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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67: 15세기 (2) 니콜라우스와 디오니시우스의 사상과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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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26 ㅣ No.1133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67) 15세기 ② 니콜라우스와 디오니시우스의 사상과 영성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애덕의 실천으로 하느님께 다가가다

 

 

고대 몇몇 교부들은 이데아계를 언급한 플라톤 철학을 활용해 인간 영혼이 하느님과 일치하는 과정을 이론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한편 중세 스콜라 신학자들은 물질계만 다루었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적용해 조직신학을 시도함으로써 영성신학에 대한 관심을 축소시켰습니다. 근세 초기 신학자들은 두 그리스 철학을 기초로 또 다른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쿠사의 니콜라우스(오른쪽).

 

 

부정신학적인 방법론을 통한 니콜라우스의 신비 철학

 

독일 남서부 쿠스(Kues) 출신이었던 쿠사의 니콜라우스(Nicolaus Cusanus, 1401~1464)는 1416~1417년 하이델베르크(Heidelberg)대학에서 철학을 비롯한 교양과정을 공부했으며, 이듬해에 파도바(Padova)대학에서 교회법을 공부하고 1423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1425년 쾰른대학에서 잠시 교회법을 가르치면서 철학과 신학 공부를 병행했던 니콜라우스는 1427년 트리어(Trier) 교구장 오토(Otto von Ziegenhain, 재임 1419~1430) 대주교의 비서로 활동했습니다. 1432년부터 바젤(Basel) 공의회(1431~1439)에 참석했던 니콜라우스는 처음에 공의회 우위성을 지지했으나, 교황 에우게니우스 4세(Eugenius PP. IV, 재임 1431~1447)가 그리스 정교회와 함께 일치 공의회를 개최할 계획으로 바젤 공의회 지지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437년 공의회 개최 장소를 페라라(Ferrara)로 옮기기로 결정하자 교황의 뜻을 따랐으며, 교황의 명을 받아 10년 동안 전체 교회의 일치를 위해 그리스 정교회 및 동로마 제국과의 화해를 도모했습니다. 아마도 니콜라우스는 이즈음에 사제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1448년 교황 니콜라우스 5세(Nicolaus PP. V, 재임 1447~1455)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 1450년 브레사노네(Bressanone) 교구장 주교로 임명되었습니다. 니콜라우스는 1464년 교황 비오 2세(Pius PP. II, 재임 1458~1464)의 명에 따라 터키 십자군 원정 준비 여행을 하다가 토디(Todi)에서 사망했습니다.

 

니콜라우스는 중세 이후 유행하던 스콜라신학을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신플라톤 사상을 따르던 그리스도교 사상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니콜라우스는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Hipponensis, 354~430), 프로클루스(Proclus, 412~485), 위-디오니시우스(Pseudo-Dionysius, ?~500쯤), 보나벤투라(Bonaventura, 1217/21~1274), 둔스 스코투스(Duns Scotus, 1266~1308),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 1260~1328) 등과 같은 계보는 아니었지만, 신플라톤 사상의 색채를 지녔고 스콜라신학과 다른 방법론을 추구했던 유사점에 주목했습니다. 또한 니콜라우스는 1437년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로마로 돌아오던 중에 경험했던 특별한 체험을 통해 부정신학적 방법론에 눈을 떴습니다.

 

