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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아버지 여정: 포옹, 가장 강력한 사랑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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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3-23 ㅣ No.610

[아버지 여정] 포옹, 가장 강력한 사랑의 기술


우리는 누군가 나를 정말로 포근히 안아주길 바랍니다.
편안하게, 진심으로 따뜻하게 사랑해 주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여자만 그렇게 바라는 게 아닙니다.
남자도 그렇습니다.

젊은 남자만 그런 게 아닙니다.
어린이도 누군가 자기를 안아주고 인정해 주길 바라고,
늙고 쇠잔해져 가는 사람들도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는 다 사랑받기를 갈구합니다.
우린 너무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먼저 안아줘 보세요.
나무든 사람이든 먼저 안아주면
그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도종환의 시,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전문)


“아기들은 포옹 없이 살아갈 수 없었다!”

13세기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는 아기가 어떤 언어도 접하지 않고 성장하게 되면 신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말하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습니다.

만 1세 이하의 고아 300명에게 최고의 시설과 음식을 제공하고, 가장 유능한 유모들이 돌보게 하되 언어 사용을 완전히 금지시켰습니다. 그리고 유모들에게 덧붙여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립니다. “절대로 안아주지 말 것!”

그로부터 1년 뒤, 아기들은 히브리어를 말하게 되었을까요?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300명의 아기들이 모두 죽어버린 것입니다. 당대의 역사가 살림베네는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기들은 포옹 없이 살아갈 수 없었다!”

이와 비슷한 실험이 1959년 미국의 위스콘신 대학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는 갓 태어난 아기 원숭이를 어미에게서 떼어놓은 뒤 두 마리의 가짜 어미 원숭이와 지내게 합니다. 한 마리는 철사를 두른 채 젖병에서 우유가 나오게 하였고, 다른 한 마리는 우유는 나오지 않지만 부드러운 담요를 감아두었습니다.

만일 어미의 역할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먹이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아기 원숭이는 철사 어미를 더 좋아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기 원숭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담요 어미에게 달라붙어 보냈고, 배가 고플 때만 잠시 철사 어미에게 가서 우유를 마시고는 얼른 다시 담요 어미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이 실험이 우리 아버지들에게 시사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나 자신이 철사 아비로, 그것도 젖도 나오지 않는 철사 아비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역할은 생존을 위한 밥벌이, 곧 경제적인 부양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부드럽고 따뜻한 사랑의 어루만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루만짐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포옹’입니다.

재미있는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산모들이 출산 직후 처음으로 자신의 아기에게 젖을 물릴 때 왼쪽 젖을 물릴까요? 아니면 오른쪽 젖을 물릴까요? 자녀를 출산해 본 경험이 있으신 어머니들은 쉽게 답이 떠오르시는 반면, 아버지들은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답은 ‘왼쪽’입니다. 실제로 약 80%의 산모들이 본능적으로 아기에게 왼쪽 젖을 물립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바로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때문입니다. 곧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익숙했던 심장 박동소리를 듣게 해주려는 무의식적인 배려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또한 산모는 젖을 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아기의 온몸을 포옹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아기는 엄마의 자궁 속에서 누렸던 완벽한 포옹상태를 박탈당한 충격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 이 세상에 적응해 갑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을 포대기로 꽁꽁 싸매는 것도 엄마의 뱃속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지요. 사람은 따뜻했던 엄마의 뱃속으로 돌아가고픈 본능을 타고납니다. 하지만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만들어낸 인간의 발명품이 바로 포옹입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지켜야 할 딱 한 가지

필자는 오래전부터 좋은 아버지가 되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며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것이 부족한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지만 주변 분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것 딱 한 가지만 찍어주세요!”

저는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딱 한 가지만 콕 찍어 이야기합니다. “하루에 한 번 온 가족과 포옹을 나누세요!” 가장 확실하고, 가장 강력합니다. 단, 최소한 21일은 하루도 빼지 않고 실천하셔야 합니다.

21일은 새로운 습관에 대한 두뇌회로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이때까지는 포옹이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21일을 넘어서 63일까지 실천하시게 되면, 포옹은 마치 우리가 숨을 쉬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나의 일부가 됩니다.

“기본적인 생존을 원한다면 하루 네 번의 포옹이 필요하고, 행복을 유지하기 원한다면 여덟 번의 포옹이 필요하고, 진정한 자기 성장을 원한다면 열두 번의 포옹이 필요하다.”(버지니아 사티어)

‘포옹 요법’을 창시한 정신 간호학자 캐슬링 키팅은 포옹의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① 기분 전환에 좋다.
② 외로움을 없애준다.
③ 두려움을 이기게 해준다.
④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⑤ 이웃을 사랑하게 해준다.
⑥ 긴장을 풀어준다.
⑦ 불면증을 없애준다.
⑧ 근육을 튼튼하게 해준다.
⑨ 욕구불만이 있는 뚱뚱한 사람들에겐 식욕을 줄여준다.
⑩ 즐거움과 안정감을 준다.

* 중요한 장점 하나를 추가합니다. 포옹은 돈이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용기는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명의 사도를 선택하신 이유도 어쩌면 하루에 최소한 열두 번의 포옹을 실천하시려는 게 아니었을까요? 예수님께서 두 팔을 활짝 펴고 계시는 이유 또한 우리를 안아주시기를, 그리고 우리가 안아드리기를 바라시기 때문이 아닐까요?

가장 어려운 이웃에게 베푼 것 모두가 예수님께 베푼 것이라면 나의 가족을 포옹하는 것이야말로 예수님을 안아드리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그러고 보면 포옹도 용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결심이 아닐까요?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2년 3월호, 글 권혁주 · 그림 하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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