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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13년 제99차 세계 이민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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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4-07 ㅣ No.491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장의

제99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문

(2013년 4월 28일)


“믿음과 희망의 순례인 이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우리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 새터민들이 우리네 삶 안에서 어우러져 가까운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날 정부나 사회가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회, 경제가 필요로 하는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적 관점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 역시 결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선택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새터민도 분단국으로서 겪어야 할 불가피한 수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이러한 편협한 시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래사회를 위한 통합과 상생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사실 교황님의 담화문에서 언급하였듯이 “이민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수많은 사람이 관련되어 있고, 그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문제를 파생시키며, 국내와 국제 공동체에 극적인 도전을 제기하기 때문입니다”(「진리 안의 사랑」 62항). 그리고 “모든 이민은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에게나 존중받아야 할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을 가진 한 인간”(62항)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는 그리스도교의 본질과 사명, 즉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다양성 안에서 이루시는 일치에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 3,26-28)라는 말씀에 대한 확신과 수용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상호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차별도 없고, 주종 관계도 성립되지 않는 평등한 가정을 이루도록 지속적인 사목적 배려를 해야 합니다. 또한 이들이 완전한 가정을 이루는 데 방해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도움을 기울여야 합니다.

 

교회는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이주민들을 위한 통합과 상생의 정책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너희는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는 말씀대로 이들을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며, 인간의 기본 권리를 누리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합니다. 나아가 이들이 이 땅에서 단순히 노동한 대가에 만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나라에 사는 이들을 위해 나름대로 공헌하였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또한 교회의 역할은 이러한 것에 머물지 않고 더 근원적인 문제에 천착(穿鑿)하는 데 있습니다. 즉,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향을 떠나게 만드는 불평등과 불균형등 국제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탈북 주민인 새터민을 우리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들이 사회에 빨리 정착하여 대등한 위치에서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따라서 우선 시급한 문제뿐 아니라 계속적으로 파생되는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주교회의, 각 교구와 수도회 등이 전국적인 지원망을 구축하여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을 떠나 여러 나라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생존을 위협받는 위급한 환경에 처한 이들의 생명과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물질적, 정신적, 영신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교회의 이러한 노력에 발맞추어 각자 자기 직분에 맞는 적극적인 참여와 새터민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요청됩니다.

 

지금 교회는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하여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온 인류와 함께 걸어가고”(사목헌장, 제40항) 있기 때문에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는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사목헌장, 제1항)로 받아들여 이들을 위한 복음적 노력을 실천해 왔습니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이주민에 대한 배려 역시 분명한 우리의 실천 영역이므로 수많은 긴급 상황들을 해결하려는 원조 계획들을 수립하였고, 이를 위하여 개인과 단체, 자원 봉사 협회와 운동들, 본당과 교구의 기구들이 각기 상황에 맞게 이주민들을 돕고 지지하는 환대 계획과 센터들을 세우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주민의 취약한 자본과 네트워크 등의 문제에 대해 복지적 접근에서만 머무른다면, 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갈등과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이주민들이 사회발전을 위한 주체로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펼침과 동시에 국민들이 사회 변화를 인식하고 이주민들과 사회적으로 통합하여 상생할 수 있도록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 정책에도 많은 비중을 둘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다른 것,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가난한 나라의 문화를 다문화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다문화에는 유럽과 미국 등 소위 선진국들의 문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야 하고, 한국 문화도 많은 문화 가운데 하나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사목자, 수도자, 평신도 모든 이가 하느님 앞에서 같은 자녀라는 분명한 자각처럼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다문화가족과도 함께 해야 합니다. 이럴 때 다문화가족들은 우리를 동등한 이웃, 참된 형제자매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주인이라는 의식까지 가질 수 있습니다. 미래의 삶에 대한 진정한 희망은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2013년 4월 28일

제99차 세계 이민의 날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옥현진 시몬 주교

 

* 한국 천주교회는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특별한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기로 하고 ‘이민의 날’을 지내고 있다. 주교회의 2000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는 해마다 ‘해외 원조 주일’의 전(前) 주일을 ‘이민의 날’로 지내기로 하였으나, 2005년부터는 이 이민의 날을 5월 1일(주일인 경우)이나 그 전 주일에 지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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