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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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성독지남: 교회 복음화의 강력한 수단, 렉시오 디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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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1-25 ㅣ No.539

[聖讀指南] 교회 복음화의 강력한 수단, 렉시오 디비나



얼마 전 저녁식사 후 급히 설거지를 하다가 사고를 냈다. 시간을 절약하고자 설거지 통 속에 날카로운 부엌칼까지 넣고 설거지를 하다가 그만 검지가 칼에 베였다. 그토록 오랫동안 해왔지만 설거지하다 다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에 배운 대로 하지 않고 방심한 것이다. 우리 영성생활이나 수도생활도 잘 안다고 방심하고 자만하는 순간 여러 위험에 노출되고 빗나감이 시작될 수 있음을 더 깊이 묵상하게 된 계기였다.

지난 호에 이어 어떻게 렉시오 디비나가 중세를 거치면서 차츰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는지 그리고 다시 현대에 어떻게 재발견되었는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아니아네의 베네딕도(750-821) 아빠스가 착수한 쇄신운동은 그가 죽자 곧바로 중단되었지만 다행히 10세기 클뤼니 수도원에서 부활했다. 클뤼니 수도원은 특별히 베네딕도 규칙서의 엄격한 준수와 순명, 엄격한 금욕, 전례를 강조하면서 규모가 큰 수도원 제국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그 당시 클뤼니의 수도자들은 문학이나 영성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교회에 큰 공헌을 했다. 사실 그 수도원은 초기에 성덕과 분별력이 뛰어난 위대한 아빠스들의 지도하에 있었기에, 약 200년간 교회 개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다. 비록 클뤼니 수도원에서 렉시오 디비나를 인정하긴 했지만 그 이전보다 그 중요성이 많이 감소했다. 더욱이 렉시오 디비나의 대상에 성경주석서, 신학 서적, 교부들의 문헌, 그리고 심지어 백과사전까지 포함되었다. 클뤼니 수도원은 육체노동을 소홀히 하고 전례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수도생활의 세 축인 기도, 일 그리고 렉시오 디비나(성독)의 균형을 잃고 말았다. 그들은 너무 제도화된 생활과 거대한 조직으로 급성장하여 수도생활의 관상적인 측면들을 소홀히 하는 경향도 있었다. 이로 인해서 역설적이게도 10세기에 교회 쇄신의 상징이었던 클뤼니는 불과 한 세기반이 지나자 오히려 교회 쇄신의 첫째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 후 11-12세기에 들어서면서 수도 전통 안에서는 다시 본래의 수도승생활로 되돌아가려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어 새로운 수도회들이 계속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수도회들이 까말돌리회, 카르투시오회, 시토회이다. 시토회는 가난과 단순성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베네딕도 수도규칙(RB)을 더 엄격하게 지키고자 했다. 그리고 수도생활에서 기도와 독서 그리고 일의 조화를 회복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성경을 단지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것을 철저히 반대했다. 카르투시오회는 고대 은수 생활의 이상을 추구하며 오직 고독과 침묵 속에서 하느님만을 추구하고자 시작된 수도회이다. 특별히 이 수도회의 제9대 원장이었던 귀고 2세(Guigo II, +1188)는 『수도승의 사다리』(The Ladder of Monks)라는 책에서,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아주 중요한 자료를 남겨주었다. 그는 우리가 하느님과 높은 일치를 향해 올라가야 할 영적 사다리로서 독서(lectio)와 묵상(meditatio) 그리고 기도(oratio)와 관상(contemplatio)을 아주 체계적으로 언급했다. 이것은 수도자들에게 있어 상당히 중요한 성독 수행으로서 오늘날까지 수도승 전통 안에서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말돌리회는 회수도(會修道) 생활과 은수 생활의 이상을 한 공동체 안에서 실현하고자 세운 수도회이다. 이렇듯 수도 전통에서는 언제나 성경에 대한 학문적인 독서의 방법보다는 마음으로 읽고 맛 들이는 단순한 렉시오 디비나, 즉 성독수행이 추천되었다.

그러나 렉시오 디비나 수행은 12-13세기부터 위기를 맞아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여러 탁발 수도회들, 즉 가난을 강조하는 프란치스코회나 지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도미니코회가 출현했다. 특별히 스콜라 학문의 영향으로 인해서, 수도자들이 렉시오 디비나 시간에 온 마음으로 성경 말씀을 읽고 되새기며 기도하기보다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질문과 논증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도승 영성가들은 성경 말씀에 대한 스콜라 학문의 논리적인 접근을 비판했으며 또한 그 이후에 나타나는 추론적인 묵상 방법인 이냐시오 묵상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 후 16세기 인문주의자들은 성경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인 말씀에 대한 자구적, 역사적 의미만을 탐구하는 비판적이고 조직적인 독서 방법을 더 많이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방법은 분명히 성경에 대한 학문적인 발전에 크게 공헌을 했다. 반면에 하느님 말씀에 대한 영적인 해석 그리고 신학과 영성과 사목이 분리되지 않고 조화되었던 고대의 훌륭한 신앙 유산이나 수도 전통 안에서 행해진 머리가 아닌 온 마음으로 성경을 읽고 되새기는 렉시오 디비나 수행은 사람들로부터 점점 더 멀어졌다. 이렇게 전통적으로 수도원들 안에서 전해져오던 단순한 렉시오 디비나 수행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영향력이 감소되면서 잊혀졌다. 그러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 전통 안에 있던 렉시오 디비나를 재발견했고, 그 이후 오늘날까지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글들이 조금씩 소개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과 일상의 삶 사이에 부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수도 전통에 있던 단순한 렉시오 디비나 수행의 재발견은 분명히 영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특별히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회 복음화의 강력한 수단으로서 ‘고대의 렉시오 디비나 수행’(the ancient tradition of Lectio divina)을 강조했다. 또한 이미 퇴임하신 베네딕도 16세 교황도 고대의 전통적인 렉시오 디비나 수행이 교회에 영적인 봄을 불러오리라고 강조했다. 특별히 베네딕도 16세 교황은 렉시오 디비나를 위한 한 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성경은 성령의 감도로 쓰였기 때문에, 우리 역시 같은 성령의 빛 안에서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겸손한 들음의 태도로 렉시오 디비나를 해야 한다.

[분도, 2013년 여름호(제22호), 글 허성준 가브리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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