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8년 성모 승천 대축일 서울대교구장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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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8-05 ㅣ No.305

2008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참된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우리 신앙인들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께서 지상의 삶을 마치시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에 올라가는 구원의 영광을 받으셨음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은 우리 민족이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난 광복절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더욱 뜻 깊다 하겠습니다. 이 기쁘고 복된 날에 우리 나라 방방곡곡에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게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동정녀의 몸으로 아들을 낳게 되리라는 천사의 말에 성모님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고 응답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구원 사업을 위해 가장 가까이에서 협조하시고 순명하신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성모님을 당신 곁으로 불러올리심으로 우리 신앙인 모두에게 장차 따라올 구원과 부활의 희망을 안겨 주셨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하느님의 은총을 입은 마리아가 잉태 순간부터 구속(救贖)된 분이라는 것을 믿을 교리로 가르칩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성모님에 대한 공경과 사랑은 각별합니다. 제2대 조선대목구장 앵베르 주교님은 1838년 12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조선 가톨릭교회의 주보성인으로 정해 줄 것을 교황님께 청하셨고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이를 승인하셨습니다.

 

실제로 이 땅의 수많은 선조들이 모진 박해에도 성모님의 전구를 구하며 신앙을 지켰습니다. 이후 광복절과 우리 나라 정부 수립일이 성모 승천 대축일과 겹치는 것이 한국 교회의 수호성인이신 성모님께서 보살피신 결과라는 믿음으로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깊이 자리잡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한국 천주교회는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내며 특별히 광복의 기쁨을 함께 기념합니다.

 

성모 마리아는 한 마디로 하늘과 땅을 연결해 준 성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깊은 신심과 지극한 겸손으로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모든 이를 교류하고 소통시켜 화해와 용서를 통해 평화로운 삶으로 이끌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이 순간에도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는 우리 죄인들과 세상의 참된 평화를 위해 하느님께 전구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참된 평화는 무엇입니까? 참된 평화는 단순히 전쟁과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평화는 모든 사람이 추구해야 할 근본 가치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평화는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가장 높은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세상은 그리스도께서 원하신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오늘날 세상에서 평화를 해치는 위험한 요소는 모든 갈등과 문제를 사랑과 정의와 진리, 대화와 타협에 의해 해결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이기적인 욕심과 집착에 빠져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때 무질서와 분열만이 존재하게 됩니다.

 

평화의 사도였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평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선의를 지닌 사람들은 누구도 선으로 악을 물리치기 위한 싸움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이 싸움은 오직 사랑을 무기로 삼을 때에만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선이 악을 정복할 때 사랑이 승리하고, 사랑이 승리하는 곳에 평화가 흘러넘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삶을 통해, 개인과 사회가 충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사랑이며, 사랑은 역사의 흐름을 선과 평화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모든 이가 하느님 안에 한 가족임을 받아들이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지도자들은 참된 평화를 정치 활동과 가치 판단의 중심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고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날의 평화는 소수 지도자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사람이 함께 평화를 건설하는 데 아낌없는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분쟁과 대립으로는 평화를 건설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 공존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우리 교회도 주님의 말씀대로 세상 안에서, 세상을 위한 평화의 표지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의 거룩한 소명도 그리스도의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프란치스코 성인이 자신의 기도에서 언급한 평화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있는지 겸손하게 성찰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세상 안에서 평화와 정의의 증거자로 살아가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성모님의 승천을 통해 보여 주신 하느님의 큰 은총이 여러분과 늘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2008년 ‘성모 승천 대축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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