의 교황 강복을 보내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13년 1월 2일

교황 베네딕토 16세

 

<원문 : Message of His Holiness Pope Benedict XVI for the Twenty-first World Day of the Sick, 2013.1.2., 독일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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