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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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교회 문헌에 나타난 복음선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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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0 ㅣ No.28

교회 문헌에 나타난 복음 선교론

 

 

머리말

 

"저 실례합니다. 누구 안 계세요?"

 

늦은 시각에 예상치 못한 방문이다. 낯선 여인의 목소리! 언젠가처럼 한참 실랑이라도 벌어지지 않을까 불안하다.

 

"도와 주십시오. 차비를 잃어 버렸습니다. 만 원만 있으면 ......." 

 

그의 눈을 본다. 그의 차림새를 본다. 어깨에 맨 가방과 양손의 짐 보따리와 샌들을 신고 있는 그녀의 발을 본다. 나는 사제다. 돌아와 지갑을 열고 한 장 꺼낸다. 값싼 동정처럼 보일까 두려워 하얀 봉투 하나 찾는다. 거기엔 성당 이름이 인쇄되어 있다. 한 장 더 얹는다. 채워지지 않아 또 한 장 더한다. 그녀를 돌려보내며 조심해 가라 한다. 인간적인 잣대로 그녀를 판단하기를 거부해 본다. 

 

세상은 교회의 문을 두드린다. 여기 저기서 갖가지 신호를 보내며 교회가 제 본질을 살라고 일깨운다. 그 신호 앞에서 교회 공동체는, 그리고 신앙인은 갈등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계기로 쇄신의 싹을 틔운 교회는 임박한 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여 구체적인 삶으로 꽃피우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글은 세상 안에서,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던져진 도전과 방문들 앞에서 충실한 응답과 대응을 모색해 온 교회의 노력을 그대로 담고 있는 교회 문헌들을 통하여 그 안에 담겨 있는 복음 선교론을 찾아보고자 한다.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교회 문헌

 

금세기 초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선교 활동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1) 선교적 문헌들이 강조한 점들을 통하여 그 가르침들의 일관성과 새로움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베네딕토 15세의 교황 교서 Maximum illud(가장 위대한 일, 1919. 11. 30.)2) 

 

이 교서의 강조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3) 첫째, 방인 사제들을 양성해야 할 필요성이다. 이는 교회가 어떤 민족에게나 이방의 것이 아닌 보편적인 것으로 다가설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외국인 선교사들이 일선에서 마주치게 되는 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방인 사제들의 양성이 필요하며, 그에 따른 합당하고 온전한 양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선교사들에게도 그에 적합한 양성, 곧 선교 지역의 언어와 필요한 제반 지식들의 습득은 물론 거룩한 생활과 항상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할 수 있는 영성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더불어 선교사들이 피해야 할 세 가지 함정에 대한 언급은 흥미롭다. 그 함정이란 '자신의 명예를 찾는 것', '고국의 영향력'과 '돈'에 빠지는 것이다. 

 

셋째, 전체 교회, 모든 신자의 협력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의 구체적인 협력 방법이 제시되는데, 기도, 선교사 성소의 증진, 물질적인 도움이 그것이다. 

 

2) 비오 11세의 회칙 Rerum Ecclesiae(교회의 일, 1926. 2. 28.)4) 

 

방인 사제 문제에서 베네딕토 15세의 교황 교서 Maximum illud이 강조한 점들을 되짚으면서 방인 사제의 양성이 더욱 시급히 요청되고 있음을 언급한다. 그 이유는 전쟁으로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어떤 나라들에서는 모든 외국인 선교사들이 추방당하거나 입국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방인 남녀 수도회들을 설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요구와 성향에 더 잘 부합하기 위해서다.5) 

회칙은 복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교리 교사들의 역할이 지대함을 지적하고 정성을 다하여 교리 교사를 양성할 것을 촉구한다. 

 

3) 비오 12세의 회칙 Evangelii praecones(복음의 선포자들, 1951. 6. 2.)6) 

 

회칙에서 다루어진 다양한 주제들 가운데서 새로운 점들과 이후로 더욱 심화될 수 있도록 그 기초가 되어 준 면들을 몇 가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선교 지역에서 법적이고 지역적인 배타주의를 배격한다(19항 참조). 당시의 관행에 따르면, 하나의 선교 지역은 특정 수도회에 관리 책임이 맡겨 있었다(jus commissionis). 이것은 일 처리를 민첩하게 할 수 있고 질서 있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만일 그 수도회가 그 지역에 필요한 사항들을 충족시킬 수 없거나 이미 그 지역이 방인 사제들에게 넘어간 상태라면 그 법은 많은 불편을 낳게 될 것이었다. 그러기에 비오 12세는 이 같은 법을 전면 폐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적이고 복음적인 전망 안에서 재평가함으로써 필요하다면 다른 회의 수도자와 선교사도 평신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한다. 

