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 性 (2) 모텔앱도 안깔았니?
공공시설 안방에까지 번지는 19禁 선정적 광고들
TV 채널을 돌리는 순간 나오는 광고.
“모텔앱 …. 아이 요새 애들은 모텔을….”
기성세대가 핀잔을 던진다.
“아저씨도 갔었잖아요. 뭐가 어때 여기 어때.”
젊은이들이 당당하게 외친다.
19세 이상 성인만이 아니라 TV를 시청하는 이들 누구나 거름망 없이 볼 수 있는 CF 광고였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기 10분 전 영화관 스크린 광고.
학교 교실 구석으로 들어가는 남녀, 어두운 계단 혹은 수풀 속으로 들어가는 남녀, 아무도 없는 옥상 구석으로 가는 남녀의 가쁜 숨소리가 들린다. 앞모습은 보이지 않는 이들 남녀 앞에, 유명 방송인이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등장한다. 이어 스마트폰 앱 창과 함께 ‘4000여 개 국내 모텔 제휴 1위 ○○○○’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방송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공공장소에서 건전치 못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경고가 아니라, ‘여기’(각종 구석)서 이러지 말고 ‘여기’(모텔)로 가자는 광고 멘트였다.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19禁 광고
최근 들어 매월 최대 다운로드 수와 이용자 수를 갈아치우는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application) 중 하나가 이른바 ‘모텔앱’들이다.
모텔앱 광고들은 유튜브 등 동영상 전문 커뮤니티뿐 아니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하철과 버스 및 각 정류장과 영화관 등의 공공장소에 버젓이 등장한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TV에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모텔앱 CF들은 지난해 ‘히트 친’ 광고로도 손꼽힌다.
일부 모텔앱 관계자들은 이른바 ‘불륜’ 하면 떠오르는 ‘모텔’이 음지 이미지를 씻는다는 이유로 공공 광고에 나섰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모텔 이용을 하나의 놀이문화, 문화콘텐츠로 이끌겠다는 취지를 밝히고 모텔은 섹스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놀러 가는 곳이라고 홍보한다. 실제 기본 앱인 숙박을 비롯해 펜션과 게스트하우스 등을 연계하고, 여행 맛집 데이트코스 등을 소개하는 콘텐츠 등을 도입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광고들을 들여다보면 ‘좋은 숙박’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19금(禁)’으로 지정해야 할 만큼 선정적인 내용들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광고마다 “오빠야, 할증 붙으면 5만 원이다”, “택시가 더 비싸”, “자기 어떤 향이 좋아? 난 오빠 냄새”, “아, 씻고 싶다. 기회는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온다”, “불타는 청춘들을 위해” 등의 멘트를 서슴없이 보낸다. 은근한 눈빛과 남성의 가슴에 불이 붙는 장면 등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올려진 모텔 예약 앱 홍보 문구는 “올빼미 삼행시? 올라탈게, 빼지 마, 미치게쏘” 등으로 선정성을 더한다. 모텔이 ‘사랑을 나누는 장소’라고 ‘대놓고’ 광고하는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모양새다. 게다가 이 광고들은 19금 코드나 코믹함을 내세우고,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덕’에 광고 여파는 더욱 크다.
이렇게 선정성 짙은 광고들이 공공시설들과 각 가정까지 번져 들어갔지만 이에 대한 제재는 딱히 찾아보기 어렵다. 도리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정성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현황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바라보고 제재하는 노력이 부족한 현실이다.
모텔앱들의 무분별한 광고와 관련해 ‘사랑과 책임 연구소’ 이광호 소장은 “현재 우리는 왜곡된 성적 메시지를 대중에 무의식에 새기는 광고들에 둘러싸여 산다”면서 “유혹이 넘쳐나는 시대를 올바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고, 그 영향을 거슬러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앱 사용량은 기하급수적 증가
모텔앱은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020’ 예약 서비스이다.
글로벌 시장정보조사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업계 1, 2위를 다투는 모텔앱들의 이용자 과반은 2030세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텔앱들은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노출된다. 19세 이상 성인인증을 받지 않아도 접속이 가능, 연령에 따른 ‘접근 제약’이 없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SNS는 별도의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고도 가입이 가능하다.
‘로그인이 필요 없는 신개념 모텔앱’, ‘비회원 기반 프라이버시앱’이라는 홍보도 쉽게 볼 수 있다. 개인정보와 방문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최대 서비스로 내세운다. 한 번의 터치만으로 모든 사용기록을 지울 수 있어, 모텔 정보 검색과 예약 관련 기록 등이 타인에게 노출되는 것을 간편하게 방지한다고 말한다. 당일 예약 반값 서비스, 몰카안심존 인증 프로젝트, 시간 단위 방 단위 예약, 이용후기 공유 후 대실 시간 연장 및 할인, 포인트 적립 등 내세운 혜택들도 넘쳐난다. 남녀 연애 문제나 성생활 고민 등을 나눌 수 있는 이른바 톡(Talk)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모텔 이용을 부추기기도 한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측 관계자는 “모텔 광고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될 경우에만 별도의 성인 인증 등을 통해 접근을 제한시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가족부측도 “모텔앱 자체를 유해 매체로 분류하긴 어렵다”고 전할 뿐이다.
청소년들을 비롯해 20~30대가 가장 많이 접하는 매체는 단연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43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 인터넷 환경도 눈에 띄게 변화, PC 이용은 줄고 스마트폰 이용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스마트폰 이용률이 82.5%로 PC 이용률 73.4%를 앞지른 것이다. 덩달아 스마트폰 앱 시장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10일,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