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9년 제95차 세계 이민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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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4-15 ㅣ No.326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제95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문

(2009년 4월 26일)


“너희는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

- 제95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이하여 -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 ‘제95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이하여 발표하신 담화에서 올해로 탄생 2000주년을 맞이하여 “백성들의 사도, 이민자 성 바오로”의 특별한 인생 여정과 비교하여 이민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당부하셨습니다. 사도 성 바오로는 항상 순례자이자 이주노동자로 살았습니다(사도 15,36; 로마 15,22; 1코린 16,5 참조). 성 바오로는 여행하면서 언제나 환영받을 수 있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환영받고 머물기보다는 오늘날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처럼 자신의 천직인 천막을 짜는 일로 밥벌이를 하면서 험난한 선교 사명을 수행하였습니다(사도 18,1 참조). 옛날 이스라엘의 재래시장은 언제나 천막을 필요로 하였으므로 사도 성 바오로는 선교 사명을 수행하면서 틈틈이 천막을 짜서 팔기도 하고 수리하기도 하였을 것이고, 여러 항구들에 들렀을 때는 틀림없이 배의 닻을 만들어 공급하고 수리하였을 것입니다. 어떤 성서학자의 주석에 의하면, 사도 성 바오로는 천막 짜는 자기의 생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항상 간단한 작업도구들을 지니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는 오늘날의 이주민들처럼 약한 처지였으며, 늘 약한 이들 가운데에서 함께 살고, 함께 일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였습니다.

 

세상이 급변하면서 근래에는 많은 이들이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이주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우리 동포들도 가난을 벗어나기 위하여 하와이의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기 위하여 고국을 떠나기 시작하여, 남미의 농업이민,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들이 있었습니다. 근래에는 학문과 선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하여 많은 이들이 외국으로 나갔으며, 경제적인 활동을 위하여 세계의 곳곳을 누비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발전으로 더 많은 우리 동포들이 외국에서 이주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면에서는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이주민의 수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공동선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세계화된 이 세상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과 자기 가족의 생존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기 집을 떠나 먼 나라를 찾아가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이 우리와는 달리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돈을 벌어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는 “꿈”(Korea dream)을 안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힘들고, 어렵고, 지저분한 일들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이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하여 다문화 가정을 꾸미고 사는 수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많은 가난한 나라들의 주민들, 예를 들어 필리핀은 인구의 10%가 외국에 나가 돈을 벌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세계적인 공통된 현상으로 다른 많은 가난한 나라들도 필리핀의 처지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는 우리 사이에 있는 이주노동자, 유학생, 피난민, 전쟁과 민족 간의 갈등 때문에 망명한 이들, 인신매매의 희생자와 성매매로 목숨을 부지하는 이들에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더 큰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사도 성 바오로뿐 아니라, 성 요한을 제외한 모든 사도들이 세상 곳곳에서 이주민으로 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사도들은 늘 이웃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지만, 그들의 고통과 희생 덕분에 우리 교회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구약성서를 비롯한 성서의 여러 곳을 통하여 들려오는 말씀, 즉 우리 가운데에 있는 나그네를 자기 자신과 똑같이 사랑하라(레위 19,34; 신명 10,19 참조)는 하느님의 목소리와 명령들을 우리는 늘 잊지 말고 기억하여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세계 이민의 날에 우리는 사랑의 눈을 지니면서 이주민들을 바라보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이주민들을 환영하면서 함께 삶을 나누도록 합시다.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이 시기에 우리 주위에 있는 낯선 이주민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에 머물지 말고, 따뜻한 인간애로 더 크게 환영하도록 합시다. 얼마 전에 선종하신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이주노동자들과 이주여성들에 대하여 대단히 민감하고 친근하게 대하셨습니다. 김 추기경님께서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마지막 당부 말씀을 늘 기억하면서 생활에 옮기도록 합시다. 우리 주위에 있는 나그네들이 우리에게 베풀어 준 일들, 즉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한 것들을 포함한 모든 희생과 헌신에 대하여 고마운 마음을 지니면서, 더욱더 따뜻한 인간애로 그들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으로 대하면서 함께 살아가도록 합시다.

 

“너희는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

 

2009년 4월 26일 이민의 날에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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