 

둘째, 다양한 민족들의 풍습과 문화 안에 내재하는 좋은 것들을 존중한다(20.21항 참조). 

 

셋째, 선교 활동들 특히 학교, 출판, 의료-사회 사업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한다. 

 

4) 비오 12세의 회칙 Fidei donum(신앙의 선물, 1957. 4. 1.)7) 

 

이 회칙은 모든 교회가 아프리카 지역의 열악한 선교 상황에 관심을 갖고 책임을 느끼도록 호소한다. 그러한 면에서 다음의 두 가지 지침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협력의 동기와 정신이 단순히 아프리카에 대한 호의적인 차원에서 비롯될 것이 아니라 '신비체'(Corpo Mistico)로서 아픔을 함께 나누는 친교의 표현이어야 한다(13항 참조). 

 

둘째, 선교사 성소에서 전통적인 형태를 재확인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길이 제시되고 있다. 종래의 선교사가 특정한 수도회에 소속되어 일생 동안 선교사로서 살아가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회칙 Fidei donum은 교구 사제들이 일정 기간 아프리카에서 선교할 수 있도록 주교들이 배려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28항 참조).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신앙의 선물 사제들'(i preti fidei donum)이라는 새로운 범주의 선교사들이 있게 된다. 

 

5) 요한 23세 회칙 Princeps Pastorum(사목자들의 원리, 1959. 11. 28.)8) 

 

방인 사제와 선교 활동에 참여하는 평신도라는 두 가지 근본적인 주제들이 다루어진다. 

 

첫째, 방인 사제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때때로 선교사들과의 긴장 관계가 형성됨에 따라 두 가지 원칙이 제시된다. 하나는 선교사이든지 방인 사제이든지 주교에게 순명해야 한다는 주교 중심적 원칙과, 가톨릭의 사제는 그 사도직을 수행할 때 어디나 조국처럼 여겨야 한다는 교회의 가톨릭성(보편성)의 강조이다. 

 

둘째, 회칙은 잘 준비된 방인 성직자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사도직에서 책임감 있고 그리스도교적 소명이 출중한 평신도의 필요성을 잊지 않는다. 

 

6) 당시 교회 안팎의 문제점9)

 

(1) 교회 밖에서 제기된 문제점들

 

① 선교 지역 국가들의 사회-정치적, 문화적 변화에서 오는 교회의 선교에 대한 적대감:선교 지역 국가들의 대부분이 유럽의 속국이었다가 일부는 이미 독립하였고 또 다른 나라들도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였다. 따라서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고유한 정체성을 찾는 데 매우 민감한 시기였기에 '선교'와 '식민지 정책'이라는 두 가지의 움직임도 제대로 분리되어 이해되기 어려웠고 '외국의 것'이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반감이 불거졌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교회 문헌들이 방인 사제의 양성을 하나같이 강조하고 있음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② 전통 종교들의 도전:이슬람교는 아프리카에서 현저한 부흥을 보이고, 힌두교는 인도의 국가 종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나고, 불교는 여러 나라들에서 발전되었다. 또 이러한 종교들은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국가들에도 침투하기 시작하였다. 

 

(2) 교회 내부에서 그리고 전통적 그리스도교 국가들 안에서 제기된 문제들 

 

① 교황들의 절박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들의 성소는 미약하였고, 유럽 사회는 세속화가 가속화된다. 

 

② 그리스도교 국가들과 선교지역 국가들 간에 구분이 애매해지면서 '선교'에 대한 회의와 교회 내 선교사들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10) 

 

③ 아울러 비그리스도교인들에 대한 선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주저와 망설임이 두드러진다. 

