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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12년 제98차 세계 이민의 날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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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4-22 ㅣ No.449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2012년 세계 이민의 날 담화


“이민과 새로운 복음화”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세상의 유일한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은 “교회 본연의 사명”입니다. “광범위하고 깊은 변화를 겪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복음화의 임무와 사명은 한층 더 절실합니다”(바오로 6세, 교황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 14항). 오늘날, 우리는 이 세상에서 새로운 열정과 참신한 방법으로 복음화 활동을 증진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이 발달하고 개인과 집단이 자주 또 손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국경이 사라지고 세계화의 새로운 과정으로 개인과 민족들이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서 우리는 저마다 복음의 새로움을 담대하게 선포하였던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의 열정과 용기를 되살려야 합니다. 바오로 성인의 말씀을 우리 마음에 되새기도록 합시다. “사실은 내가 복음을 선포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올해 세계 이민의 날 주제를 “이민과 새로운 복음화”로 정하였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교회는 광범하고 복합적인 인간 유동 현상 속에서 새로운 복음화를 수행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복음이 처음으로 선포된 지역들은 물론이고 그리스도교 전통을 지닌 나라들에서도 선교 활동을 강화하라는 요청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복자는 우리에게 “복음화 활동에서 ´말씀의 봉사자´가 되도록 우리 자신을 풍부한 말씀으로 무장”하라고 권유하였습니다. “오늘날 ‘세계화’의 맥락에서 여러 민족과 문화가 새롭고 불확실하게 뒤섞이는 상황에, 점점 더 다양해지고 요구가 많아지는 상황에 대처하여야” 한다고 당부하였습니다(「새 천년기」, 40항 참조). 실제로 국내외 이주는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거나 박해, 전쟁, 폭력, 기아, 자연 재해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는 데에서 비롯됩니다. 그 결과 개인과 민족들이 전례 없이 뒤섞이고, 인간적 관점뿐 아니라 윤리적 종교적 정신적 관점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세속화의 뚜렷하고 현실적인 결과, 유사 종교의 출현, 그리스도 신앙에 대한 만연된 무감각, 그리고 매우 분명한 분열의 경향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점점 더 다민족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는 세상에서 인류 형제자매들이 한 가족”을 이루도록 돕는 통합의 준거를 마련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해 세계 이민의 날 담화에서 말씀드린 대로, 인류라는 “이 가족 안에서 정당한 차이를 존중하며 평화롭고 유익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교인들도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받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는 삶의 지평에서 하느님과 교회의 가르침을 애써 지워 버리려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의심과 회의주의와 무관심이 스며들어 그리스도 신앙의 모든 사회적 상징적 가시성마저 없애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를 알고 받아들였던 이민들이 흔히 그리스도께서 그들의 삶과 더 이상 관련이 없다고 여겨 신앙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나아가, 더 이상 자신을 교회의 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그리스도와 복음을 따라 살지 않게 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한 그들은 종종 그리스도인이 소수인 나라나 오랜 신앙 전통이 더 이상 개인의 신념이나 공동체의 신앙이 아니라 문화적 요소로 축소된 지역으로 이주합니다. 바로 여기에 교회의 당면 과제가 있습니다. 곧 교회는 이민들이 고국에서 누리던 문화적 도움을 받지 못할 때에도 신앙을 확고히 간직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느님 말씀을 더욱 생생히 받아들이도록 새로운 사목 접근 방법과 표현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 그러한 상황은 인류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신비와 그분 사랑의 삶에 참여할 수 있음을 선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인류는 정중한 대화와 연대의 구체적 증언으로 희망과 평화의 지평을 바라보게 됩니다. 또 다른 경우에, 기쁜 소식을 새로이 선포하고 더욱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여 그리스도인의 잠들어 있는 양심을 일깨울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와 만나는 아름다움을 다시 깨닫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리스도인이 어디에 살든, 이국땅에 살더라도 거룩함으로 부르고 계십니다.

