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자] 새로운 복자: 박 프란치스코와 오 마르가리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10 ㅣ No.1432

[새로운 복자] 박 프란치스코와 오 마르가리타 - 단란한 성가정의 모범 부부(夫婦)



죽산성지에서 공경하는 박경진 프란치스코(1835-1868)와 오 마르가리타는 어떻게 성장했는지 전해지지 않고, 두 사람이 혼인하여 충청도 청주에서 단란히 살았다는 것만 전해집니다. 부부는 병인박해(1866-79)가 일어나자 “천주교인들에 대한 핍박이 심하니 고향을 떠나 조용한 산골로 가서 농사를 지으며 마음 편히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부모와 아우(필립보), 맏아들(안토니오)에게 제안합니다. 그리고 모두의 동의를 얻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진천 절골(충북 진천 백곡면)에 있는 교우촌(깊은 산속이면서도 앞쪽에서 누군가 오는 것을 훤히 바라볼 수 있으며, 뒷산으로 도망갈 수 있는 마을)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박 프란치스코 가족은 절골에서 2년 가량 교우들과 숨어서 작게 농사를 짓습니다. 궁핍한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인의 참된 삶을 살면서 행복한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러다가 1868년에 일어난 ‘덕산굴총사건’(조선과 통상을 요구하던 서양인이 흥선대원군의 부친 남연군 묘를 도굴하다 발각됨)으로 말미암아 잠잠했던 박해의 불길이 거칠게 다시 일어납니다.

전국 관아의 포졸들과 밀고자들은 천주교인들을 잡으려고 밤낮으로 혈안이 되었습니다. 특히 죽산(도호부)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였고, 마침내 진천 절골의 깊은 산속까지 박해자들이 들어오게 됩니다. 포졸들의 동정을 살피던 박 프란치스코는 급히 가족들에게 모두 피신할 것을 알립니다. 가족들은 부랴부랴 산속으로 도망을 갑니다. 하지만 산이 깊다 보니 서로 길을 잃고 뿔뿔이 헤어집니다. 아직 갓난아이인 막내를 업고 도망친 오 마르가리타는 숲 속에 숨어 있다가 포졸들에게 발각되어 그 자리에서 무수한 매질을 당하지만, 어린 자식을 품에 안고 모진 매를 이겨냅니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박 프란치스코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찾아 헤매다가 지쳐 산골 어느 비신자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됩니다. 그 사람은 “오늘 밤 이곳에서 자고 내일 아침 동정을 살피는 것이 좋겠소.” 하며, 박 프란치스코를 안심시켜놓고는 밤중에 뒷문으로 빠져나가 포졸들에게 밀고합니다.

이렇게 박 프란치스코는 체포되어 아내 오 마르가리타와 함께 먼 길을 걸어 죽산 관아로 끌려갑니다. 갖가지 문초와 형벌, 배교의 강요에도 박 프란치스코 부부는 굴하지 않고 신앙을 굳건히 지켜냅니다. 옥중에서 이들 부부는 동생과 장남에게 소식을 전할 기회를 얻어 다음과 같은 당부의 편지를 보냅니다. “어린 조카 (동생)들을 잘 보살피면서 진정으로 천주님을 공경하고, 천주님께서 안배하시는 대로 순명하여 나의 뒤를 따라오도록 하여라.”

박 프란치스코와 오 마르가리타는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목숨을 다한 천주님에 대한 사랑, 주님 안에서의 부부에 대한 사랑, 가족들의 의견 존중, 자녀를 향한 한없는 사랑과 올바른 신앙 교육을 이루어낸 ‘단란한 성가정의 모범 부부’로서, 같은 날 함께 순교의 영광과 기쁨을 얻게 됩니다.

[2015년 2월 8일 연중 제5주일 수원주보 4면, 최인각 바오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1,45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