 

교회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서 교회는 그 해답과 올바른 지침을 제시하기 위해 고민해야만 했다. 그 결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그 후속 문헌들은 교회의 선교적 본성을 분명히 강조하기에 이른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본성을 찾은 것이 아니라 이미 교회의 삶 속에 늘 존재해 왔던 자신의 본질을 세상 앞에서 재천명한 것이다.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후속 교회 문헌들11)에 나타난 복음 선교론

 

역대 교황들의 문헌을 통해 볼 때 교회는 그 시대적 요청에 따라 진지한 응답을 제시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제 공의회와 후속 문헌들은 또 다른 시대적 상황 앞에 서 있다. 지역 교회들, 이른바 신생 교회들의 성장으로 이전의 선교 방식, 곧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성)이 상부에서 관할하고 선교 수도회들을 매개로 수직 하강식으로 행하여졌던 교회의 선교 활동은 이제 교회와 교회 간의 상호 협력과 관심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12) 

 

선교 활동은 지역적인 확장으로서가 아니라 세상 안에서 그리고 비그리스도교적인 문화 환경 속에서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기쁜 소식을 몸소 증언하는 것이 더욱 요청되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1980년대 이후 '새로운 복음화'의 절박한 필요성이 교회 전반에 걸쳐 (특별히 기존의 오래된 그리스도교 국가들에서) 드러난다.13) 한편, 그러한 의미에서 약화될 수 있는 특별한 의미의 선교 활동 또는 외방 선교의 필요성이 퇴색되지 않기를 [교회의 선교 사명]은 강조하고 있다. "외방 선교의 고유한 특성은 비그리스도인을 상대로 하는 데서 유래한다"(34항). 그렇게 볼 때 현대에도 복음 선포와 교회 현존이 없거나 부족한 비그리스도인 집단이나 범위에 대한 특별한 선교 소명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성부, 성자, 성령에게서 기원하는 이 사명은 전체 교회에서, 개별 교회에서, 각 본당에서, 한 가정에서 그리고 한 신앙인에게도 그 신앙의 핵심에 해당되는 것이다. 또한 이 사명은 그 수혜자의 측면에서는 하나의 '강한 요청'이요, '권리'임을 교도권은 누차 강조한다. "대중은 그리스도 신비의 부요함을 알 권리가 있다."14)

 

1) 교회의 복음 선교론

 

교회는 초기부터 본질적으로 하나의 선교적 공동체로서 자신을 이해했다.15) 초대 교회는 주님에게서 경계가 없는 보편적인 사명을 부여받았다. 모든 사람, 모든 민족, 지상의 모든 곳에 가거라. 이 파견의 목적은 모든 이가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요한 10,10) 하기 위해 구원을 전하고 드러내는 것이다.16) 

 

교회는 그 자신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17)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 인하여 교회의 모든 활동의 본질적인 선교적 성격은 전체 교회의 선교적 본성이 확인됨에 따라 신학적인 그 기초를 재발견하게 되었다."18) 교황 바오로 6세는 강조한다. "복음의 메시지를 제시하는 일은 교회가 임의적(任意的)으로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이가 믿고 구원을 얻기 위하여 예수님의 명에 의해 교회에 맡겨진 의무인 것입니다."19) 더 나아가 바오로 6세는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복음 선교를 위한 것임을 확인한다.20) 그러므로 복음 선교는 교회의 단순한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그 존재의 이유, 곧 교회의 소명이며 정체성이다. 

 

이 선교 사명은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21)에서 '단일성'과 '다양성'의 범주에 따라 설명되고 있다. 회칙에 따르면, 교회는 행해야 할 많은 '사명들'을 가지고 있지 않고, 그의 '사명'은 하나이며, 그것은 모든 민족에게 구원을 제공하는 것이고 오늘에도 무수한 남녀들에게 인류의 구세주이신 그리스도를 알려 주는 것이다(10.11.31항 참조). 

 

(1) 복음 선교의 의미 

 

가시적인 교회는 예수님의 부활 체험 안에 성사적으로 일치되어 있고, 구원과 회개의 도상에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예수님의 최초 제자들처럼 겸손과 대담함을 가지고(사도 4,3 참조) 교회는 망설임 없이 모든 이를 구원하고 하나의 새로운 백성을 형성하는22) 구원의 부활 체험을 선포해야 한다. 

