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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선거와 그리스도인: 선거와 선거 참여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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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3-23 ㅣ No.912

[경향 돋보기 - 선거에 임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 선거와 선거 참여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들어가는 말

올해 4월 11일은 우리나라 제19대 국회의원들을, 12월 19일은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자신이 뽑은 의원들이나 대통령이 실시하는 제반 정책과 사업에 자신의 직접적 이해와 요구가 반영될 수밖에 없으며, 공동체 형성과 활성화 그리고 이를 위하여 주민의 직접적 참여가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교회는 복음 전파의 입장에서 세상일에 참여해야 하며, 인간 활동의 모든 내용을 규명하는 데 시민의 정치적 자유와 책임을 존중하고 장려한다(사목헌장, 76항). 또한 교회는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하는데(「간추린 사회교리」, 406항), 민주주의 제도에서 정치 권위는 국민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대의기구들은 효과적인 사회 통제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통제는 무엇보다도 대표를 선출하고 교체할 수 있게 하는 자유선거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408항). 특히 모든 국민은 공동선의 증진을 위하여 아무런 차별도 받지 않고 자유투표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사목헌장, 75항).

투표로써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는 특별히 중요하다. 선거는 정치 복음화의 출발점이며, 그 심연에는 하느님의 질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선거와 선거 참여에 대하여 교회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선거의 의미와 목적

요한 23세 교황은 인간의 존엄성에 따라 공공생활에 적극 참여하고, 공동선 실현에 공헌해야 할 권리가 나온다고 하면서 모든 인간은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가르쳤다(「지상의 평화」, 26항).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시민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 가정, 여러 집단은 참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자기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언제나 더 나은 공동선을 실현하도록 모든 사람이 날마다 자기 힘을 합칠 수 있는 더 큰 공동체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여러 형태의 정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하여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완전한 자기 정당화와 의미를 얻고, 공동선에서 본래의 고유한 자기 권리를 이끌어낸다.”(사목헌장, 74항)고 언급하고 있다.

그럼, 정치 공동체가 추구하는 공동선이란 무엇인가? 공동선이란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자기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사목헌장, 26항)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동선은 모든 사람의 생활과 관계되는데, 각 개인에게는 현명함을 요구하고 특별히 공권력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신중함을 요구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906항).

공권력은 다양한 사람들과 집단들이 모여 공동체, 특별히 정치공동체를 구성하므로(「가톨릭교회교리서」, 1910항) 그들의 의견도 다양하기에 공동체가 파괴되는 일없이 그것을 조정하기 위해 기계적이거나 독재로가 아니라 자유와 의무의 수용 그리고 책임 의식에 뿌리박은 도덕적인 힘으로 온 국민의 힘을 공동선으로 이끌어주는 ‘권력’이라야 한다(사목헌장, 74항).

따라서 정치권력은 사회 각계각층의 자율성과 다양한 활력을 먼저 보장해 주고 다양성 속의 화해와 일치를 최종적으로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정치권력은 오직 공동선에 다다르기 위한 조정력을 행사할 때 국민들은 이 권력에 복종해야 할 양심상의 의무를 발견하게 된다.

그와 반대로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편파적으로 두둔하거나 비호할 때 그것은 공동선을 이룩해야 할 정치권력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공동선의 촉진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공동선의 촉진을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선거이다.

교회는 복음에 비춰 현실을 평가하고 사회 안에서 실제적인 행동지침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언제나 복음에 일치하여 시대와 환경에 따라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할 것이며, 그 안에서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를 과감하게 외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이 외침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는 도덕적인 힘으로 정치 공동체가 더 이상 불의에 빠지지 않게 하고 더 이상 부패하고 타락하지 않게 해야 하는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책임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선거를 통하여 교회의 사명인 부정과 탄압, 독재나 전제에 대한 항거, 성실과 공평,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한 헌신 등의 활동을 위임받은 것으로 신앙으로 고무되는 사도직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사도직의 활동이 복음을 증언할 때 과거에 행해진 정치의 부조리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들도 시민들이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정당들은 시민 사회의 열망을 간파하고, 그 열망들이 공동선을 지향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는 형태가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는 또 다른 정치 참여의 도구이다(「간추린 사회교리」, 413항).


공동선의 촉진을 위한 선거 참여와 자유투표의 권리와 의무

선거권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갖는 권리 가운데 하나이다. 선거란 유권자의 자유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유권자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공정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제공해야 함은 매우 당연한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 신자들이 사회 복음화를 위해 현실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과 내용에 대해 복음적 판단과 실천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또한 자유투표에 의한 선거가 공동선의 촉진을 위한 우리의 권리와 의무라고 강조한다(사목헌장, 75. 76항). 곧,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정당이든 후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유권자이든 간에 그 목적은 공동선을 실현하고 촉진하는 데 있는 만큼 이에 부합하도록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해야 한다.

