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9년 해외원조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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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1-13 ㅣ No.320

2009년 해외 원조 주일 담화


“시련을 당하는 이웃 곁에 머물러 있어라.”(집회 22,23)

- 세계 식량 위기 극복을 위해 -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국 천주교회는 1993년부터 공식적인 해외 원조를 실시해 왔으며, 수많은 이웃들의 빈곤을 해결하는데 동참하기 위해 매년 1월 마지막 주일을 해외 원조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식량 위기의 상황과 원인

 

자연재해, 기후변화, 분쟁, 불공정 무역 규제, 농작물의 생산 감소와 품귀 현상,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 상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의 식량 가격이 54% 상승하였으며, 이로 인해 37개국이 심각한 식량부족에 봉착하고, 30억 명 이상이 식량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합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최근 식량 위기의 결과로 하루 2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의 수가 1억 명 가량 늘어났으며, 이 중 3,500만 명이 어린 아동이고, 1,000만 명이 5세 이하 아동이며, 5세 이하 아동 중 35%는 영양부족으로 사망에 이르는 상황이라고 보고합니다. 아울러 식량위기의 문제가 전 세계로 번져 나가는 상황을 ‘국경을 가리지 않는 조용한 쓰나미’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분배의 문제

 

식량 수급이 기후 변화, 생물연료 생산, 유가 상승, 인구 증가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불공정 무역의 등장은 농민들로 하여금 불안정한 세계 시장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어버림으로써 가난한 국가의 농업부문을 잠식시켜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생산량은 지난 40년 전보다 두 배 이상이나 증가되었고, 이는 인구 증가율을 뛰어 넘는 수치입니다. 이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먹이고도 남는 분량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왜 세계 식량 위기가 발생하였으며, 왜 사람들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을까요?

 

굶주림은 식량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식량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식량이 적절하게 분배되지 않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 식량 위기 상황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정하게 식량을 나누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식량 위기는 분배의 문제, 곧 정의의 문제입니다.

 

 

시련을 당하는 이웃의 곁에서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식량 위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입니다. 굶주림을 끝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진정한 변화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굶주림을 없애는 혹은 줄이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위해서는, 우리 안에는 이웃을 위해 나를 기꺼이 내어 놓을 수 있는 신비로운 힘이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웃의 생명과 우리의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직관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웃과 더불어 상생하고 공생하는 공동체 정신의 발휘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무기의 개발을 위해 엄청난 재화를 소비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이 안고 있는 숱한 비참과 가난, 기아와 곤궁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제거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지배욕과 인간 경멸, 불신과 이기적 사욕에서 파생되는 과도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도 급선무입니다. 견딜 수 없는 가난과 궁핍에 신음하는 여러 지역의 갖가지 요구, 즉 식량, 건강, 교육, 노동에 대한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도처에 산재하는 난민 구조, 이주민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합니다. 더구나 세계의 대부분이 여전히 극도의 곤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물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기본적인 생필품의 부족으로 기아와 질병은 물론 온갖 불행에 시달리고 있는 모순된 현실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합니다(사목헌장 88항 참조). 쓰고 남은 것을 내어 놓을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필요한 몫에서 나누어 주는 자세도 요구됩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 34-35)라고 하신 말씀을 새기고, “시련을 당하는 이웃의 곁에 머물러 있어라.”(집회 22,23)고 하신 말씀을 귀담아 들으며, 그리스도인들은 온갖 궁핍으로 시달리는 이웃을 말과 행동으로 섬기고 사랑하는 일에 앞장서고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일에 앞장설 것을 다짐합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이 가시고자 하는 사랑과 희망의 길에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 드립니다. 아울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해외 원조 주일 헌금을 봉헌해 주셨고, 수많은 후원자들께서도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정성을 기억하며 감사드립니다.

 

2009년 1월 25일, 해외 원조 주일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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