 

교회 문헌에서 보여지는 복음 선교의 의미는 '신앙을 공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라틴어의 Evangelizatio는 복음 선교, 복음화, 복음 선포, 전교, 선교, 복음화 활동 등으로 옮길 수 있다. '신앙을 전하는 것'은 신앙을 공유하는 것이고, 신앙을 나누는 것으로서 교회는 이미 그것을 살고 있는 것이고, 이런 교회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 '복음 선교'이다.23) 

 

복음 선교는 '신앙을 나누는' 교회의 삶으로서 일찍이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삶으로써 전해 주신 신앙의 진리를 성령의 도움에 힘입어 항상 실현해 왔고 실현해 나가야 될 삶이다. 교회의 삶으로서 복음 선교는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으로 세분화될 수 있다.24) 그럼에도 그 모든 활동은 또한 단일한 사명으로 모아질 수 있고,25) 복음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주력하게 된다. "교회로서는 복음 선교의 기쁜 소식을 인류의 모든 계층에까지 전해 주어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5; 2고린 5,17)라고 한 것과 같이 그 힘으로 인류를 내부로부터 변혁시켜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26) 복음 선교의 목적은 이 내적 변화의 성취에 있다. 

 

로버트 하터는 그것을 회개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복음 선교는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서 계속되는 회개의 과정으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서 잘 드러났듯이 하느님의 사랑(곧 하느님 나라)이라는 교의 안으로 사람들을 더욱 깊숙이 이끌어 가는 과정이다."27) 

 

이 내적인 변화는 크게는 공동체적 차원에서, 작게는 개인의 신앙이 더욱 완전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포함한다.28) 

 

(2) 복음 선교의 목적 

 

복음 선교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종교적이며, 하느님 나라에 역점을 두고 있다.29) 복음 선교의 목적을 지향할 때 구원의 상대성이나 본질적인 것과 2차적인 요소들 간에 혼동은 엄격히 피해야 한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을 보여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 복음 선교는 인간의 구체적 생활상에 동떨어져 이야기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인 제반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복음 선교의 본질적인 내용을 대체할 수도, 그 가치를 애매하게 할 수도 없다.30) 교회의 선교 사명은 신앙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고 천명한 [교회의 선교 사명]의 가르침(4항 참조)처럼 목적이 이루어지도록 복음 선교의 신앙적인 근거를 찾아 확립해야 하고 모호함과 의혹은 없어져야 한다(제1장 참조). 또한 성덕에 대한 열정을 다시 일깨우면서 복음 선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90항 참조). 

 

① 교회의 자기 실현 

 

교회가 교회일 수 있음은 자신의 존재 이유요 목적인 '복음 선교'와 깊은 관련을 갖는다.31) 그렇게 볼 때 복음 선교의 목적은 또한 '교회의 자기 실현'이다. 복음 선교는 교회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32) 

 

하느님의 원천적 사랑이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파견으로 가시화되었듯이, 교회의 자기 실현은 또한 그 구체적인 실현으로서 아직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백성들과 집단에 교회를 부식(扶植)할 것을 요청한다.33) [교회의 선교 사명]에 언급되어 있듯이 "회개와 세례는 기성 교회에 가입시키거나 또는 구세주 예수를 고백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하기를 요구"(48항)하기 때문이다. 

 

②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어긋나는 모든 것을 역전시키고 바로잡는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래 천명된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복음 선교'는 복음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인간과 세계를 변혁시켜야 할 교회의 사명과 활동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34) 

 

"교회로서 복음 선교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더 넓은 지역에서 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교하는 것만이 아니고,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배반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 방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逆轉)시키고 바로잡는 데 있다."35) 문화의 복음화가 또한 그것이다. 복음의 힘은 문화의 깊은 근원에까지 생명력 있게 복음화한다.36) 

 

(3) 복음 선교의 실천 

 

생활의 증거, 무언의 증거, 함께 살고 행운을 함께 나누고 합동하는 것은 복음 선교의 실천을 위해 필요하고 대개는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이러한 증거를 하도록 모든 신자는 불림을 받는다.37) 그러나 동시에 명시적 설명을 필요로 한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희망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시오"(1베드 3,15).38) 

 

