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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세계교회ㅣ기타

작지만 단단한 일본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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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1 ㅣ No.13

[세계 교회는 지금] 작지만 단단한 일본 교회

 

 

지난 3월말 일본 주교들의 교황청 정기 방문 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일본에서 신자 증가세가 눈에 뜨이지 않는 데 대해 “예수께서 고기를 잡으려면 깊은 곳으로 나가 그물을 던지라고 하자 베드로가 그대로 따라한 것을 본받으라.”고 말했다. 교황은 일본에서 선교사가 오래 전부터 선교활동을 펴왔고 종교자유도 보장되어 있음을 들어 “일본과 세계 여러 곳에서는” 눈에 보이는 선교 노력의 결과가 아주 적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여건이 다 좋은데 왜 신자수는 늘지 않느냐, 여건 탓만 믿지 말고 몸으로 뛰라.’는 질책이다.

 

2000년말 현재 일본에는 인구 1억 2500만 가운데 가톨릭 신자수는 약 0.75%인 90만 명이다. 그나마 이 가운데 절반이 약간 넘는 숫자가 필리핀인, 브라질인 등 외국인이다. 한국교회가 지난해 말로 400만을 넘었으니, 순수 일본인만의 일본교회는 곧 한국교회의 1/10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여건 탓인지 아니면 그 어떤 내부적 요인 때문인지 일본에서는 개신교도 마찬가지로 그 수가 1%대를 넘지 못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인으로서 연금 상태에 있던 메리놀회의 패트릭 번 주교(주한 초대 교황 사절인 방 주교)는 전쟁이 끝나자, 그 동안 선교가 지지부진하던 일본에서 이제 그리스도교 교세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이유인즉, 미국은 그리스도교 국가이고 반면에 일본은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결국 패망하게 된 것을 일본인들이 깨달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승리자의 종교인 그리스도교에 대한 호기심인지, 미국이 교회를 통해 제공하는 원조물자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쟁 직후 일본의 개신교, 가톨릭 교회는 몰려드는 일본인들로 미어터졌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 짧은 행복은 곧 사라지고, 이웃 나라인 한국과 달리, 일본의 교세는 지난 반세기 동안 제자리걸음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가톨릭과 개신교는 그 작은 차이에는 상관없이 같은 그리스도교로 취급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일본 개신교가 그 작은 교세와 상관없이, 그 동안 도쿄 대학교 총장을 세 명이나 냈다든지,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3명 가운데 한 명이 개신교인이라는 사실에서 일본 그리스도교의 실제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사실 일본의 그리스도교인들은 그 수가 매우 적음에도 일본 안의 좌파 정치세력과 함께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을 이루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는 지난 5월 7일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성명을 내고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희생된 나라들의 관점을 우리 자신의 관점으로 받아들이자.”고 촉구했다. 이 성명서에는 일본의 16개 교구 가운데 8개 교구장이 서명했다.

 

또 지난 6월 일본 가톨릭 정의평화협의회는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만든 역사교과서를 비난하면서, 이 교과서가 “군대 성노예”(military sex slavery)를 “위안부”(comfort women)로 표현했다고 비난했다. 이 부분에 대해 잘 이해되지 않는 한국인들도 많을 것이다. 우리도 위안부라고 부르지 않는가? 그러나 이미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지적하고 결의한 대로 이들을 “위안부”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이들을 모욕하는 것이며, 이들이 강제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전혀 나타내지 못한다.

 

일본 주교회의는 지난해 한국의 3·1절을 맞아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전시 일본 가톨릭 교회의 입장과 신사참배」라는 책을 냈다. 여기에는 일본의 메이지 유신 시절부터 2차대전 직후까지 일본 군국주의와 이에 연관된 일본교회의 역사가 모아져 있다. 한국교회의 교세는 일본교회의 5배나 되지만, 이런 노력은 아직 비할 바가 못된다. 일본교회는 한국교회보다 더 적극적으로 “희생된 나라들의 관점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교회의 한 가지 문제는 새 사제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우라와 교구 같은 데는 신자수 1만 8000명, 교구사제수는 15명인데, 지난해에,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 사제가 품을 받았다. 이 교구에는 현재 신학생이 5명 있다. 이 숫자는 적은 것이 아니다. 도쿄와 오사카 관구 교구들이 운영하는 도쿄 신학교에는 2000년 3월 현재 전체 신학생 수가 겨우 26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신자수가 8만 명이 넘는 도쿄 대교구가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라와 교구가 두번째를 차지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교회는 ‘네오 카테쿠멘의 길’이란 단체가 신학교를 설립하도록 받아들였고, 이 신학교 출신 사제들을 교구에 받아들이고 있다.

 

1991년 부임한 이래 우라와 교구에서 사제 성소를 확보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던 오카다 주교는 지난해 6월에 도쿄 대교구 대주교로 승품, 전임되었다. 그의 전임자 세이이치 시라야나기 추기경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한편 오카다 주교의 승품과 함께 새로 임명된 세 명의 주교 가운데 센다이 교구의 오사무 미조베 주교(살레시오회)는 1935년에 한국의 신의주에서 났다.

 

그런데 이 네오 카테쿠멘 신학교를 받아들인 다카마스 교구에서는 신자 2명이 신학교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민사재판을 걸었다. 교구 신자수가 겨우 5500명으로 일본에서도 제일 작아 교구에 재정 부담이 큰 데다, 이 신학교가 교구보다는 이 단체의 취지만 좇는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교구장 주교는 소장을 낸 두 신자가 소송과 모든 비판을 중단하도록 명령하는 공문을 발표하였다. 1964년에 스페인에서 시작된 이 ‘네오 카테쿠멘의 길’은 현재 900여 개 교구에 사제 260여 명, 신학생 3000여 명이 있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교회는 아시아 주교 시노드를 앞두고서는 “자국어로 된 전례문을 고칠 때 왜 일본 말도 잘 모르는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마디로 일본교회는 작지만 단단한 교회다.

 

[경향잡지, 2001년 10월호, 박준영 요셉(아시아 가톨릭 연합통신(UCAN) 한국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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