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회복지] 장애인을 위한 교회의 역할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218

장애인을 위한 교회의 역할

 

 

들어가는 말

 

우리는 신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사람을 가리켜 장애인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요즈음에는 장애인이라는 말이 넓게 통용되면서 정상인들에게 ‘비장애인’이라는 용어를 학계 또는 사회 복지 현장에서 폭넓게 쓰고 있으며 자주 듣고 있다. 왜 우리는 비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써야만 했을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을 보는 눈이 예전 같지 않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이해,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후천성 장애인 인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비장애인’이라는 용어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고 본다. 또한 현재 사회 분위기에서 보듯이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과 소외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국가에서 또는 사회에서, 교회에서까지도 비장애인에게 냉대를 받거나 소외 받는 경우를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고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필자가 장애인과 더 가까이 호홉하기 위해서 이 글 일부분에서 비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 점 독자들은 양해해 주기 바란다. 이즈음에 「사목」 편집부에서 요청한 ‘세상에 희망을 주는 교회’라는 매우 고무적인 큰 주제 아래 ‘장애인 사목’에 관련하여 ‘우리 교회뿐 아니라 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용 시설1)과 생활 시설2)(이후 ‘시설’(施設) 이라고 칭함)에서 우리 장애인들을 위하여 우선 해야 할 일들’에 대하여 몇 가지 살펴봄으로써, 현재 교회와 사회의 징표로 떠오르고 있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의 실제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필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은 사회 복지 사목의 중요성에 관련된 내용들이 많으며, 그것이 우선되어야만이 시설의 종합적인 개선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 누가 장애인인가?

 

필자가 속한 천주의 성요한 수도회의 전 총장 수사가 집필한 「인간화」(人間化, Humanization)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우리는 장벽을 무너뜨려 장애인과 환우(患者)들이 생활하는 불가사이한 세계에 보다 세심하고 밝은 빛이 들어가게 되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쉽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맨 먼저 해야 할 일들 중에 하나가 더 역량 있게 되고, 더 세심하고, 더 철저해야 한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다시 말해서 역할 담당자라기보다는 ‘인격체’(人格體)가 되는 데 주력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장애인이나 환자들을 위해서 무슨 일들을 ‘해 주는 것’보다는 ‘함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실로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자’ 하면, 우리는 먼저 그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를 알고, 그의 문제들과 바람들, 기대들과 어려움들, 그의 배경과 인간성을 파악해야 한다.”

 

이 말은 의료와 사회 복지 시설 등에서 일하고 있는 지도자와 종사자들에게 선포한 메시지이지만 우리 모든 비장애인들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장애인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며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없는 관심 밖의 사람으로 여겨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 교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을 위하여 할 일이 너무도 많고, 개선하고 보완할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 교회와 교회 시설이 중심이 되어 하느님 백성으로서 가야 할 구원의 여정에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하느님 앞에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 교회가 이 사회에서 ‘인간화’를 우선으로 하여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면서 함께 살아갈 때 희망 가득한 그리스도인 공동체,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모두 함께 서로 존중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참으로 살맛 나는 사회, 아름다운 사회, 전인 복지가 살아 숨쉬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장애인을 위한 교회의 역할

 

최근 정신 지체 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의 호소를 들은 적이 있다. 그가 자녀와 함께 어린이 보호방(성당 내 유리방)에서 미사에 참석하고 있던 중에 자기 아이가 다른 신자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하여 주위의 일반 신자들과 신부님과 수녀님에게 핀잔을 들은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수소문 끝에 중증 정신 지체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을 위한 미사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본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미사를 몇 차례 참석하여 왔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곳마저 본당 신부님이 인사 이동으로 다른 곳으로 가시는 바람에 그 미사가 없어지게 되고, 따라서 몇 번 참석하지도 못하고 다시는 그 자녀와 함께 미사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하였다. 그는 장애인들과 그의 가족들을 위하여 미사 전례뿐만 아니라 영적 상담실, 기도 모임 등이 가까운 본당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장애인들을 위한 미사를 드린 본당이 어느 본당인지 알지는 못하나 그 본당 신부님은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 생각된다. 아주 먼 곳에서도 그 미사에 참석하던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을 생각해 보라. 다른 비장애인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도 소중하지만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사목이야말로 결코 소홀히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인 재활 측면에서 모든 장애인들은 그의 가족들과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교중 미사와 학생 미사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교회 활동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의 지도자와 우리 모든 교우들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늘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 교회가 모델이 되어 우선적으로 끊임없이 노력할 때 우리의 지역 사회에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게 참여하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과 재가(在家)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돌볼 것인가? 이들을 위한 특별 사목은 바로 우리 교회와 시설의 공동 노력으로 이룩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짧지 않은 원목 활동의 경험으로 보아 교구 차원에서 시작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각 본당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어떤 본당에서는 ‘지역 사회 원목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데 필자의 소견으로는 본당 관할 내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원목자(병원 사목 상담 교육 이수자), 사회 복지사(정신 보건 교육3) 이수자), 간호사(정신 보건 교육 이수자), 봉사자가 한 팀이 되어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을 위한 원목 서비스4)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다만 이 팀에서 일할 사람은 각자의 전문 교육은 물론 원목에 관한 기본 이론과 경험을 쌓은 사람이 맡아야 한다. 모든 본당에 이러한 원목 팀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적어도 지구별로 1개 본당은 중증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을 위한 미사 전례와 기도 모임 등, 신앙 상담과 재활 상담을 전담하는 원목실(중앙 원목실)을 두어 다른 시설과 다른 본당 그리고 지역 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생활 시설의 원목 서비스 경우는 좀 신경을 써야 한다. 시설장과 종사자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 시설의 보완과 생활 시설의 환경을 개선하고 확충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원내 원목 활동도 대단히 중요하다. 사실 눈에 보이는 시설의 개선이나 장비의 보완, 또 좋은 비품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인간화’되고 인격적으로 상호 존중과 이해와 인내가 깃든 그리스도교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종사자들의 소양 교육이 무엇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곧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하느님의 모습을 닮았다는 성서적 가르침에 따른 사명감(각 재단의 기본 철학)을 가지고 장애인에 대하여 한 단계 높은 인식 개선과 의식 개선이 먼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새롭게 시작하는 시설은 이 점을 깊이 고려하여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다. 