니콜라우스는 1440년 저술한 저서 「박학한 무지(De Docta Ignorantia)」에서 ‘무지의 지’를 통해 역설적으로 하느님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특히 비잔틴 제국과 동방 정교회를 경험한 니콜라우스는 서방 교회와 대립되는 주장들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 ‘무지의 지’를 강조했습니다. 즉, 인간은 먼저 수학과 기하학으로 습득한 지식을 통해서 하느님께 나아가기 시작하며, 세상 경험과 천문학으로 파악한 삼라만상을 통해서 하느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고, 마지막으로 신학과 신앙으로 깨달은 육화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과 일치를 이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절대적인 진리는 무한하기에 인간이 쉽게 알 수 없으므로 부정신학적인 방법을 통해야만 무한한 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니콜라우스는 생의 말년인 1462년에 저술한 저서 「다른 것이 아닌 것(De non Aliud)」에서 부정신학적인 방법론으로 신비 철학을 전개했습니다. 우리의 경험과 인식 안에서 하느님의 내재성과 초월성을 어떻게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먼저 초월성을 지닌 하느님은 우리 세상 안에서 파악할 수 없는 ‘무(無)’로 파악되는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다음으로 인간은 하느님을 무로 인식하는 것이 하느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정을 통해 초월자 하느님께 나아간다는 통합적인 인식을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직관적인 이해 방법으로 찾아내어 절대자 하느님께 다가갑니다. 결국 니콜라우스는 과거 신비 철학의 전통에서 출발해서 사랑을 통한 감성과 직관을 강조한 신비 철학을 제시했습니다.

 

레켈의 디오니시우스.

 

 

사랑과 함께 직관적이고 관상적인 인식을 통한 디오니시우스의 신비신학

 

벨기에 레켈 출신이었던 레켈의 디오니시우스(Dionysius van Rijkel, 1402~1471)는 1415년 즈볼레(Zwolle)의 유명한 학교에 다니면서 교장으로부터 직접 종교적인 삶의 원리를 배우고 실습하며 익혔습니다. 1417년 고향으로 돌아온 디오니시우스는 18세쯤에 수도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루르몬트(Roermond)에 카르투지오회 수도원에 입회를 요청했으나, 20세가 될 때까지도 입회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루르몬트 수도원 원장은 디오니시우스에게 쾰른(Kln)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할 것을 권했고, 디오니시우스는 1424년 문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난 후에야 수도원에 입회할 수 있었습니다.

 

디오니시우스는 관상과 활동이 조화를 이루어야 가장 완벽한 완덕의 삶을 추구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 일상을 기도, 연구 및 저술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활하는 습관을 거의 50여 년 동안 실천했습니다. 1451년 쿠사의 니콜라우스는 교회 개혁을 위해 독일을 방문할 때 디오니시우스에게 보좌관이 되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 디오니시우스는 약 1년 동안 니콜라우스와 동행했습니다. 1465년 디오니시우스는 네덜란드 스헤르토헨보스(’s-Hertogenbosch)에 카르투지오회 수도원을 건립할 책임자로 임명되어 3년간 직무를 수행했으나, 건강이 악화되어 1469년 직무를 사임하고 루르몬트 수도원으로 돌아와 수도생활을 하다가 사망했습니다.

 

디오니시우스는 인간 영혼을 관상에로 이끄는 것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디오니시우스는 저서 「관상(De Contemplatione)」에서 지혜의 은사의 도움을 받고 사랑으로 격앙된 영혼이 하느님에 대한 부정적인 지식의 감각 안에 놓인 관상을 통해 하느님과 황홀한 일치에 도달한다고 가르쳤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긍정적인 지식은 지혜의 은사의 작용을 통해서 애정 어린 지식이 하느님과 만나는 체험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이 참된 신비스러운 관상으로 불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디오니시우스는 스콜라신학이 추구했던 지성주의를 사랑을 통해 직관적인 지성인 관상적인 지식으로 승화시키면서 부정신학적인 방법을 통해야 비로소 하느님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신학자들은 과거와 달리 부정신학적 방법론으로도 신비 철학을 설명했으며, 스콜라신학에 기반을 두고도 신비신학을 전개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애덕을 실천하는 영성생활이었습니다. 따라서 근세 영성생활은 정적인 관상뿐만 아니라 활동적인 영성 훈련과 실천이 강조되었습니다.

 

 

[알아보기] 부정신학(否定神學)

 

그리스도교 신학의 한 분야로 무신론이나 반신론, 불가지론(不可知論)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규정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하느님의 본질을 인식하려는 학문.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25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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