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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대중문화 속 성12: 미디어 식별력과 의식을 키우는 성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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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性 (12 · 끝) 미디어 식별력과 의식을 키우는 성교육 “땜질식 교육 아닌 ‘생명과 책임’ 가치관 심어야”
성인물이 성교육 교재?
미디어 시대, 상업적 영상물이 청소년들의 성의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종합 실태조사’에서도 청소년들의 절반 가까이는 인터넷을 통해 성인물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성인물을 접한 뒤 성적 접촉을 한 청소년들이 13.3%, 성관계까지 한 청소년들이 3.1%였다.
뚜렷한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그릇된 성의식과 태도는 성인이 되어서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한 예로 ‘산부인과 이용 및 성의식 관련 조사’(2013년)에서 응답자의 51.8%는 “나는 피임으로 임신을 막을 수 있다면 결혼 전에 성관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관계를 가졌으면 반드시 그 상대방과 결혼해야 한다”는 응답은 21.0%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의무적으로 정해진 학교 성교육조차도 학교장 재량으로 시간 조절이 가능하고, 일방적인 교육 영상물 상영 등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태반이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성교육 경험률도 감소한다. 고학년일수록 입시 위주의 수업이 짜여지기 때문이다. 내용면에서도 생물학적 성을 설명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개개인이 인생 전체의 의미 안에서 성을 바라보고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 등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외국의 경우 생물학적인 성은 물론 인간관계 안에서의 성적 의미 등을 포함한 폭넓은 가치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법적으로 아동 성교육을 의무화하기도 했고, 독일은 초등학생 때부터 성(性)이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의 시작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돕기 위해 교육 중 출산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올바른 가치 교육 결여
생명을 돌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랑과 신뢰다. 특히 올바른 성 인식과 생명존중의식을 바탕으로 한 바람직한 인격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두 남녀가 성적 관계에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는 올바른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는 인격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 인격적 관계 안에서 성을 사용하려면 절제가 필요하고, 그 절제의 연장선상에서 정결을 지킬 수 있다.
이에 관해 ‘사랑과 책임 연구소’ 이광호 소장은 “절제나 정결이 시대에 뒤떨어진 내다 버려야 할 가치가 아니라, 이 시대에도 절실히 필요한 가치”라면서 “성을 도구화해 이익을 추구하는 비뚤어진 자본주의가 정결을 폄하하는 것 등을 올바로 구분하는 식별력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 성교육에서는 이러한 면을 지원하는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다. 성교육 전문가들은 “그나마 지난해 교육부가 성교육표준안을 내놓기 전에는, 청소년들에게 낙태와 동성애 등이 당연한 것처럼 교육시키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외부 기관에 성교육을 위탁한 결과, ‘청소년 성관계는 잘못된 것이 아니고 성적자기결정권’, ‘청소년 임신중절(낙태)은 비윤리적인 것이 아니다’, ‘이성간 결혼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포함’, ‘남녀동거도 가족 형태의 하나’라는 등의 내용이 교육 과정에 포함되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현재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활동 중인 유길영(잔다르크) 교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성교육에서 일부 내용만을 그때그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차원에서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교육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유 교사는 “학교 등지에서 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와 전문가들도 올바른 성의식을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성교육 전문가를 대상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양성 과정을 갖추는 지원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현재 교회 안팎에서는 ‘LTE’급으로 퍼져나가는 상업적 영상물을 대신할 올바른 성교육과 관련 교재 등이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청소년 등이 불법 성인물과 왜곡된 성의식을 주입시키는 온갖 상업물에 접근하는 것을 모두 막아낼 수도 없다. 각 미디어가 전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내고, 그 내용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석해 주체적인 의견을 형성하는 교육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영상물 시대에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식별력은 이른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갖춰나갈 수 있다. 「성교육에 관한 교황청 가톨릭 교육성 지침」도 매스미디어가 암묵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점과 성의식과 윤리관이 미디어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사랑과 책임 연구소’는 청소년들이 ‘성, 생명, 책임’의 관점에서 전인적인 의식을 갖추고 미디어 식별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단·중기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최근 수원교구의 경우 ‘사랑과 책임 연구소’와 연대해 각 본당에서 ‘사랑 책임 학교’를 실시할 것을 권하고, 강사 파견 비용 등은 교구 청소년국이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현재 일반학교에서도 간혹 실시되는 가톨릭적 성교육 프로그램으로는 틴스타를 예로 들 수 있다. 틴스타 프로그램은 가치관 전환을 시도하고, 몸의 의미와 생명과 사랑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추도록 돕는다. 하지만 학교마다 관심도의 차이를 보일 뿐 아니라, 별도의 운영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학교 교육과정으로 적극 도입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
이광호 소장은 “청소년들이 바른 성의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가톨릭계 학교에서부터 올바른 매뉴얼을 갖추고 이를 대중화하는 노력이 확대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톨릭신문, 2016년 3월 27일, 주정아 기자] 0 2,97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