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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자살 예방: 가톨릭교회의 자살 예방 방안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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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6-03 ㅣ No.936

[커버스토리] 자살 예방, 누구의 몫인가 - 가톨릭교회의 자살 예방 방안은 없나

“교회의 체계적 생명교육은 자살 예방에 중요”


현재 교회법은 자살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하더라도 가톨릭교회는 자살을 신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가 이처럼 자살을 살인에 버금가는 엄중한 잘못이라고 가르치는 이유는 오히려 교회가 자살이라는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고, 자살 예방에 선구자적 역할을 짊어져야 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톨릭교회의 자살에 대한 사목적 배려와 자살 예방 방안은 없는 것일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는 국민 모두가 ‘생명지킴이’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청소년 생명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자살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

“레지오 단원 중에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있어서 신부님 상담을 받았는데도 우울하고 죽고 싶답니다. 어느 순간 연락을 끊었는데 레지오 단원들이 하루하루 돌아가며 찾아가 설득하지만 이젠 힘에 부칩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도 그때뿐이네요.”

어느 본당 레지오 단원의 이야기다. 자살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지금, 죽음의 그림자는 신자들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살이 중죄에 해당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죽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알맞은 상담을 해주거나 기관을 일러주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는다.

대처 방법을 모르거나, ‘설마 죽겠어’하며 무관심하거나, 되풀이되는 실랑이에 지쳐 분노밖에 남질 않아 ‘그냥 죽어’라고 말하는 가족까지 있다. 자살의 개념과 그 예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자살에 대해 공개적으로 꺼내놓고 대화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자살사건이 발생했어도 감추기 바쁘다. 자살이라는 주제에 대한 우리들의 기본적 접근 태도가 그저 금기와 회피에 그치지는 않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의헌 원장(한국자살예방협회 상담위원장)은 2012년 4월 사목정보를 통해 “우리가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은 자살의 주제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진지하고 공개적으로 대화하는 자세”라며 “이러한 환경이 이뤄지면 자살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계획이나 실행단계에 이르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다른 대안들도 고려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살 예방에 뜻이 있어도 자살의 원인을 통해 예방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려하는 태도도 문제다. 우울증, 생활고 비관, 따돌림, 학교 폭력 등 엄청나게 복잡하고 세분화된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령대별 한 가지 이유를 들어 자살 원인을 일반화시키고 해답의 열쇠를 찾으려는 시도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장 김보미 수녀는 “방법론적 원인 중심 해결은 자살 예방을 하는데 걸맞지 않고 해결에 있어서도 늦을 가능성이 높다”며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실천 중심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살 예방 방안은 없나


자살 예방은 우리의 사명입니다’를 주제로 열린 자살 예방 사업 세미나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실질적인 국민정신건강 네트워크 구축과 지역 사회 자살 예방 관련 프로그램 등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가톨릭교회가 자살 예방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에는 교회가 자살을 중죄로 바라보고 단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자살 예방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신앙과 영성’이기 때문이다.

맹광호 교수(가톨릭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서울 생명위원회 위원)는 ‘한국의 자살문제와 가톨릭교회의 역할’이라는 발표에서 “인간생명의 수호와 이웃 사랑의 실천은 가톨릭교회의 핵심 사명”이라며 “교회의 체계적 생명교육과 사랑의 실천은 자살을 예방하는 일을 위해 더 없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통계로 말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김보미 수녀가 자살 예방 교육을 시행하며 영성을 포함시킨 교육과 포함시키지 않은 교육을 했을 때 받는 학습자들의 피드백과 소감문의 내용 및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김 수녀는 “자살 예방 교육인 게이트키퍼 교육을 하면서 인간은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이자 서로 간에 나누려는 마음과 사랑이 있다고 말하자 반응이 달랐다”며 “일반사회 안에서의 자살 예방 교육과 가톨릭 자살 예방 교육의 다른 몫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회 안에서 대상에 상관하지 않고 자살 예방을 펼치는 유일한 기관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는 전문가 양성은 물론 자살 예방 서포터스와 생명친구 등을 모집, 최근 각 대학교와 고등학교를 돌며 캠페인을 펼쳤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한 자가검진(www.3079.or.kr), 전화상담(1599-3079)과 이메일 상담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응대하고 있다.

또 자살 예방 교육을 원하는 전국 본당에 관계자들을 파견, 교육을 지속하고 있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유가족들을 위한 자조모임도 계획 중이다.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살에 관심 있는 5개 교구를 중심으로 연계에 대한 논의를 펼치고 있으며, 가톨릭 구성원들의 자살 예방에 대한 관심 촉구를 위한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의 장도 마련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2년 6월 3일, 오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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