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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성경 속 생명 이야기9: 희망의 표징과 헌신에 대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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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4-07 ㅣ No.1136

[성경 속 생명 이야기] (9) 희망의 표징과 헌신에 대한 초대


그리스도의 피는 사랑과 생명의 원천

 

 

카인의 아벨 살해 후 하느님께서는 카인에게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창세 4,10)고 말씀하십니다. 땅에 쏟아진 무죄한 피의 울부짖음은 하느님께 복수를 호소하는 것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카인은 타인의 생명을 뺏은 대가로 하느님의 저주를 받습니다(창세 4,11-12 참조). 노아의 홍수 이후 하느님께서는 구원받은 사람들에게 피를 마시지 않도록 엄격하게 금하셨습니다(레위 7,26-27 참조). 피는 곧 생명이므로, 인간은 생명에 대해 아무 권한이 없음을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쏟게 한 무죄한 이의 피는 당신 자신의 일부로 보존하셨습니다. 시편 56장 9절에서 원수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 이가 자신의 피의 울부짖음(눈물)을 하느님의 부대(負袋)에 담아달라고 기도하는 데서 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피를 먹어선 안 된다"는 금령을 지키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3-55). 이 말씀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흘리시는 피는 한편으론 하느님의 부대 안에 보존되는 무죄한 아벨의 피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죄인의 구원을 위해 당신 친히 흘리는 속죄의 피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흘리시는 피는 인류에게 참된 음료로 내어주는 피로서 "아벨의 피보다 더 훌륭한 것을 말하는 피입니다"(히브 12,24).

'더 훌륭한 것을 말하는 피'란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입니까? 그 의미는 예수님께서 아벨의 피의 울부짖음을 다음과 같은 부르짖음으로 변혁시키는 데서 나타납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이러한 부르짖음은 전에 아벨의 피에서 솟아나온 복수의 부르짖음을 무색케 하는, 용서를 청하는 부르짖음입니다. 이 피의 호소는 일차적으로, 무고한 이의 피를 흘리게 한 사람들을 용서해 달라는 탄원입니다.

이 탄원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남의 피를 흘리게 했던 자신의 돌 심장(에제 36,26)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호소는 생명으로의 초대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창에 찔린 예수 성심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이 피(요한 19,34 참조)는 죄인에게 생명의 참된 목적지를 돌려주고, 생명의 원천이 다시 열리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새 인류는 예수님의 이 피를 마심으로써 자기 자신의 죄로 죽은 옛 인간의 가슴에서 다시 생명(살, 심장)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이 피를 마시고 예수님 안에 머무는 사람은 누구나 그분의 사랑과 생명의 선물이 지닌 활력 안으로 이끌려 들어갑니다. 거기서 모든 사람이 지닌 사랑에 대한 원초적 소명을 다시 일깨우게 됩니다. 곧 그리스도의 피로 모든 이가 자신의 생명을 증진하는 데 자신을 바치고자 하는 힘을 얻습니다. 우리 희망의 가장 힘 있는 원천은 바로 이 피입니다(「생명의 복음」 25항 참조).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와 문화는 죽음의 문화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그리스도 피의 승리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현 인류가 놓인 상황 속에서 약진하고 있는 긍정적 표징들을 발굴해 제시하지 않고 생명 위협에 대해 비난만 한다면, 그것은 헛된 낙담으로 이끄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세상 한가운데서 긍정적 표징을 발견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약하고 보호능력이 없는 이웃을 돕고 지원하려는 자발적 움직임이 얼마나 많이 생겨났고 또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까! 여전히 많은 부부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자녀를 '혼인의 가장 뛰어난 선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 일상의 봉사활동 안에서 버려진 아기들과 어려움에 빠진 청소년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가정도 많습니다(「생명의 복음」 26항). 낙태 허용법과 안락사 합법화 노력에 대응해, 생명 옹호를 위한 사회적 각성을 일깨우려는 운동과 자발적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생명의 복음」 27항).

빛과 그림자를 동반한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선과 악, 죽음과 생명, 죽음의 문화와 생명의 문화의 엄청나고 극적인 충돌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가 생명을 무조건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아벨의 피보다 더 훌륭한 것을 말하는"(히브 12,24) 그리스도의 피에 대한 신앙을 선택하는 길입니다(「생명의 복음」 28항 참조).

[평화신문, 2014년 4월 6일, 이명기 수녀(가톨릭대 ELP학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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