복음 선교는 여러 가지 요소로 성립되는 복잡한 과정이다. 곧 인류의 쇄신, 복음적 생활의 증거, 명백한 교리 전달, 마음의 귀의, 공동체에 대한 참가, 성사 배령(Acceptio Signorum), 사도직 활동 등이다. 이 모든 요소가 상호 보완적이고 조화롭게 실천되어야 한다.39) 

 

① 교회의 자기 복음화 - 전세계 복음화의 전제 

 

복음 선교의 실천은 우선 '선교자'의 자기 복음화를 전제한다. [현대의 복음 선교]는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교회는 복음 선포자이지만 교회 자체가 복음화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표명하고(선교교령, 5항), 1974년의 시노두스에서 재확인된 바이지만 교회가 전세계를 참으로 복음화하려면 끊임없는 회개와 쇄신으로 교회 자체가 복음화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15항).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 교서 [제삼천년기]도 대희년 직접 준비의 제1단계로서 우선 두 번째 천년기를 지내 온 교회 자신에 대한 자성과 회개를 촉구하고 있다.40) 교회 자신이 믿는 이들의 공동체로서 형제적 친교를 피워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항구한 믿음과 사랑의 새 계명을 실천할 수 있는 자각을 늘 새롭게 자기 안에서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셨듯이41)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교회에 대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교회 중심주의'에 떨어질 것은 아니며, 그리스도와 교회 그리고 하느님 나라의 긴밀한 관계 안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42) 

 

교회의 삶을 더욱 복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복음 선교의 행위에서 나온다. "신앙은 줌으로써 견고"43)해지는 원리와 같다. 복음 선교의 수혜자 앞에서 선교자는 자신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것이고 그의 행동을 뒷받침해 줄 내적인 열정, 확고한 신앙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복음화된 사람은 또한 남을 복음화하도록 합니다."44) 

 

② 교회의 모든 구성원의 실천 

 

복음 선교는 개인적이고 고립된 행위가 아니라 교회적인 행위로서 보편 교회와, 지역 교회와의 일치 가운데 하느님 백성의 근본적인 사명으로서 그리고 보편적인 사명으로서 실천되어야 한다. 이러한 복음 선교의 '보편성'은 국경을 초월하여 모든 나라, 모든 사람 그리고 모든 사회적 제반 현상과 사조를 다 끌어안는다.45) 그러기에 복음 선교는 교회 안에 존재하는 구성원들(교황, 주교와 사제들, 수사, 수녀, 평신도, 가정, 청년들 등)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상호 보충적인 다양한 봉사를 기꺼이 인정한다.46) 

 

또한 교회의 구성원 모두는 현대 세계가 안고 있는 비복음적인 현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우리 시대의 죄악들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교회와 신자들의 책임에 관해서 [제삼천년기]는 종교적 냉담, 세속주의, 윤리적 상대주의, 그리고 하느님의 참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는 종교적 결함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38항). 

 

이러한 책임의 통감 속에서도 교회의 모든 구성원, 곧 복음 선교자들은 "잃어 버린 양들"(루가 15,1-7)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현대인들의 참다운 목마름을 식별하고 이른바 체감되는 '위기'를 오히려 복음 선교를 위한 하나의 커다란 호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47) 

 

③ 하느님 나라의 가치 - 실생활 속에서의 구체화 

 

기존의 그리스도교적 복음의 가치관도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많은 가치 체계들 속에서 도덕적, 전통적 우월성만을 앞세우고 기득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일방적인 '전달-수용'이라는 복음 선교의 직선적인 도식은 불가능하고 다른 가치들과의 경쟁 속에서 타당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도록 선포자와 수용자(청취자)의 삶의 체험을 촉진시키는 일이 복음 선교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48) 현대인들은 '진정한 것'에 굶주리고 있다.49) 실천과 증거가 선교의 중요한 요건이다. 복음적 가치를 실생활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하늘 나라의 진정한 가치를 증언해야 한다. 

 

④ 성령의 현존과 활동에 대한 강한 인식과 믿음 

 

문헌들은 하나같이 선교의 주역은 성령이심을 고백하고 있다.50) 성령은 제자들이 그리스도 부활에 대한 증거자들, 그리고 하느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순교자들이 되게 한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을 '복음 선교사'가 되게 한다. 뿐만 아니라 비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들의 마음이 열리고 믿어 자유로이 주님께 회심(回心)하고 주님께 일치하도록 이끄신다.51) 

 

복음 선교의 시작과 끝을 모두 주관하시는 성령께 대한 이 확고한 믿음은 단순 명료한 진리로서 복음 선교자의 "겸손한 자세"52)를 일깨워 주고, 선교열을 상실하게 하는 그 어떤 장벽 앞에서도 그리스도를 통한 든든한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 준다. 