 

상기에 열거한 바람직한 원목 활동이 우리 모든 교회 시설에서 실현된다면 200만 명이 넘는 장애인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는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교회 시설에 투자하는 일보다 교회의 복지 시설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재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간화’ 교육 프로그램과 장애인들과 그의 가족들을 깊고 넓게 이해하는 교육 프로그램, (개별) 재활 프로그램의 강화와 원목 이론 등의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스스로 찾도록 이끌어 준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더불어 사는 사회, 사랑 가득한 교회, 인간화된 나라를 이룩하는 데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이야말로 우리 교회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3. 장애인을 위한 사목의 중요성

 

최근 10년 동안 천주의 성요한 수도회 산하 병원에서의 원목 활동과 동 수도회 아일랜드 관구의 한 정신 지체인 복지관에서 관목 실습을 하면서 복지관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원목 활동의 중요성을 또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천주의 성요한 수도회 산하 각 센터(정신 병원, 호스피스, 노인 회관, 치매 센터, 장애인 복지관, 수용 시설 복지원 등)에는 원(관)목 팀이 조직되어 있으며 이는 관구 원목 정책서(정책서 제목 -  「여정의 동반자」)를 철저히 준수한다. 물론 부족한 점도 있으나 성직자와 수도자 중심에서 벗어나 이용자(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은 물론 직원, 봉사자들에게 원(관)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천주의 성요한 수도회의 회헌에 원목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대상자(장애인)를 위해서 펼치는 복음의 증거요, 신자들의 생활에 의미를 주는 말씀의 선포요, 사람을 죄에서 해방시키고 신앙으로 강화하는 성사의 거행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하였다”(제50조). 이러한 목적으로 본당과 시설에 맞는 원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촉진시켜 나아갈 때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4. 성교회와 교회 시설의 새로운 방향들

 

늦은 감은 있으나 요즈음에 모든 관공서, 학교, 종교 시설 등에 장애인들을 위한 편익 시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좋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장애인들을 위하여 비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뒤늦은 배려인가, 아니면 사회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이루어지는 것인가. 여하튼 이제라도 그러한 편익 시설이 마련되어 우리 사회와 우리 성교회 그리고 모든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받아들여지는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성교회에서는 지역 사회와 교회 시설 그리고 다른 교회 시설과 폭넓고 유기적인 상호 협조 체제를 구축하며 끊임없이 노력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곧 천주의 성요한 수도회의 총장 수사의 저서 「인간화」 중에서 인간화된 시설의 특징을 소개함으로써 결론을 내려본다. 

 

“시설을 인간화한다는 것은 집안을 장식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집안의 구조를 혁신적이고 근본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다. …… 인간화란 시설 안에서 우리와 맺고 있는 관계와 의사 소통, 권한, 정서 생활들을 재조정하고 재고함으로써 또 이러한 관계, 의사 소통, 느낌, 그리고 권한들이 장애인들을 위한 관심과 복지를 위해 쓰이도록 보장하는 행동이다. 장애인이야말로 시설의 핵심이며 그렇게 되어야만 그들은 자신의 문제(보호자들이 대신 갖는 문제)에 대해 과학적이며 기술적인 해답뿐 아니라 인간적인 응답도 받을 수 있다. …… 인간화된 시설은 완전히 외부 지향적이어야 한다. 곧 개방적이고 투명한 시설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그 시설의 효율성을 인정하고 자유스럽게 그곳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누구나 그 시설의 서비스 향상을 위해 조언할 수 있고 비판하고 염려해 줄 수 있는 곳이다.”

 

1) 이용 시설:일반적으로 기숙은 하지 않고 주간에만 이용하는 시설.

예) 각 장애별 복지관, 노인 복지관, 종합 사회 복지관이나 주간 보호 시설 및 공동 작업장 등.

 

2) 생활 시설:일반적으로 의식주를 함께 해결하는 주거 시설.

예) 각 장애별 (생활) 복지원, 양로원, 고아원, 그룹 홈, 단기 보호 시설 등.

 

3) 정신 보건 교육:지역마다 보건 복지부에서 인정한 정신과 장애인을 위한 특수 교육(6개월-1년)

 

4) 원목·관목 서비스:대상자(장애인과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 넓게는 비장애인들의 영신적, 정신적,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가정적으로 야기되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하여 전례 서비스와 대상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영적) 상담으로써 복합적인 갈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사목, 2002년 7월호, 정병철(천주의 성요한 수도회, 수사)]



39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