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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대중문화 속 성4: 성적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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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25 ㅣ No.1284

대중문화 속 性 (4) 성적 욕설


세대 · 성별 구분 없는 욕설 비속어 사용 점입가경



가지 성적 욕설, 의미 없이 내뱉어

한국인들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수준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은 그야말로 재앙 수준으로 평가될 정도다.

각종 조사 결과, 요즘 청소년들은 글자 그대로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두사와 접미사로 비속어를 쓰고, 모든 문장을 ‘씨’로 시작하고 끝내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욕을 안 쓰면 대화하기 어렵다고도 말한다. 국립국어원이 실시한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실제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각각 97%, 99%는 욕설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욕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성적 비하 내용이 담긴 욕설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다.

청소년들뿐 아니라 한국인들이 흔하게 쓰는 욕설인 ‘씨×’의 어원을 살펴보면 입에 올리기 어려운 말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씹’은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이고, ‘씹할’ 즉 성관계의 속된 말이다. 이 앞에 ‘니기×’ 즉 ‘너의 엄마’라는 뜻의 비속어가 붙으면 ‘너의 어머니와 성관계를 가질 놈’ 즉 ‘패륜적이고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욕설이 된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이러한 욕의 뜻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응답했다. 별다른 의미 없이, 그저 남들이 사용한다는 등의 이유로 욕설을 일상 언어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디지털미디어 속 욕설들이 일상 언어로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와 인터넷 게시판, 게임 사이트 등은 욕설과 비속어가 퍼져나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인터넷 채팅방에서는 청소년들의 ‘욕 배틀’을 자주 볼 수 있다. 청소년들도 무차별적으로 다운로드 하는 ‘×콤보’, ‘×처방’, ‘리얼×배틀’ 등 이른바 ‘욕 앱’들은 ‘욕이 기억나지 않을 때’, ‘욕을 배우고 싶을 때’, ‘말빨을 키우고 싶을 때’ 등의 광고문구들을 내세운다. ‘패드립’, 패륜과 애드리브의 합성어로 부모나 어른을 욕설 혹은 성적 비하의 소재로 삼는 행동도 심각한 수준이다.

청소년들이 자주 접하는 영화도 폭력어와 욕설들로 얼룩져 있다.

‘영화 속 언어표현 개선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영화에서조차 욕설 섞인 대사가 넘쳐났다. 학교·청소년 소재 영화에선 욕설 사용 비중이 더 높았다.

지상파 한 시사교양프로그램 조사에 따르면, 2015년 1~9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언어 관련 제재 38건 중 27건은 욕설과 비속어 관련 내용이었다. 모 케이블 방송채널은 청소년 보호시간대에도 욕설 장면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 및 건전화 방안’에서도 청소년들 대부분은 친구(47.7%)와 디지털미디어(40.9%)를 통해 욕을 습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을 통해 배우는 경우도 6.5%나 됐다. 또 온라인게임을 할 때 욕설을 경험하는 비율이 52.2%로 나타났다. 인터넷 이용 시에는 44.6%, 휴대전화 시 33.8%, TV 시청 시 10.6%였다.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해 7월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웹사이트들의 게시글 13만 건을 분석한 결과 욕설이 19%, 은어가 1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대상으로는 친구가 48%로 가장 많았다. 불특정 남녀에게 욕설을 하는 경우도 25%나 됐다. 은어 중에서는 ‘노잼’(재미없다), ‘극혐’(극도로 혐오하다), 낫닝겐(영어 Not과 ‘인간’이라는 뜻의 일본어를 합한 말), ‘열폭’(열등감 폭발) 등의 언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었다. 또 청소년이나 젊은 층이 만들어 내는 신조어의 질도 ‘개(케)’ ‘존’ 등의 욕설, 폄하·비하 관련 단어, 비속어, ‘헬조선’ 같은 극단적인 단어 사용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은 욕을 하는 이유로 ‘재밌다’, ‘멋있어 보인다’, ‘친한 친구라는 표시다’, ‘습관적이다’, ‘화가 나면 나온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친구끼리 서로 어울리고 동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친한 친구 사일수록 욕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성인들의 욕설 수준도 만만찮았다. 국립국어원이 20대 이상 70대 미만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 20대 64.5%, 30대 47.9%, 40대 40.1% 등이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용하는 이유도 기분 나쁜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란 응답(44.1%)에 이어 습관적(21.8%), 친근감을 주기 때문(20.6%)이라는 답변을 보였다.


상습적으로 내뱉는 욕의 뜻부터 알게 해줘야

전문가들은 욕을 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감정표현이나 목적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알지 못해 분노와 스트레스를 표출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욕을 선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가 발달함에 따라, 대면 접촉이 적어지고, 말이 아닌 글로 타인을 무차별로 공격하는 태도도 늘고 있다고 말한다.

욕은 배우기가 쉽고 전염성이 강한 언어로 평가된다. 어린아이들조차 굳이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습득하고 일상에서 쓰곤 한다. 욕은 듣는 사람뿐 아니라 하는 사람의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워싱턴대는 욕을 자주 하는 학생일수록 충동성과 공격성이 높고,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선 “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부모의 언어 사용 습관을 성찰하고 정화해야 한다”고 전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청소년들 스스로가 언어 습관 개선에 참여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욕을 하면 무엇이 좋은지, 하지 않았을 때 어떤 불편함이 있을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대화 주제를 제시하는 방법도 긍정적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교회는 물론 사회 각계가 청소년들이 욕을 쉽게 하도록 만드는 인터넷과 영화, 게임 등의 환경을 정화하고, 매체 종사자들의 언어 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24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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