 

⑤ 복음 선교 영성의 본질적인 특성들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제8장(87-91항)은 선교 영성을 집약하여 다루고 있다. 회칙의 가르침을 통하여 복음 선교의 실천을 위한 복음 선교 영성의 몇 가지 본질적인 특성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위에서 강조한 성령의 인도에 순응하는 것이다. 

 

둘째, 그리스도와의 긴밀한 일치가 필요하다. 복음 선교에 대한 이해와 실천은 복음 선포를 위해 파견되신 그리스도의 사명과 결부되어 파악될 때 가능하다. 복음 선교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모범을 따라 사도적 사랑, 착한 목자의 사랑으로서 사람들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한다. 또한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 복음적 덕목들(청빈, 양순, 고통과 박해의 인내, 평화와 정의의 갈망, 애덕 등.)(마태 5,1-12 참조)을 통한 복음적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어야 한다. 

 

셋째, 참된 선교사는 성덕으로의 여정 안에 있다. 성인은 참된 선교사이며 또한 선교사는 '행동 가운데 관상자'가 되어야 한다. 복음 선교사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을 하느님 말씀의 빛 안에서 그리고 자신과 공동체의 기도 안에서 발견해야 한다.

 

 

맺는 말

 

세상은 분명 참다운 진리의 빛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체험하게 되는 바로 그 빛이 '인간 존재의 본질적 구조에서 연유하는'53)모든 인간의 실존과 종교적 의문들에 대한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한 해답임을 기쁘게 확신하는 이들이다. 그리하여 그 밝고 확실한 빛 안으로 다른 이들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이들이다. 

 

세상은 생명의 물을 찾고 있다.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간절한 마음으로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요한 4,10-15) 하고 말한다.54) 

 

세상의 갈증 앞에서 교회는 복음을 알리고자 하는 열망으로 또 하나의 갈증을 느끼며,55) 새로운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계속해서 기다린다. 사도 바오로는 이 기다림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산고 중에 있는 어머니와도 같이 이 희망으로 살아갑니다"(로마 8,19-22). 

교회는 참으로 이러한 기다림을 어머니요 모범이신 마리아와 함께 그리고 마리아처럼 실현한다. [현대의 복음 선교]와 [교회의 선교 사명]의 결론 부분에서 강조한 것처럼 교회의 복음 선교는 성모 마리아의 중개에 의미 있게 맡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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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NCHIRIDION DELLE ENCICLICHE, Edizioni Dehonianae Bologna(EDB), 6, 673면 이하 참조:비오 12세는 회칙 Evangelii praecones(1951)에서 선교사(6백 명), 선교 지역의 신자(2천8백만 명), 방인 사제(2만 6천8백 명), 대신학교 신학생(4천3백 명) 등이 Rerum Ecclesiae(1926)에 비해 수적으로 약 2배 가량 증가하였음을 기쁘게 전하고 있다. 

2) AAS 11(1919), 440-455면. 

3) J. Dinh Duc Dao, MISSIOGRAFIA, PONTIFICIA UNIVERSITA' URBANIANA(PUU), 1995, 3면 이하 참조. 

4) AAS 18(1926), 65-83면; ENCHIRIDION DELLE ENCICLICHE, 5, 194-229면. 

5) Rerum Ecclesiae, 12항 참조. 

6) AAS 43(1951), 497-528면; ENCHRIDION DELLE ENCICLICHE, 6, 670-725면. 

7) ENCHIRIDION DELLE ENCICLICHE, 6, 1130-1171면. 

8) AAS 51(1959), 833-864면. 

9) J. Dinh Duc Dao, 앞의 책, 8-10면 참조. 

10) J. MASSON, La Missione continua, EMI, Bologna, 1975, 97-98면 참조. 

11)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선교 활동에 관한 교령(Ad Gentes, 1965. 12. 7.); 바오로 6세, 교황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 1975. 12. 8.);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Redemptoris Missio, 1990. 12. 7.) 

