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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대중문화 속 성9: 연애하기 위해 성관계를? 성관계를 하기 위해 연애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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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性 (9) 연애하기 위해 성관계를? 성관계를 하기 위해 연애를?
“혼전순결” 말 꺼냈다 되레 놀림받는 사회
연애를 왜 하나?
한 연애상담 프로그램에 등장한 사연이다.
“밤늦게 여자 친구를 바래다 줬는데, 집 앞에서 여자친구가 ‘라면 먹고 갈래?’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라면을 맛있게 먹고 나왔는데 다음날부터 그녀가 저에게 시큰둥하네요.”
사연을 들은 남·여 패널들은 입을 모아 주인공을 바보 취급한다. “라면을 먹고 가라는 건 진짜 라면을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뜻인데 왜 못 알아듣느냐”는 질타들이 이어진다.
광고의 한 장면. “지혜가 땡긴다” “민경이가 땡긴다”라는 문구와 함께 여자의 손이 남자의 볼을 당기는 모습이 나오면서 무표정했던 남자의 얼굴에 웃음기가 돈다. ‘땅기다(당기다)’는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 저절로 끌린다는 뜻 외에도 입맛이 돋우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성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가 땡긴다’라는 것도 지혜, 민경이를 먹고 싶다는 뜻, ‘남자가 먹는 음식’으로 격하시킨 표현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도 연애를 시작하면 스킨십을 하고 성관계까지 가는 것이 일상적인 ‘연애 코스’처럼 그려진다. 연애가 포함된 가벼운 연애는 ‘꿀잼’, 진지한 사랑은 ‘노잼’이라고 말하고, 짜릿한 밤을 위한 ‘몸친’ 정도는 두어야 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한때 페이스북에서는 ‘대한민국 평균 연애 횟수 4.2회, 평균 사귄 후 잠자리까지 시간 29.3일, 평균 사귄 후 첫 키스까지 6.7일…’ 등이라고 밝힌 대한민국 평균 연애진도표가 수없이 공유됐다. 게다가 여기에는 ‘대한민국 평균 미달인 녀석들 반성해라… 반성 중’이라는 댓글이 수두룩 달렸다. 통계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 이 시대의 성문화를 드러내는 한 단편임엔 틀림없다.
혼전순결의 필요성
요즘 대중매체들은 연애 중 혼전 성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그리곤 한다. 이러한 매체와 사회 흐름 등에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혼전순결’은 희귀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 많은 경우 혼전순결을 지키는 이들을 별종, 앞뒤가 꽉 막힌 답답한 사람, 유별난 신앙인 등으로 단정 짓는다. 혼전순결이 마치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혼전순결을 서약한 사람들이 도리어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거짓말하지 말라’는 놀림을 받을 정도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의 요즘 연애 경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미혼남녀 2113명 중 47.1%가 ‘원나잇’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푸른아우성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혼전순결을 지키기 않아도 된다’고 답한 사람이 71.4%였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사람은 9.1%에 불과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서도 20대의 절반 가까이인 49.5%가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실태에 관해 이광호 ‘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을 도구화하는 것은 큰 고통을 주고, 성이 무의미하게 되면 인생이 무의미해진다”면서 “교회는 정결을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도구로 남을 이용하려는 유혹에 맞서는 덕행으로 설명한다”고 전했다.
혼전 동거에 있어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혼전 ‘연습’이 혼인 후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제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혼전 동거를 한 부부들의 이혼율은 그렇지 않은 부부의 이혼율보다 2배나 높았다.
최근 TV 방송 등을 통해 ‘혼전순결’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유명인들이 생겨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공개 선언에 관해 대중들은 ‘사랑을 위한 소중한 결심’이라는 의견과 ‘성적으로 개방된 시대에 너무 진부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동시에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내어주고 일치하는 아름다운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혼전 성관계와 관련한 올바른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회 안팎의 성교육 전문가들은 “‘혼전순결운동’을 펼치거나, 미혼남녀들이 ‘책임 있는’ 성의식과 행동을 갖추도록 돕기 위해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성 담론을 제기하고 나눌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가톨릭신문, 2016년 3월 6일, 주정아 기자] 0 4,15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