물론 교회는 그 직무와 권한으로 보아 정치 공동체와 혼동될 수 없으며 아무런 정치체제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교회는 정치적 강령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며 어느 한 정당의 정강을 제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의 구원에 관계될 경우, 교회가 정치질서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교회는 가르친다(사목헌장, 76항). 이런 이유에서 교회는 사목헌장을 비롯한 여러 교회문헌을 통해서 정치 공동체의 존재 목적과 이와 관련된 선거에 대한 기본 입장을 제시한다.

우선 정치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사목헌장은 정치 공동체가 “공동선을 위하여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완전한 자기 정당화와 의미를 얻고, 공동선에서 본래의 고유한 자기 권리를 이끌어낸다.”(사목헌장, 74항)면서, 특히 “정당들은 당리를 공동선에 앞세울 수 없다.”(사목헌장, 75항)고 명시하고 있다.

또 유권자들의 선거투표권 행사와 관련해서는“모든 국민은 공동선의 증진을 위하여 자유투표를 할 권리와 동시에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사목헌장, 75항)고 강조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치권력에 직접 참여하는 정당이든 대의원을 통해서 정치에 참여하는 유권자이든 간에 그 목적은 공동선을 실현하고 촉진하는 데 있는 만큼 이에 부합하도록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 가르침을 바탕으로 영국의 잉글랜드-웨일즈 가톨릭 주교회의는 지난 1997년 총선을 앞두고 「공동선과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총선과 관련한 교회 입장을 정리하였다.

이 문헌은 유권자가 투표 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 후보자의 정치적 헌신 △ 후보자의 도덕성과 인격 △ 후보자가 내놓는 정책과 정책의 바탕이 되는 이론들 △ 후보자의 인간생명에 대한 존중 의지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이행 여부 판단 △ 하느님의 창조활동에 참여하는 농민, 노동자의 권리 존중 △ 피조물 전체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환경의 공동선 보호 등을 들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진리의 광채」(1993년)는 특히 정치인들이 지녀야 할 덕목에 대해 △ 다스리는 사람과 다스려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의 진실성 △ 공직사회의 개방성 △ 공공 봉사에의 공평한 참여 △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권리존중 △ 정치적 확신범의 권리보호 △ 공금의 정당한 사용 △ 사익을 도모하기 위한 불법 · 부당한 수단 사용의 거부 등을 꼽고 있다(「진리의 광채」, 101항).

이러한 정치 분야의 원칙은 인간의 초월적 가치와 국가 경영에서 객관적인 윤리규정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정치 윤리적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 신의와 청렴과 정직을 신조로 삼는 정치인, 자신이 제정한 법을 존중할 줄 아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는 것은 정치 분야에 대한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의 핵심 요소이다.

가톨릭교회의 모든 신자는 정치인이든, 시민이든, 훌륭한 시민정신으로 사회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의 정치생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가톨릭 신자는 가톨릭 교리의 원칙에 따라 행동할 때 ‘복음화의 일꾼’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공동선과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 40항).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러한 원리들이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정치적 공존의 기초 자체가 약해지고, 사회생활 자체도 점점 위태롭게 되며, 부패의 운명에 빠지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가는 말

교회는 정치질서에 대해서 신앙의 기준으로 윤리적 판단을 내리며 현실을 복음에 비추어 평가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화를 실천하는 수단으로 선거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바오로 6세 교황은 ‘정치질서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실천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팔십주년」, 48-51항). 평신도들은 사회질서를 개혁하는 데 사명을 가지고 있다. 먼저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속에, 또한 도덕과 법률 속에서 그리고 사회구조 속에 그리스도의 정신을 심어야 한다.”

따라서 교회는 사람들에게 복음의 빛으로 진리를 발견하게 하고, 효과적인 봉사를 통해 복음의 위력을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권고한다. 특히 세상을 성화하도록 불림을 받은 평신도들이 민주주의의 법칙에 따라, 예를 들어 선거와 같이 국민에게 속한 행사의 의무를 부여받을 때 그들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주의 제도가 국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중요한 권한을 부여하며, 피지배자들에게는 지배자들을 선택하거나 통제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평화적으로 대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해 주는 한, 신자들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어야 한다(「백주년」 46항).

또한 신자들은 선거에 임하면서 언제나 봉사의 성격을 띠어야 하며, 이 봉사는 공동선의 달성을 위하여 도덕률의 배경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567항).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야말로 이웃 사랑을 드러내고 실천하는 아주 귀중한 기회이며, 또한 회개의 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선거를 통하여 자유롭게 투표하되 진리를 기준으로 한 선택이어야 할 것이다. 온갖 흑색선전과 모함, 보수언론의 교활한 수작 등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유익보다는 우리의 유익을 위하여 공동선에 입각한 올바른 선택이 되도록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으로 이 글을 맺는다.

“그리스도인들은 정치참여를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리스도 정신을 이 사회에 불어넣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평신도 그리스도인」, 42항).

* 박영봉 마태오 - 청주교구 신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사회교리를 가르쳤으며, 현재 충북 음성 매괴고등학교 교장으로 있다.

[경향잡지, 2012년 2월호, 박영봉 마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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