12) 인류복음화성은 jus commissionis 제도를 폐지하고 교구가 설립된 모든 지역에서의 '파견' 제도를 강화하였다. 이전의 선교 지역 교회들이 젊은 교회가 되었고, 선교의 대상이었던 이들이 점차 선교의 주체가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J. Dinh Duc Dao, 앞의 책, 66면 참조). 

13) 심상태, "복음화와 새로운 복음화의 의미", [사목] 204호(1996. 1.), 10-11면 참조. 

14) [교회의 선교 사명], 8항; [현대의 복음 선교], 53항 참조. 

15) P. VADAKUMPADAN, “Fondamento ecclesiologico della missione”, in:S. KAROPEMPREL(ed.), Seguire Cristo nella missione, San Paolo, Cinisello Balsamo (Milano), 1996, 86면 이하 참조. 

16) 선교교령, 10항; [교회의 선교 사명], 31항 참조. 

17) [교회의 선교 사명], 18.19항 참조. 

18) G. COLOMBO, Pastorale missionaria, in AA. VV., Dizionario di Missiologia, EDB, 1993, 393면. 

19) 위의 책, 5항. 

20) 위의 책, 14항 참조. 

21) 이 회칙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회칙 전체가 이 선교적 문제들을 다루는 데 바쳐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우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쓰여졌다:전체 교회 그리고 젊은 교회들도 선교적 사명을 새롭게 하도록 초대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특별한 의미의 선교(외방 선교)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다(2항 참조). 

22) 교회헌장, 9항; 선교교령, 2항 참조. 

23) 로버트 하터, "가톨릭 복음 선교의 특징", [새로운 가톨릭 복음 선교], 김준철 옮김, 분도출판사, 1997, 25-27면 참조. 

24) 선교교령 6항에 따르면 교회의 활동은 다음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선교 활동, 사목 활동, 교회 일치 운동. 

25) [교회의 선교 사명], 31-33항 참조. 

26) [현대의 복음 선교], 18항. 

27) 로버트 하터, 앞의 책, 27면. 

28) 위의 책, 27-29면 참조. 

29) [현대의 복음 선교], 32.33항 참조. 

30) 위의 책, 제3부(25-39항) 참조. 

31) 임병헌, "'현대'의 복음 선포 - 하나의 가능성?", [가톨릭 신학과 사상] 10호(1993), 가톨릭 대학교 출판부, 206면 참조. 

32) [현대의 복음 선교], 14항 참조. 

33) 선교교령, 6항; [교회의 선교 사명], 48항 참조. 

34) 심상태, 앞의 책, 10면 참조; [현대의 복음 선교], 18-19항 참조. 

35) [현대의 복음 선교], 19항. 

36) 위의 책, 20항 참조. 

37) 위의 책, 21항 참조. 

38) 위의 책, 22항 참조. 

39) 위의 책, 24항 참조. 

40) [제삼천년기], 33항; 교회헌장, 8항 참조. 

41) [교회의 선교 사명], 89항 참조. 

42) 위의 책, 17-19항 참조. 

43) 위의 책, 2항. 

44) [현대의 복음 선교], 24항. 

45) 위의 책, 61항 참조. 

46) [현대의 복음 선교], 59-73항; 선교교령, 23-27항; [교회의 선교 사명], 61-76항 참조. 

47) 임병헌, 앞의 책, 221면; [교회의 선교 사명], 92항 참조. 

48) 임병헌, 위의 책, 218-219면 참조. 

49) [현대의 복음 선교], 76항 참조. 

50) 선교교령, 13항; [현대의 복음 선교], 75항; [교회의 선교 사명], 21-30항 참조. 

51) 선교교령, 13항 참조. 

52) [현대의 복음 선교], 75항 참조:"성령의 작용 없이는 복음 선교는 불가능하다......복음 선교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 것이라 하더라도 성령의 은밀한 활동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가장 완전한 준비라도 성령이 없이는 아무 효과도 없습니다." 

53) [교회의 선교 사명], 28항 참조. 

54) 위의 책, 46항 참조. 

55) 위의 책, 40항 참조.

 

[사목, 1999년 6월호, 김성현(대전교구 조치원 천주교회 보좌신부, 선교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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