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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대중문화 속 성8: 나이는 10대, 성 경험은 성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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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28 ㅣ No.1291

대중문화 속 性 (8) 나이는 10대, 성 경험은 성인처럼?


부분 학교 ‘매주 1시간 성교육’ 권고에 그쳐



소년들의 성 경험

청소년들이 섹스를 한다? 보수적인 기성세대들이 들으면 한탄을 금치 못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 성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수는 늘고 있다. 더 이상 실태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올바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의식 교육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2015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남학생은 7.0%, 여학생은 2.8%였다. 또 고등학생(남 9.8%, 여 3.5%) 비율이 중학생(남 3.8%, 여 1.9%)보다 높았다. 전체적으로는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비율은 5.3%였다.

지난 10년간 변화를 살펴보면, 성관계 경험률은 조사를 시작한 2005년에는 전체 청소년의 4.8%였다. 이후 증감을 거듭, 2014년에는 5.3%로 늘었다. 특히 남학생의 경험률은 6.0%에서 7.3%로 변화했다. 게다가 임신 경험이 있는 여학생 중 73.6%는 낙태를 했다고 응답했다. 성 경험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었다. 첫 성 경험 연령은 2005년에는 13.6세였지만 최근 13세 아래로 떨어졌다. 성 경험이 대부분 초등학교 때 시작된다는 말이다.


매체 곳곳에서 성관계 부추겨

‘당신의 소중한 사람에게도 선물하세요!’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기프티콘돔릴레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콘돔, 신사를 만들다’, ‘콘돔, 세상을 바꾸다’ 등의 홍보 문구도 이어진다. ‘프렌치레터’ 안에 쓰인 내용들이다. 프렌치레터는 이 레터를 통해 판매된 것과 동일한 양의 콘돔을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기부하는 프로젝트이다. 또한 온라인, 오프라인 어디에서도 콘돔을 쉽게는 구입할 수 없는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프렌치레터’ 주관사는 청소년들에게 매달 초 무료로 콘돔을 2개씩 배송해준다. 지난 1년간 ‘프렌치레터 프로젝트’를 이용한 청소년은 1000여 명에 이른다.

청소년을 미래 고객으로 이끌려고 하는 상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이어지지만,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의 이용을 직접적으로 부추기는 것이다.

성관계를 권하는 듯한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한 대기업에서 생산한 식품 광고에는 유명 연예인이 등장해 “여자 친구와 집에서 드세요… 도톰한 입술로 이렇게 쪽 빨아들이는 모습을 상상하면 좋잖아요… 집에서는 진도 빼기 쉽잖아요” 등의 멘트를 서슴없이 내뱉었다.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나아가 성관계를 조장하는 듯한 광고라는 지적과 견제가 이어지자 그 기업은 광고를 중단하긴 했다.

이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성과 관련한 자료들이 무질서하게 퍼져나가고, 청소년들은 성을 알아서는 안 된다는 억압과 여성의 육체를 남성의 쾌락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성의 상품화의 모순된 환경 안에서 청소년들의 성의식은 빠르게 오염되고 있다.

또 다르게는 이미 비뚤어진 또래문화도 성 경험을 부추긴다. 실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여자친구가 없거나 성 경험을 해보지 못하면 ‘못난이’ ‘찌질이’라고 무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성교제를 한다는 것은 곧 성관계를 한다는 것과 동일시하는 인식이 깔려 있을 뿐 아니라, 남학생들은 첫 경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부족한 성교육

청소년들도 쾌락을 추구하고 성행위에 빠져드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것이 대세이고, 이 현실을 인정해 청소년들에게도 콘돔과 피임약을 주자?

이러한 주장들은 교회의 가르침과 가장 상충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가톨릭적 의식 교육 등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보건교육 중 성교육 시간과 내용도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수준의 성교육 표준안’은 학기당 15시간의 성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평균 매주 1시간씩 성교육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권고 사항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전국 보건교사 보급률도 70% 미만이다. 내용도 성의 가치와 의미를 올바로 알려주기보다, 이른바 ‘콘돔 교육’을 실시하는 수준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각종 IT 기기들의 발달로 성 관련 불법 유해물들이 범람, 청소년들도 이에 쉽게 노출될 수 있지만 실제 학교에서 배우는 성교육 방식은 여전히 피상적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낙태반대운동연합이 전국 각 학교를 찾아가 실시하는 이동형 교육 시스템인 ‘생생교실’에서는 각종 매체들이 보여주는 무분별한 성적 내용과 원치 않는 임신 및 낙태 등의 현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줘 호응을 얻고 있다.

BBC 방송 등 각종 매체들도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성교육’과 건강한 성에 대해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사회 문화 구축을 통해 청소년들의 첫 성 경험 나이를 몇 년 이상 늦출 수 있다고 전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도 “언론과 학교, 부모 등이 건전한 성에 관해 더욱 자주 말하는 나라의 미혼모 발생률은 아주 낮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랑과 책임 연구소 이광호 소장은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소비시키려는 자본주의와 영상매체의 강력한 영향으로, 성에 대한 이해가 인간 대 인간의 책임 있는 남녀 관계가 아니라 성관계로만 축소, 집중되는 최근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소장은 “청소년들의 성적 일탈이 심해진 것은 성교육이 없어서가 아니라 왜곡된 성교육이 존재하는 탓이기도 하다”면서 “그릇된 대중문화가 만들어준 ‘성-섹스-쾌락-낙태’ 등의 고리를 깰 수 있도록 성의식을 왜곡하는 근본적 원인을 인식해 올바른 행동을 실천하도록 돕는 성교육이 적극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16년 2월 28일, 주
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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