 

또한 오늘날의 이주 현상은 현대 세계에 복음을 선포하도록 하느님께서 주신 기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아직 만나지 못했거나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오랜 그리스도교 전통을 지닌 나라에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그분을 알고 모든 이에게 ‘풍요로운 생명’(요한 10,10 참조)의 원천이 되는 구원의 소중한 선물을 경험하도록 적절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민들 자신에게도 특별한 역할이 있습니다. 이민들도 “하느님 말씀의 선포자가 되고 세상의 희망이며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증인들”(「주님의 말씀」, 105항)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주 상황에서 새로운 복음화의 힘든 길을 걷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사목 활동가들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점점 더 다원적인 상황에서 활동하게 됩니다. 저는 이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자신의 직권자와 일치를 이루고, 민족주의와 대립을 극복하면서 정중한 선포와 형제적 나눔의 길을 찾도록 권유합니다. 출신지와 경유지와 도착지의 교회들도 떠나는 이들과 도착하는 이들을 위하여, 특히 여정 중에 자신들을 환대하는 이웃 속에서 그리스도의 자애로운 모습을 만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하여 협력을 증대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친교를 위한 효율적인 사목을 이루려면, 이민들과 난민들을 돌보는 기존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상호 교류하는 새로운 상황에 더 잘 부응하는 틀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박해와 폭력, 그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피해 나온 난민 신청자들은 자신의 의무를 인식하여야 합니다. 또한 우리도 그들을 이해하고 환대하며 그들의 인간 존엄성과 권리를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겪는 고통에 대하여, 개별 국가들과 국제 사회는 상호 수용의 자세를 지녀야 하고, 경계심을 떨쳐 버리고 온갖 차별을 삼가야 합니다. 그리고 특히 적절한 환대 구조와 정착 프로그램을 통하여 연대성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이에 더하여, 고통 받는 지역들과 이미 수년 동안 수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지역들의 상호 도움이 필요하고 국가들 사이에 더 많은 책임 분담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언론은, 어쩔 수 없이 고향과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이제 새로운 삶을 일구고자 하는 이들의 상황을 정확하고도 객관적으로, 또 솔직하게 알려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은 이주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도와 연대와 그리스도 사랑으로 그들과 함께하고 서로 풍요로워지도록 더욱더 노력하여야 합니다. 또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가정을 수호하며 품위 있는 주거와 노동과 복지를 보장하는 새로운 계획들을 추진하여야 합니다.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그리고 특히 젊은이들은 폭력을 피해 나와 새로운 생활 방식에 부딪치고 통합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많은 형제자매를 도와주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선포는 위안과 희망과 ‘충만한 기쁨’(요한 15,11 참조)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저는 많은 유학생들의 처지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들은 통합의 문제, 제도적 어려움, 주거와 환대 기구를 찾는 데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은 젊은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문화적 성숙과 판단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진리에 대한 깊은 갈망과 하느님을 만나려는 열망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정신을 따르는 대학들은 특별한 방식으로 새로운 복음화를 증언하고 확산시키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 대학들은 교육계의 사회적 문화적 인간적 진보에 이바지하고자 진지하게 노력하여야 합니다. 또한 문화 간 대화를 증진하고 외국인 유학생들이 기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여야 합니다. 유학생들은 복음의 참 증인들과 그리스도인 삶의 표양들을 보고 새로운 복음화의 일꾼이 되고자 하는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기쁜 선포가 세상의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이의 마음에 희망을 가져다주도록 ‘길의 성모’이신 마리아의 전구를 간청합시다. 여러분 모두를 위하여 기도할 것을 약속드리며 교황 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2011년 9월 21일에

교황 베네딕토 16세

 

<원문 :  Message of His Holiness Benedict XVI for the World Day of Migrants and Refugees (2012), "Migration and the New Evangelization", 2011.9.21.,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도 참조.>

 

* 한국 천주교회의 2012년 이민의 날은 4월 29일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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