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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대중문화 속 성3: 교복이 코르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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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16 ㅣ No.1283

대중문화 속 性 (3) 교복이 코르셋?


외모 지상주의 강조한 청소년 마케팅 심각



지난해 10월 서울 시내 한 중학교 교문 옆 벽면에 붙은 광고. 유명 댄스가수와 신인 걸그룹이 등장한다. 날씬한 몸매를 지나치게 강조한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을 40대 남성이 검정 선글라스를 끼고 몸매를 감상하는 듯 내려다보는 이미지다. 광고 문구는 ‘조각처럼 눈부시다, 스커트로 깎아라! 쉐딩 스커트’, ‘숨 막히게 빛난다, 재킷으로 조여라! 코르셋 재킷’, 이 광고는 내건지 며칠 만에 전량 수거 및 폐기됐다. 선정성이 문제였다.


날씬하게 조이고 짧게 올라가야 교복인가

이 광고는 기존 교복 광고들의 문구, ‘다리가 길어 보인다’, ‘날씬해 보인다’ 등과만 비교해도 상당히 선정적이다. 가슴을 있는 대로 내밀고 엉덩이를 뒤로 뺀 걸그룹 멤버들의 모습은, 여고생들의 교복 광고에 “과도하게 성적 뉘앙스를 담으려 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광고의 문제점을 적극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한 주인공은 ‘사랑과 책임 연구소’가 개설한 ‘미디어 시대의 성교육’ 과정을 이수한 바 있는 경기도 교육청 소속 일선 학교 보건교사들이었다.

교사들은 광고가 나오자 곧바로 ‘스쿨○○ 광고에 대한 사회적 견제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고, 이는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어 서울시보건교사회도 “이 광고는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건전한 성의식 형성에 많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교사들은 “한창 자라는 성장기 아이들이 왜 교복 치마를 쉐딩 스커트로 깎아 입고, 교복 재킷을 코르셋처럼 조여 입어야 하느냐”면서 “쉐딩 스커트나 코르셋은 모두 여성 신체의 성적 매력을 두드러지게 하는 옷으로, 포스터 속 교복 모델들이 마치 교복 페티시 주점이나 룸살롱 종업원들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미디어와 대중문화의 과도한 영향력의 결과, 여자 청소년들이 동경하는 걸그룹의 비정상적인 몸매가 이제는 여자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몸매가 돼버렸다”고 개탄했다. 교사들은 이어 “걸그룹을 따라 하기 위해 표준 체형의 청소년들도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것은 물론, 꽉 조이는 교복 때문에 생리통,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는 여학생들이 증가하고 저체중증, 면역력 저하, 거식증, 결핵 등의 건강상 문제들도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년들의 문화를 이해해 만든 제품이란 변명

네티즌 등 대중들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자 해당 교복업체와 가수들의 소속사측도 광고를 수정하고 차후 수정된 광고를 내보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스쿨○○’측 사과문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성향이 강하고 교복 스타일이나 뷰티 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요즘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학생들의 체형을 연구해 제작된 제품 장점을 알리고자 표현한 내용이 의도와 다르게 왜곡되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등의 변명 일색이다.

이 업체가 내세운 광고들은 기존에도 청소년 시기의 건강함보다는 이른바 ‘외모 지상주의’를 강조한 마케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쁜 것이 힘이다’, ‘핑크 틴트는 필수 아이템, 슬림블라우스로 날씬하게 예뻐지기, 허리가 쏙 들어가게 에티켓 지퍼 UP’ 등 ‘예쁜’ 외모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가 도를 넘어선 선정성과 그로 인한 허위 및 과장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 징역 및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러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도 ‘스쿨○○’ 홈페이지에서는 ‘Thin(씬)데렐라룩을 완성하려면 씬(Thin)의 한 수가 필요해’ 등을 광고 문구로 내세운 ‘씬(Thin)데렐라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보호장치가 여전히 부족한 현실에서 경기도 보건교사들의 지적은 긴 울림으로 남아있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로 삼고자 합니다.”

특히 박유선 보건교사(경기 금오중)는 실명을 내세운 칼럼을 통해 “교복에 코르셋 속옷을 접목한 것은 명백하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상품화 광고”라면서 “이 논란을 계기로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어른들이 많아져 상업성 미디어에 강력한 사회적 견제장치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17일, 주
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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