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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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불임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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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02 ㅣ No.1280

[생명사랑] 불임의 고통

“하느님께서 당신의 태를 닫아 아기를 못 낳게 하시는데 나더러 어떻게 하란 말이오?”(창세 30,1-2)



-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로지에 반데르 웨이든공방, 1430-40년경, 참나무에 유채, 라이프지히 회화미술관 소장, 독일)


위 그림은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과 관련된 그림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엘리사벳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엘리사벳의 남편은 즈가리아였고 이 부부는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율을 어김없이 지키며 하느님 앞에서 의롭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엘리사벳이 원래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인데다 이제는 내외가 다 나이가 많았습니다.(루카, 1, 6-7)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즈가리아에게 나타나 “주님께서 네 간구를 들어주셨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루카 1.13) 하고 말합니다. 천사의 말처럼 엘리사벳은 아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엘리사벳은 “마침내 주님께서 나를 이렇게 도와주셔서 나도 이제는 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되었구나”(루카 1,25) 하고 하느님을 찬미하였습니다.

엘리사벳 이야기처럼 임신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는 성서 여러 곳에 나타납니다. 신앙의 성조인 아브라함과 그의 아내 사라도 그 중 하나입니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래는 아직 아기를 낳지 못했다. 이미 아브라함의 나이 100세이고 사래의 나이 90세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아내 사래를 사라라고 부르라 명하시며 “내가 그에게 복을 내려 너에게 아들을 낳아주게 하리라 그에게 복을 내려 많은 민족의 어미가 되게 하고 그에게서 민족들을 다스릴 왕손이 일어나게 하리라. 아기의 이름을 이사악이라 하여라.”(창 17,15-19) 하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약속대로 사라를 돌보시어 사라가 임신하여 이사악을 낳았습니다.

또한 야곱의 아내 라헬의 예도 있습니다. 야곱이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고 사랑하여 7년 동안을 살았습니다만 아기를 갖지 못하였습니다. 라헬은 야곱에게 “저도 자식을 갖게 해주셔요. 그러지 않으면 죽어버리겠어요”(창 30,1-2) 라고 까지 말합니다. 그러나 야곱은 사랑하는 아내 라헬을 달래며 “하느님께서 당신의 태를 닫아 아기를 못 낳게 하시는데 나더러 어떻게 하란 말이오?” 하고 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렇게 성서의 기사를 보면 라헬이 야곱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아기를 잉태하지 못해 얼마나 답답했는지 그리고 간절히 자식을 고대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에 하느님은 라헬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돌보시어 그의 태를 열어주셨습니다. 이때 태어난 아기가 요셉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에 적극적 반대

이처럼 오늘날에도 우리 주위에 자녀를 간절히 희망하지만 잉태하지 못해 고민하는 부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흔히 불임 혹은 난임 부부라고 부릅니다.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라헬은 야곱에게 “저도 자식을 갖게 해주셔요. 그러지 않으면 죽어버리겠어요”(창 30,1-2) 라고 까지 말했던 것을 보면 난임 부부의 고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큰 아픔을 겪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를 얻기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고, 좋다는 어떤 일도 합니다. 인공수정을 한다거나 시험관아기라고도 불리는 체외수정 시술을 하는 부부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술들은 자녀출산의 기본이 되는 부부의 자기 봉헌적 사랑이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행위들이 숨어있고, 여성의 건강에도 심한 불균형(부작용)을 야기하며 임신성공률 조차 매우 저조합니다. 그래서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고 여러 번의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고 있다고 고백하는 부부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이 시술을 한 번 할 때마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들 합니다.

그럼에도 안타깝고 우려되는 것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이 난임 부부들에게 유일한 희망처럼 알려져 있다는 것이며 이를 국가나 사회가 권장하고 저출산 극복이란 이유로 시술비 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은 윤리적인 문제들이 숨어있습니다. 특히 시험관 아기시술이라 불리는 체외수정은 쉽게 설명 드리면 자녀잉태를 위해서는 부부사랑을 통해 어머니의 체내에서 생물학적으로 난자와 정자의 수정이 이루어집니다.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한 사람의 생명이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체외수정은 말 그대로 어머니의 체내가 아닌 체외(시험관)에서 수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험관까지 정자와 난자가 오기 위해서는 다른 절차가 필요합니다.

남성의 정자는 자위행위라든가 여성의 난자는 배란촉진제를 맞거나 복용하여 정상적인 난자생성보다는 많은 수의 난자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것은 임신성공률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체외수정은 시술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윤리적이지 않게 시작됩니다.

이후에도 ‘착상 전 유전자’ 검사든지, 이미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된 인간배아를 ‘선택적으로 낙태’를 한다거나 어떤 경우에는 ‘대리모 문제’도 낳을 수 있으며 남은 ‘잉여배아를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활용하는 등 곳곳에서 비윤리적 행위들이 부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톨릭교회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대합니다.


가슴으로 아기 낳아 양육하는 입양 권장

불임은 확실히 견디기 어려운 시련입니다. 이러한 불임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 교회 공동체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가 겪는 고통을 모두가 함께 깊이 이해해야 하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는 당연한 희망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의 고통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만 한다고 가르칩니다.

불임부부들 또한 이러한 상황을 ‘주님의 십자가상 고통에 특별한 방법으로 동참하는 기회’로 삼아야한다고 권고합니다.

“출산이 불가능한 경우에라도, 그 이유 때문에 부부생활이 가치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점과 육체적 불임은 사실 부부에게는 인간의 생명을 위한 다른 중요한 봉사의 기회, 예를 들면 입양, 각종의 교육 활동, 다른 가정, 가난한 자나 장애 아이들에 대한 봉사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교회는 권고합니다. 특별히 입양은 가슴으로 아기를 낳아 양육하는 사랑의 행위이기에 가톨릭교회는 체외수정과 같은 시술보다 입양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난임을 극복을 위한 가톨릭적 방법 ‘나프로테크놀로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1월호, 글 지영현 시몬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w/weyden/rogier/17other/3visita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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