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성경 속 생명 이야기11: 생명은 선한 것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4-20 ㅣ No.1138

[성경 속 생명 이야기] (11) 생명은 선한 것


인간 생명은 거져 받은 은총의 선물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후 대단히 만족해하셨습니다. 창조물을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흐뭇한 마음을 창세기 저자는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라는 말로 일곱 번이나 표현합니다(1,4.10.12.18.21.25. 31). 하느님의 이 기쁨의 말씀은 창조된 모든 것이 창조주의 뜻에 맞게 생겨났기에 그 자체로 선하고 아름다운 현실임을 시사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하느님의 귀한 작품이므로 그분은 생명을 사랑하십니다(지혜 11,26). 


창조주 하느님에게서 지음 받은 모든 생명은 선한 것이기에 하느님은 인간에게 뭇 생명의 피를 함부로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을 주셨습니다. 만일 이 계명을 거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스스로 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의식을 분명히 일깨워주십니다(창세 9,5-6 참조). 자비롭고 정의로운 하느님은 선한 생명이 인간의 폭력과 불의로 희생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법의 울타리를 세워주신 것입니다.

특히 모든 생명 가운데 인간이 으뜸으로 소개된 사실이 중요해 보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직접 숨을 불어넣으시고(창세 1,7) 생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특권을 주시어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당신의 특별한 협력자로 삼으셨습니다(창세 1,19-20). 아마도 이를 근거로 인간이 서로의 생명을 돌보는 문제는 단순히 생명을 파괴하지 않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행위가 요청된 듯합니다. "너희는 동포에게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레위 19,18). 인간이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근본 동기는 우리 모두가 동등하게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셨습니다"(시편 8,5-6). 이처럼 인간 존재는 창조주 하느님의 현존을 증언하고 그분의 영광과 선하심을 드러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최고 작품인 인간이기에 그분은 우리에게 지식과 이해력을 주시고 선과 악을 식별하는 능력을 주셨습니다(집회 17,3.7 참조). 이러한 하느님의 선물에 맞갖은 인간의 응답은 세상의 기원과 인간의 생명이 하느님께 속해 있음을 알고 생명을 상속재산으로 여기며 소중하게 보존하고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선한 생명의 선물을 두려움 없이 파괴하고 헛되게 낭비하는 생명 경시 사상이 심각합니다. 이에 대해 생명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지혜서의 저자는 잘 알려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죽음을 만들지 않으셨고 산 이들의 멸망을 기뻐하지 않으신다"(지혜 1,13).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은 불멸의 존재로 만드신 사실에도 드러납니다. "정녕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창조하시고 당신 본성의 모습에 따라 인간을 만드셨다"(지혜 2,23). 이러한 점에서 인간은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관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죄악으로 하느님의 영광과 선 자체인 생명을 잃게 되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세주로 세상에 파견되시어 십자가의 죽음으로 인간의 죽을 운명을 생명으로 길로 되돌리셨습니다.(필리 2,6-9 참조) 이 큰 사건을 들어 「생명의 복음」 회칙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인간 생명을 취하시고 그것을 모든 인류의 구원을 위한 도구로 삼으셨으니, 그 인간 생명이란 얼마나 위대한 것입니까!"(33항)

그러므로 인간 생명은 부유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가난해지심으로써 얻은 은총의 선물입니다(2코린 8,9 참조). 거저 받은 은총이기에 생명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 선하신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목적에 맞게 그분 계획에 따라 살아갈 때 우리 삶은 선으로 작용해 세상에 하느님의 영광을 증거하는 살아 있는 존재가 됩니다. 우리를 뽑으시어 당신의 현존을 알리는 존재가 되게 하시고 당신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신 하느님의 부르심(로마 8,28-29 참조)에 응답하는 첫걸음은 충만하고 기쁘게 생명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4년 4월 20일,
민남현 수녀(엠마, 성바오로 딸 수도회)]



1,11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